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부남해군이동면향우회장을 역임한 박경기 향우가 시, 수필, 소설을 엮은 모듬 창작집  <벌거벗은 나를 바라보다>를 출간했다. 

박 향우는 2020년 한국불교문학 40호(봄호)에서 신인상 수필부문에 당선되어 문인으로 등단한 후 제42호(겨울호) 시 부분에서도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번에 출간한 <벌거벗은 나를 바라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한 권에 실은 모듬 창작집으로 1부 시 장르에서는 한국불교문학 신인상 당선작인 5편과 사랑을 주제로 자연, 사람, 고향, 인생, 부처님, 세계와 관련된 시를 소개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수필 18편을, 3부에서는 시간 7편, 4부에는 단편소설 4편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전의 실체, 즉 삶이라는 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일찍부터 삶, 그 의미를 캐고 파악해 보려는 숱한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진정한 뜻을 분명히 밝히는 데는 미진했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난 그 시간부터 그 사람의 인생, 즉 삶이란 여정을 따라 어느 한 군데도 같을 수 없는 제 나름대로의 길을 가야 합니다. 그에 따라 서로 다른 삶들이 인생의 다채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언덕빼기에 올라설 때까지 참으로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길을 걸어온 이들은 한결같이 ‘삶이란 참으로 공허한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미 죽어간 사람들이 남긴 말씀들을 읽고, 앞서 삶을 엮어온 사람들의 애기를 들어봐도 대개가 허무하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허무한 삶을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가를 물을 때 우리는 또 다른 의문에 휩싸이기 마련인데, 아마도 그것은 철학자들의 영원한 몫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는 ‘인생이 무엇이냐’는 명제에 얽매이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는 현실적 문제에 더 힘을 싣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이 책에 삶의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직접 보고 주워들은 몇 가지 이야기들을 시와 수필, 소설의 형식을 빌어 모아보았습니다. 그야말로 벌거벗은 나를 돌아보는 느낌이랄까, 사실 앞서 간 사람들의 말처럼 삶이란 멍에나 굴레를 쓰고 험난한 길을 가야하는 어렵고 힘든 고행의 길인가 봅니다”며 책을 엮은 동기와 소감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 시 한편을 소개한다.

남해 사람들

모질고 볼 딱지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이라며

또 수악하고 야물다고 

흉보는 육지 사람들 보소

와 그렁고 모리겠지요?

다 조상 때부터 질 들고 

몸에 배인 깡다구라오

살기 애럽던 시절 목구녕이 

포도청이라꼬

갱번가에서 바래질하고 

죽방렴으로 메르치 잡고

다랭이논, 삿갓배미논 일구며

몸띵이가 열 개라도 모자라게

등어리 굽도록 쌔빠지게 일해서

자슥들 키우고 공부시키고 

살다 보니 그런기라요

그렇게 우리 조상들은 

애타게 살았고

그런 게 인자는 다 옛날 이바구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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