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최 봉 춘
농민 최 봉 춘

내가 짓는 농사, 언제 끝날까? 농사는 누가 지을 것인가? 

언제까지 지을 것인가? 행정과 농협의 인력 지원은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까? 

우리 농촌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몸이 힘들고 아프다. 일을 할 수 없는 농촌 현실, 3년 전과 1년 전이 다르게 너무 무섭게 인력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우리 주위에 조금이나마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요양보호사, 식당일 등 농사와는 다른 일들을 주로 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땀흘리며 하는 일은 인건비를 아무리 많이 준다한들 이제는 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가까운 창녕, 의령, 전남 강진, 나주, 영암 등지의 농촌을 돌아보고 왔는데 그 많은 마늘, 양파 재배와 고구마 심기, 감자 캐기 등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 뿐이었다. 한국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의 모습이다.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1~2시간 지켜본 소감은 그들이 ‘너무 일을 잘한다’는 감동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쉬지 않고 게을음 피우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들 부지런히 일했다. 15만 원 ~ 18만 원의 인건비가 하나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외국인 노동자 수급을 통해 인력이 해결되는 곳은 인건비 부담이 있겠지만 20년 후에도 인력난 걱정을 덜겠구나 생각했다.  

우리 남해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해 함께 일했던 사람들도 허리와 다리가 아프다며 어려워 한다.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기 위해 인근 삼천포, 사천, 곤양, 진교 등 인력사무소에 연락해 사람을 구하면 60대는 거의 없고 70대와 80대 후반까지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 사람들도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인근 지역 현실을 봐도 젊은 여성분들은 식당일 하러 가고 농촌일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 뿐이란다. 

너무나 어려운 현실이고 큰 문제이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 논과 밭에 무엇이 심겨져 있을 것인가? 25년 전 추자도에 간 일이 있는데 배를 타고 가 난생 처음 본 추자도에서 느낀 것은 ‘무서움’이었다. 논밭의 90%가 풀밭이 되고 산이 되어가고 있었다. 17년 전 욕지도에 가 봤을 때 이곳 역시 논밭은 없어지고 산이 되어 있었다. 우리 남해도 이렇게 변할까 걱정스럽다. 다행이 고사리 농사를 짓느라 경작 논밭은 근근이 유지되고 있지만 언제 산으로 변할지 알 수가 없다. 

우리 남해도 삼동면 양화금 마을 전답의 95%가 농사를 짓지 않는 산으로 변하고 있다. 양화금 사람들도 놀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러한 사실들을 남해 군수는 알고 있을까? 농협의 조합장들, 군의원들, 도의원들은 알려고나 할까? 남해 군민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남해 농촌현실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1년에 한번이라도 돌아보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사진 찍는 일에나 열중하고 방송 타는 일에만 모두 열중하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력부족 현상을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인근 지역에서 인력을 수급받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제 행정에서 인력 지원팀을 만들어 중국, 베트남, 몽고 등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1000명, 2000명의 숙식장소는 폐교를 활용하면 될 것이다. 행정에서 하지 못하면 개인이라도 누가 하든지 이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남해가 관광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삼고 있지만 남해의 논과 밭이 모두 잡초로 무성하게 뒤덮이고 산으로 변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의지가 강한 농사꾼이라도 농사짓는 일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 우리 남해사람들의 먹거리마저도 마구 들어오는 수입 농산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 우리 농민들이 밀 농사를 하지 않는지를 생각해 보자. 53년~54년 전 미국의 밀가루를 무상으로 원조 받으면서 2~3년만에 밀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나 도시에서나 노동의 댓가로 밀가루를 받아와서 이웃도 나눠 주고 팔기도 하면서 빵, 국수, 개떡 등 밀가루 천국이니 우리밀을 심어도 내다 팔 수가 없게 되어버리니 자연스럽게 종자마저도 없어져 버렸다. 천년 만년 미국이 정하는 대로 밀 값을 주고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농산물 값이 조금 오른다고 수입에만 의존하는 행정을 한다면 대한민국의 농업과 농촌은 더 빠른 속도로 와르르 무너지게 될 것이다. 대를 이어 농사지을 사람이 없고 부모가 농사짓는 것을 결사코 반대하는 현실에서 자녀들이 월급을 많이 받아도 먹거리 사 먹기가 힘든 시대가 곧 닥쳐올 것이라는 우려는 나만의 기우일 뿐일까? 언제쯤 이 걱정이 해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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