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5월 6일 경인 입하부터 8월 8일 경인 입추 전날까지를 말하나, 기상학으로는 6~8월을 여름으로 친다. 우리나라는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가 장마철이라 심한 더위는 없어서 7월 하순부터 8월 사이가 한여름이다. 사계절 중에서 여름을 가장 싫어하는 계절인 것 같다. 

각종 조사에 따르면 원래 사람들이 싫어하던 계절이 겨울이었으나, 2010년 중반부터는 여름이 겨울을 역전하고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됐다고 한다. 

여름은 자외선이 가장 많은 계절이라 빨리 늙고, 그래서 적도에 자리한 국가의 사람들 수명이 다른 곳보다 20년가량 짧다고 한다. 게다가 여름에는 파리, 모기 등 우리의 일상을 방해하는 해·곤충이 기승을 부리고 전염병, 식중독으로 인해 음식 보관을 조심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도 있다. 

체통을 중시하던 옛 선비들에게 가장 가혹한 계절은 한여름 혹서기였다고 한다. 삼복염천, 말 그대로 펄펄 끓는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점잖은 체면에 옷을 벗고 벌거숭이로 시원한 계곡물이나 바다에 뛰어들 수도 없는 일. 그저 정자나무 그늘을 찾거나 손부채 바람에 의지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는데 그래서 ‘탁족(濯足)’이라는 피서법이 생긴 것이다. 풍광 수려한 계곡물에 발 담그는 탁족은 조선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피서법이었다. 

장마 끝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유난히 더 덥고 습한 듯하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년간 많은 제약을 받아오다 풀려서인지 올여름은 유난히 남해에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 온 것 같다. 읍 마트에 가보면 남해 사람들보다 외지 피서객이 북적여 더 큰 찜통더위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덥다고 짜증만 내고 움츠리기보다는 계절 변화라는 자연 법칙에 순응하며, 여름의 매력은 무더위에 있다는 말로 위안 삼고 무더위를 생활에 나름 잘 이용한다면 우리 일상은 더 행복하고 여유로워질 것이다.

초등학교 어린시절에는 여름이 항상 기다려져 왔다. 방학이 있기 때문이다. 한 달 정도 되는 짧은(?) 여름방학이 늘 아쉬웠다.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신작로 양옆에 서 있는 미루나무에서 매미를 잡거나 덤벙(웅덩이)에 붕어낚시로 들로 산으로 쏘다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어스름할 때쯤 집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혼나기 일쑤였다. 여름날의 해는 길기만 한데 방학은 늘 짧게 끝나는 한순간으로 다가 오는 것이었다. 

방학이 끝나기 2일전쯤 되는 날에는 방학숙제와 그 때는 선생님이 왜 그렇게 일기장을 챙기는지 방학기간의 일기를 비슷한 내용으로 하루만에 작성하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른이 되고 보니 방학은 없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쉬면서 재충전하는 휴가라는 것이 있다. 평상시에도 먹을 수 있지만 휴가 가서 여름에 먹는 시원한 콩국수야 말로 빼놓을 수 없는 계절 식품이다. 다소 뻑뻑하지만 고소한 맛까지 곁들인 콩국물에 오이와 국수를 말아먹는 그 맛, 곁들여 먹는 시원한 열무김치 국물도 여름 더위를 식히는 조상들의 맛 솜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여름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식이 좋아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어머님의 애호박 부침, 한 여름 휴가때 집에 가면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늘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사계절이 가진 저마다의 특징에 적응·순응하고 이용하며 살아오고 있다. 자연의 순리는 첨단과학도 막기 어려우며 자연의 뜻에 거슬리면 결국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본격적 무더위, 밤까지 이어지는 열대야에 밤잠을 설칠 정도지만 이것 또한 여름이란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는 마음을 갖는다면 다소나마 시원한 여름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