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영남해귀농귀촌사관학교 수료인
이종영
남해귀농귀촌사관학교 수료인

7월 마지막 한주를 남해에서 보낸 겨우 일주일의 짧은 체류를 끝내고 이런 소회를 밝히는 게 너무 섣부르다 싶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귀농귀촌 사관학교 교육 참여 기회를 갖게 되어 찾았던 남해는 그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촉발시켰다. 굳이 촉발이란 단어를 고른 것은 시야에 들어온 남해의 빼어난 풍광 속에서 일주일을 보내며 갖게 된 생각 때문이다. 제2의 고향, 남은 생의 보금자리, 평생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첫사랑의 연심이 마구마구 솟아났다. 

예전에 남해군에 왔을 때는 길어야 1박 2일, 골프치고 맛있는 것 먹고, 다랭이마을과 독일마을 등을 구경한 후 멸치쌈밥을 먹은 정도였으니 이번 일정과는 맞비교를 하긴 어렵다. 하지만 그때 가졌던 어렴풋한 끌림이 이번에는 100퍼센트의 사랑이란 확신으로 다가온 것이다.

일요일 오후 느즈막한 시간에 4시간을 달려와 남해대교를 마주치며 시외버스 좌석에서 부리나케 셔터를 눌렀으나 담지 못했던 이국적 풍경.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중 하나인 말레이지아의 랑카위섬이 겹쳐 보였다. 이때부터 남해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터진 핸드폰 사진 셔터의 찰카닥 소리는 거의 음악에 가까웠다. 하지만 버스 좌석이란 한정된 공간에서는 스치듯 지나가는 풍광을 제대로 담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이는 경치마다 그렇게 놓치기 아까운 사진 프레임이 될 수 있는지 감탄했다. 이렇게 찍는 대로 작품이 되는 경치를 가진 곳이 또 얼마나 될까? 

경남도립남해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된 이번  귀농귀촌 교육은 이론과 체험이 잘 조화된 균형잡히 일정이었고, 매 끼니마다 남해의 맛을 느끼게 해주신 담당자들의 배려도 매우 정중하고 세심했다. 함께 했던 20여명의 교육동기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였는데, 나와 같이 남해의 멋과 맛에 푹 빠진 분들이 여럿 있었고, 지금도 남해에 정착할 기회를 찾고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시간이 흘러도 한번 뺏긴 마음을 되돌리고 싶지 않는 곳, 첫 느낌 그대로 간직되는 곳, 언제까지나 처음처럼 그 마음을 이어가고 싶은 곳, 그런 곳이 고향 외에 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 시간 거리에 태어난 고향(진주)을 두고 굳이 남해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싶은 마음, 55년의 외지 생활을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 고향이 아니라 남해로 굳어진 내 마음도 참 경이롭다. 

이번 교육과정에 참여하며 곳곳에서 발견한 남해의 가치는 그냥 ‘보물섬 남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30년 전 처음 뉴욕에 가서 시티투어를 할 때 가이드가 “뉴욕은 매력의 도시가 아니라 마력의 도시”라고 정의했던 그 느낌이 딱 적합하다. 

교육이 끝나기 전 어느날 동기들과 함께 차 세 대에 나눠 타고 드라이브를 하며 보았던 석양 무렵의 남해 풍광을 사진으로 온전히 담기에는 첨단 사진 기술도 부족할 지경이다. 어디를 보아도 작품이요, 무엇을 보아도 원더풀이었다. 

남해 교육에 참가하기 전 타지역 두 세 곳에 다녀 보았지만, 산과 바다가 이렇게 멋드러지게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 낸 곳은 없었다. 머리는 차게, 가슴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경치, 코를 싱그럽게 해주는 맑은 공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남해가 늘 그립다. 

교육 일정이 끝나고 하루 더 머물며 둘러본 보리암은 내 짧은 머무름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그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가치를 차치하고라도 누구나 한번 쯤 꼭 들러볼 것을 강추한다. 내가 생애 첫 방문에서 느꼈던 감동이 너무 찐했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해버린 남해, 그런 남해를 4박 5일 동안 연심을 품고 머무르게 해주셨던 교육주관 담당자님들께 감사드린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