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00m가 넘는 ‘타워 건축물’이 서울 강남에 있고, 전북 전주에서는 높이 400m 타워 건축 계획을 놓고 공론화위원회가 고민 중이다. 서울과 전주지역의 ‘랜드마크’를 표방한다. 높은 건물은 어디서나 잘 보이는 위치 표시라는 원래 뜻의 랜드마크가 분명하다. 오늘날 랜드마크의 이미지는 높은 건물이라기 보다는 그 지역의 상징성, 대표성을 가진 구조물을 가리키는데 군청 신청사가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

일본 도쿄에 가면 관공서가 관광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 있다. 신주쿠에 있는 도쿄도 청사다. 도쿄도 청사가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전망대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도쿄 시내 야경 등 전경을 마음껏 무료로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된 것이다.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청 앞 1만 3000㎡의 서울광장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 도쿄도 청사처럼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추진중에 있는 양산시 신청사도 서울광장보다 규모가 넓은 1만 4000㎡의 광장형 공원과 신청사를 랜드마크로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파리의 에펠탑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랜드마크로서 에펠탑은 예술의 도시 파리를 상징한다. 전망대, 통신탑에 낭만, 아름다움 같은 감성과 예술성이 더해진 것이다. 에펠탑은 파리의 낭만, 예술, 추억과 함께하는 스토리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파리의 방문객들은 이 스토리를 계속 재생하고 다른 이들과 나눈다. 그래서 인지 파리를 여행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그 스토리를 통해 에펠탑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에펠탑은 만국박람회를 위한 20년 한정 임시 구조물이었다. 당시 석조 건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흉물로 보일 수도 있었지만, 에펠탑은 20년 후에도 살아남았다. 파리 시민들이 탑의 해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파리를 방문한 관광객은 이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낸다. 에펠탑과 함께 한 이 시간이 기억되고 본인의 스토리가 된다. 조명을 시작한 에펠탑은 밤의 낭만까지 더해 그 곳을 방문한 관광객에게 본인만의 매혹적인 스토리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와 예술, 감성. 역사성도 없이 기능에만 치우친 건물이 랜드마크와 같은 스토리 경험을 줄 수 있을까? 규모 400미터 등 큰 건물은 그냥 크고 높은 구조물일 뿐이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4층 건물 ‘브릭웰(Brickwell)’이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사람들이 찾아든다. 건축주·건축가·시공사, 이 셋의 합이 맞아떨어졌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수상과 별개로 잘 지은 건축물이 동네의 풍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건축물과 건축가에게 특별한 관심을 둔다. 그리고는 아직도 우리나라는 왜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못 받고 있느냐고 한다. 프리츠커상은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이라고 하기 보다는 현 제도나 기준에서 벗어나서 재구성하는 힘, 그리고 이를 실천해 사회에 희망을 주는 건축물을 지은 건축가에게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올해 가장 못사는 나라중 하나이고 이름도 생소한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의 건축가 디베도 프란시스 케레(57)가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몹시 가난한 나라를 떠나 독일의 유명대학에서 건축을 배웠지만 고향으로 돌아와 커다란 지붕 아래 진흙 벽돌로 지은 교실 3개뿐인 학교를 지은 건축가가 수상을 한 것이다. 고작 진흙 벽돌로 지은 학교로.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 연인과 데이트 하던 곳, 사랑스런 아이들과 나들이로 즐거웠던 곳….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추억 하나쯤 갖지 않은 이는 드물 것이다. 군청 신청사 공원과 주변이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공간으로 만들어 질 수는 없을까 행정중심의 공간으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군민 모두의 공간이어야 한다. 

신청사는 남해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지역 랜드마크로 건립돼야 한다는 점이다. 군민들이 수시로 찾는 사랑방 같은 역할은 물론, 남해를 찾는 관광객이 꼭 들러야 하는 필수 코스로 지어져야 한다. 장충남 군정의 신청사가 그런 바람대로 만들어 진다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다. 싱가폴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한번은 찾아가고 싶은 싱가폴의 대법원 청사, 가서 보고는 기존 행정관청과는 다름을 느끼고 얘기할 수 있는 대법원 청사와 같이 “전국에서 가장 멋진 군청사가 만들어졌습니다. 남해에 꼭 한번 가보세요.” 남해 신청사를 찾아가 본 지인으로부터 그런 카톡을 받을 수 있는 신청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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