은퇴자나 은퇴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노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한다. 사는 곳에 따라 삶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어디에서 삶의 질을 유지하고 보다 행복한 삶을 모색하며 늙어갈 것인가. 정답은 없다. 경제적 여건과 건강, 사고방식에 따라 선택은 달라지고 더 늙으면 돌봄이나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황까지 검토할 필요도 있다. 매년 노년층이 증가하는 시대다. 현재와 같이 농·어업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오는 관광객만 맞이하면서 군민의 소득을 지속할 수 있을지 10년 뒤 남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갖고 웰니스 산업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노후를 즐겁고 안전하게 건강을 함께 챙기는 ‘웰니스(Wellness) 산업’이 우리 남해가 가야 할 새로운 길이 아닐까 한다. 여행업계에서도 이 산업이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유행처럼 차 타고 가서 구경하고, 배불리 먹고 마시는 관광에서 자연 체험, 숲 치유, 명상과 스파, 몸에 좋은 음식, 편안한 숙박·차와 음악 등 힐링과 건강 회복이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를 구성하는 여행이 웰니스 산업이다. 

예컨대 해변에 위치한 파크골프장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사우나와 스파 후에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거나, 요가와 명상을 체험하고, 내 몸에 맞는 한방차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편안한 숙소에서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웰니스에 속한다.

웰니스 산업 그리고 이와 접목된 산업과 여행은 앞으로 세계적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에 따르면 세계 웰니스 산업의 규모가 2020년 4357억 달러(약 560조원)에서 2025년에는 6919억 달러 급증한 1조 1276억 달러(약 145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20%를 웃돌 거란 예상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반적인 관광 시장 성장률 3.4% 비교하면 폭발적 성장세가 기대되는 블루 오션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웰니스 관광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어 관련 산업 발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행히 우리 남해는 웰니스 산업을 빠르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최적의 자연조건과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터키·일본 등 관광 대국들은 ‘헬스 투어리즘’ 슬로건을 내걸고 관광 서비스 개발에 열중하고 있지만, 웰니스 산업 선진국 미국의 사례를 보면 ‘항노화(Antiaging)’와 결합한 웰니스 상품을 가장 공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 지구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퇴자 공동체

햇살 가득한 미국 플로리다 주 중부 83㎢(2510만 평)에 조성된 ‘더 빌리지’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퇴자 공동체다. 골프 코스와 함께 조성된 주택들은 55세 이상(부부 중 1명)에게만 분양하고 19세 이하는 연간 30일까지만 방문을 허용한다. 말 그대로 노인 전용 마을이다. 공공시설은 마치 디즈니랜드를 옮겨놓은 듯 아름답다. 골프, 테니스와 수영과 낚시, 스쿼시 등 갖가지 스포츠를 즐긴다. 은퇴자들이 인생을 만끽하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인구 유입률이 32.8%로 미국에서 가장 빠른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더 빌리지 내에서만 5만여 대의 골프 카트가 돌아다닌다. 골프 카트로 자동차 운전이 어려워진 노인들의 교통 문제 해결과 자립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더 빌리지에서는 항상 즐거운 일을 만들어내는 일정표가 가득 차 있고 모든 주민은 40개의 9홀 골프 코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저녁마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대학촌과 같은 활기가 넘치고 주민을 대상으로 매주 2000개 이상의 레크리에이션을 운영하는 다양한 클럽 활동들이 펼쳐지는, 잠시도 외로울 틈 없는 활기찬 노후 생활이 지속된다고 한다.

최적의 자연조건과 함께 앞으로 해저터널까지 개통되면 수도권을 연결할 수 있는 인프라뿐 아니라 영호남을 매끄럽게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남해가 웰니스 산업 최적지라는 인식은 이미 남해를 왔다 가 본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국에 널리 퍼졌고 선호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금융소득 등 능력 있는 60대 이상 노년 세대가 파크골프·사우나 후 싱싱하고 맛있는 남해의 회나 한우를 먹고, 명상과 차 한잔하는 방식의 체험과 숙박까지 패키지로 묶는 웰니스 관광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를 통해 재력·건강과 능력있는 노년세대를 남해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웰니스 산업은 노년층에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일과 휴식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모든 세대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인프라이기도 하다. 미국 플로리다의 더 빌리지에 거주하는 퇴역 장군은 “과거에 뭘 했는지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면 평생 자신의 직책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려던 욕구도 사라진다”고 했다. 과거의 자신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빌리지에 사는 것과 같은 웰니스 산업을 통해 우리 남해에도 은퇴자들이 살기 위해 찾아오는 새로운 경제 활로를 찾고 더불어 우리 군민의 노년도 행복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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