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문화원에서 남해문화재야행을 위해 초롱과 등 제작과 준비에 한창이다
남해문화원에서 남해문화재야행을 위해 초롱과 등 제작과 준비에 한창이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 소설 ‘메밀꽃 필 무렵’ 中 )

몇 십년을 자고 일어나고 동구밖을 들고 나곤 했던 고향 마을 집과 골목, 길이라도 해가 밝은 낮에 보는 모습과 달빛이 교교한 밤에 바라보는 동네의 집과 길, 야산이 다르다. 어릴 적 전깃불이 들어오기 전 휘엉청 밝은 달빛에만 의지해 산허리를 돌아 이웃마을로 마실갔다 돌아오는 길에 보는 마을의 밤 풍경은 낮에 본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밤은 낮과는 또다른 새로운 세계로 통하는 문이다. 

‘남해문화재야행’이 뭐지?  

최근 ‘밤에 나서는 남해읍의 마실길’과 남해의 전통인 ‘유배’를 테마로 하는 문화행사가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남해문화원이 주관하는 ‘남해 문화재야행’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남해문화재야행’은 ‘유배’을 주요 테마로 한 대규모 지역행사로 다음달 10월 8일(토) ~ 9일(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남해유배문학관과 남해향교, 전통시장, 남해읍 시가지 일원에서 문화재 야간관람과 체험, 공연, 전시 등으로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문화재야행’ 사업은 문화재청이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빈다’는 슬로건으로 전국 각 지역마다 다른 밤 풍경과 그 지역의 특색있는 문화유산 및 문화시설을 한 데 묶어 다양한 역사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한 지역관광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남해문화원과 남해군은 남해향교와 유배문학관을 비롯한 유형의 전통문화시설과 유배지 남해라는 무형의 테마를 아우르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의 참여폭을 넓히고 새롭게 특성화된 관광자산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하게 모색해 왔다.   

이 중 남해문화원은 지난해에 남해읍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전통자산을 활용해 ‘2022년 남해문화재야행-남해섬 유배를 자처하노라!’ 사업공모에 선정돼 남해읍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자원 발굴에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남해문화재야행 행사는 남해읍에 집적된 남해향교, 영모문, 남해전통시장, 남해유배문학관 등 문화유산과 인근의 문화콘텐츠를 엮어 야간으로 특화된 문화체험의 기회를 1박 2일간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지역 문화축제이다.   

남해문화재야행 팜플렛
남해문화재야행 팜플렛

남해문화재야행, 왜?  

남해문화재야행 사업 공모준비를 위해 남해군과 남해문화원이 함께 열정을 쏟았는데 남해문화원 하미자 원장과 김미숙 사무국장은 “남해군은 전국적인 대표 관광지이지만, 남해의 중심지이자 남해군 인구의 1/3이 살고 있는 남해읍에는 특색있는 축제나 명소가 없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머물지 않는다”며 “그런데 살펴보면 읍에는 유배라는 테마와 남해향교, 남해전통시장, 유배문학관 등 유·무형의 자산들이 풍부하게 모여 있는 곳이다. 문화재야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유관단체와 주민들의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 내면 성공적이고 지속가능한 남해의 축제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그러면 남해읍에 생기가 돌고 사람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해문화원 김미숙 사무국장에 따르면 남해의 남다른 특징이 세 가지 있는데 ‘이순신 장군’과 ‘대장경 판각지’, ‘유배’이다. 이 중 ‘이순신 장군’과 ‘대장경 판각지’는 다른 지역에서도 특성화 돼 있어 관광자원으로서는 한계가 있는데 비해 ‘유배’는 남해만의 특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은 소재라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남해는 166명의 고위 문무관이 유배를 왔던 조선시대 대표 유배지였다고 한다. 남해 유배객들은 남해로 와서 남해향교를 중심으로 남해 향인들과 학문적으로 소통하였고 이 과정에서 유배문학의 꽃이라 평가되는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 사씨남정기 등 걸작품이 나왔다. 또한 자암 김구를 비롯해 이종금, 가야지 등 여성유배인도 포함돼 있어 풍부하고 다양한 역사가 있고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각 기관과 주민들, 대규모 참가  

남해군 방문의 해인 올해 2022년, 남해문화재야행 축제를 위해 남해군과 남해문화원을 비롯해 남해향교, 남해교육지원청, 남해문화관광재단, 남해예총, 남해군체육회, 대한노인회남해군지회, 남해문화사랑회 등 군내 44개 유관기관과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청사초롱, 등 제작 등 행사에 필요한 소품 준비에도 문화원 강좌 수강생을 비롯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남해문화재야행 축제 중 8일 첫날 열리는 '한복 퍼레이드'만 해도 왕과 왕비, 정승과 궁녀, 천민 역할 등 한복을 입고 참가하는 인원만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김미숙 사무국장은 설명에서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서는 지자체, 의회, 체육회, 여성단체, 향교, 예술회, 노인회, 새마믈지회 등 유관단체, 학생 등 모든 지역민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군내 많은 분들께서 협력해 주시고 흔쾌히 자원봉사에 나서 주시고 계신다. 군외 향우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있고 적극적으로 공연 참가를 허락해 주시는 향우들도 계신다. 모두 함께 남해 문화재야행 축제를 멋있고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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