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도다리 가을 전어,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 이런 런 말들이 있듯이, 그만큼 가을 전어가 맛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전어가 산란기인 봄에서 여름까지는 맛이 없지만, 여름에 충분한 먹이를 취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몸에 영양분을 많이 비축하게 된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전어의 살이 두툼해지면서 씹히는 맛도 있고 가장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전어는 떼로 몰려다니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남해안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여 강 하구에서 알을 낳는다. 부화한 전어는 6~9월에는 연안에서 조금 떨어진 수심 30m 깊이에서 서식하다 가을이면 다시 만 안으로 들어온다. 이때쯤 되면 15~30㎝ 정도로 크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이 좋다. 예부터 가을에 잡은 전어는 비린내가 없다 하여 구이로 즐겨 먹는데, 전어 머리의 경우 다른 생선에 비해 씹히는 맛이 특히 고소하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우리 남해 사람들은 가을 전어를 특히 좋아하여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라는 말을 즐겨 하였다. 

전어는 원래 성질이 급해서 그물에 걸리거나 꽂혀서 잡히는데, 전어회나 소금구이, 젓갈 등으로 만들어서 많이 먹는다. 특히, 싱싱한 채소와 함께 버무린 어머님이 만들어 주던 전어무침, 따뜻한 쌀밥과 함께 먹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고향 남해를 떠난 향우들께서는 더욱 더 전어철이 되면 생각 날 것이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잘근잘근 씹어 먹는 전어구이 속담처럼 머리에 깨가 한 되인 양 고소함이 넘치는 맛이다. 바싹하게 구워진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조화를 이룬 간간이 씹히는 굵은 소금이 혓바닥을 자극하면 전어의 고소한 맛을 배가한다. 지방이 많고 뼈와 껍질까지 모조리 먹는 탓에 전어는 가끔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기도 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고 종종 체하는 경우도 있다. 가을이면 찾게 되는 전어는 흔한 생선이었다. 가격이 저렴해 우리 서민들에게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한데 그 속담의 유래는 아직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지만, 가을 전어 굽는 구수한 냄새가 생각나서 돌아오게 된다는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 아니겠나 싶다. 시집살이 다시 하더라도 가을 전어는 못 놓친다는 해석이 일반적이고, 전어가 맛있을 때쯤, 지난봄 농사지은 농작물 걱정에 돌아온다는 해석도 있다. 일본에서 흘러들어왔다는 또 다른 독특한 해석도 있다. 시어머니가 돌아 가셔서 화장(火葬)을 하는데 그 냄새가 가을 전어 굽는 냄새와 비슷해서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을 전어가 맛있는 까닭은 지방이 풍부해서다. 눈으로 봐도 살이 차오른 것이 입맛을 자극한다. 가을 전어를 구워 먹을 때는 버릴 게 없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정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속담은 자연스레 사장될 법도 한데, 아직도 언론 기사 제목에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가을 전어’라는 언론의 타이틀로 가을 전어가 돌아오는 철이면 매년 계속된다. 본격적으로 제철을 맞기 시작한 ‘가을 별미’ 전어 가격이 매년 계속해서 많이 올라 서민들이 즐겨찾는 생선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된다. 

올 여름 기록적인 더위에 몹시 지쳤었나 보다. 매년 막바지 더위로 무더운 8월말, 갑자기 찾아온 선선한 초가을 날씨에 가을 전어까지 더해지니 이 가을이 한없이 계속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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