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한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어떤 나무가 좋을까? 느티나무, 팽나무도 좋고 푸조나무도 좋지만, 꽃이 드문 여름에 나무 가득 연한 황색 꽃을 피우는 특별한 나무가 있다. 고현면 오곡리에서 볼 수 있는 회화나무다. 잎과 꽃이 아까시나무를 닮은 회화나무 꽃은 음력 7월쯤 핀다. 꽃잎이 떨어질 때쯤 나무 아래 앉아 있으면 꽃비도 맞을 수도 있다. 

회화나무 꽃이 필 무렵 중국에서는 과거 시험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어 이름도 Chinese scholar tree다. 우리나라에서도 시험 준비하며 공부하는 향교나 서원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오매불망 과거 시험 합격하기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심은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화나무를 흔히 ‘학자수’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 주나라 시대에는 조정 앞에,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는 외교 문서를 관장하던 승문원과 창덕궁 돈화문에도 심었다. 회화나무라는 이름은 ‘괴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괴(槐)’의 중국식 발음이 ‘홰’ 또는 ’회‘인데 꽃 화자를 붙여서 회화나무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현면 오곡리 1543-2번지에 가면 군나무 12-22-5 남해군 보호수 중에 유일한 회화나무를 만날 수 있다. 고현면 오곡마을은 삼봉산 아래 위치 해 있다. 아담하면서도 제법 큰 마을이다. 옛날엔 마을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아 오실이라 불렀다고 한다. 오실이 변해서 오곡마을이 된 모양이다. 

오곡마을 회화나무 옆에는 마을 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 쉼터가 되는 보호수다. 회화나무 아래에는 정자와 평상이 놓여 있어 마을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 또는 휴식 장소가 되었다. 회화나무 임계수령이 다 되어가는 나무어르신의 수명은 무려 400여 년이 넘었다. 높이는 14미터, 나무 둘레는 5미터에 이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꽃이 피는 7월 무렵에 찾아갔는데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꽃이 활짝 피지는 않았다. 나무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치료한 흔적이 보인다. 큰 가지를 지탱하기 위해 지지대도 세워놓았다. 생육공간 확보와 근주 지면 상태가 양호하며 나무 형태는 아직 우람하기만 하다. 옆에 어린 후계목으로 회화나무가 한 그루 더 있다. 이 마을 제사를 지내는 제단이 보이는데 최근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돌아가면서 간간이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회화나무는 무더운 여름을 식혀주는 참 고마운 나무다. 예쁜 꽃에는 꿀도 아주 많다. 꽃 지고 나면 쓰임새가 다양한 염주 닮은 열매도 열린다.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라 그런지 꽃말은 ‘망향’이다. 고향 마을 떠나 먼 곳에서 타향 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향의 나무이기도 하다. 

옛날 과거시험과 연관돼 향교나 서원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현 오곡마을의 회화나무 모습. 녹음이 푸르다
옛날 과거시험과 연관돼 향교나 서원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고현 오곡마을의 회화나무 모습. 녹음이 푸르다
수령이 오래 되어서 꽃이 활짝 피지는 못하고 치료 흔적과 함께 지지대를 받히고 간신히 서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수령이 오래 되어서 꽃이 활짝 피지는 못하고 치료 흔적과 함께 지지대를 받히고 간신히 서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