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자연재해대책법」 1장 2조 1항에서는 ‘재해란 태풍, 홍수, 호우, 폭풍, 해일, 폭설, 가뭄, 지진 또는 기타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자연재해대책법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는 자연재해가 태풍이다.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도 마찬가지로 초강력 태풍이었다. 힌남노가 다행히 내륙을 강타하진 않았지만, 바닷가 마을에는 꽤 큰 피해를 남기고 동해안으로 빠져나갔다.

태풍이 몰아쳐 오면 큰 키로 우뚝 서 있는 노거수는 어떻게 바람을 견뎌낼까. 의외로 단순하고 간단하다. 자연현상에 맞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 따라 온몸을 맡긴다. 수백 년 세월을 그렇게 살아왔다. 자연의 이치다. 다른 곳으로 걸어가서 피할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을 수도 없는 나무의 숙명이다.

그런데 자연의 이치에 따라 숙명처럼 쓰러진 나무가 있다.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간 숙명이었던 모양이다. 삼동면 물건리 은점마을 느티나무 그리고 설천면 문의리 팽나무가 강풍에 쓰러지고 말았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살펴본 결과 둘 다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위태로워 보였다. 은점마을 느티나무는 한쪽 가지가 손상되어 완전히 잘려나간 상태였다. 괴사한 곳은 외과수술로 메꿨지만 쓰러짐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태풍이 지난 후에 밑동이 뽑혀 한쪽으로 쓰러졌고 근처에 있던 정자 쉼터도 바람에 날아갔다. 370년이란 긴 세월 동안 마을의 당산나무로, 주민들의 쉼터로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사랑받으며 꿋꿋하게 서 있던 나무라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진다.

문의마을 팽나무는 농사짓는 밭 끄트머리 언덕 위에 말채나무와 함께 위태롭게 서 있던 나무였다. 한쪽 줄기가 완전히 잘려나간 상태여서 외과수술까지 잘 마쳤는데 세월의 무게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밑동부터 통째로 쓰러지고 말았다. 지난 9월에 찾아왔던 태풍으로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특별한 관심을 받았던 보호수 두 그루가 쓰러진 것이다. 

남해군 보호수 건강정보(10항목) 기준에 따라 개별평가 후 점수화 하여 감시등급 부여
남해군 보호수 건강정보(10항목) 기준에 따라 개별평가 후 점수화 하여 감시등급 부여

한국생태계연구소의 노거수식물자원조사표에 의해 남해군 보호수들의 생명체로서 개체의 생육정보를 포함한 건강정보 10개 항목을 이용하여 수리적 과정을 통해 감시등급으로 부여해 보았다. 

오래된 나무는 다른 건강한 나무에 비해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보호 대책도 특별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미 지나간 상황을 되돌릴 순 없으니 앞으로라도 보호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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