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태 문 [남해군 농민회 정책실장]
지금 한반도는 적지 않은 자연재난과 경제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태풍 에위니아에,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에. 그리고 우리 경제구조를 통째로 뒤흔들 한-미 FTA라는 경제태풍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 세상이 참 희한한 것은 태풍이든, 장마든 모든 사람들이 다 피해를 보겠지만, 실상 따지고 보면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니라, 힘들게 사는 우리 농민들이나 서민들이라는 사실이다.

 아마 한-미 FTA의 태풍도 우리 농민들에게 우리 축산인들에게 가장 먼저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힐 것이 자명해 보인다. 지난 7월 12일 서울의 상경집회에서 만난 낙우회 회원의 목소리에서 그 사실을 더욱 확인할 수 있었다.

남해에서 젖소를 200두 가까이 키우는 그는 “내가 어렵게 자라 내 아이들에게는 이런 가난을 대물림시키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했다. 그

래서 지금은 비록 빚이 대부분이지만 희망을 조금은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 FTA가 채결되면 가장 먼저 우리 낙농인들에게 피해가 올 수밖에 없고 나는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희망이 되어주지 못한다”며 울분을 삭였다.

 파행으로 끝난 2차 협상
그런 우리 농민들과 서민들의 울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006년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의 신라호텔에서는 한-미 FTA 2차협상이 벌여졌다.

연일 한-미 FTA의 부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수천에서 수만의 사람들이 협상장 주변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번 2차협상의 결과는 한-미 FTA의 앞날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협상중단이라는 파국(?)으로 끝을 맺었다.

이번 협상의 결렬은 우리 정부의 건강보험의 약가책정의 방안에 대하여 미국측 협상대표단이 협상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미 측 대표단은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약가책정 적정화 방안’의 추진을 중단하고 이 방안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을 알려져 미국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협상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는 이번 2차 협상에서 우리 농민들의 이해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농업분야의 양허안을 세부적으로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진 상품 분야와 섬유분야의 양허안과 함께 8월 중순에 일괄 교환하기로 하는 등 적잖은 합의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공공정책도 협상의 대상?
이번 2차 협상의 화두는 단연 약값정책이다. 그런데 이 약값정책이라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공공정책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3일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내어놓았다. 그 핵심은 가격에 비해 약효가 뛰어난 약만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으로 등재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것은 다 제쳐놓더라도 이것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정부의 공공정책이 한-미FTA 협상의 주요 부분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측은 “미국이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 시장의 개방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면서 “우리 측 서비스 유보안에도 교육, 의료는 물론 전기, 가스, 수도 등 공공서비스가 포함됐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약값정책에서 보여 지듯이 미국은 그들에게 가장 군침이 도는 시장인 공공서비스분야에 대한 개방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곧 한-미 FTA 협상이 우리 공공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이어질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농업협상 9월에 종결?
이번 2차 협상의 주요 합의 내용 중 농업부분에 대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상품과 섬유분야와 함께 올 8월에 서로의 양허안을 교환할 것이다.

먼저 지금 돌아가는 것을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얼마전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럽, 중국, 일본, 캐나다 등 많은 나라와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던 FTA에 대하여 시기조절에 들어갈 것임을 내비췄다.

그러나 미국과는 ‘무역촉진권한법’의 시효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내년 3월에는 합의를 본다는 것이다.

또 오는 9월 노무현대통령의 방미가 예정되어 있다. 이 방미에 앞서 3차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아마 두 정상이 만나 FTA에 대하여 일정한 진전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 진전의 주요내용은 8월에 교환하는 농업, 상품, 섬유분야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깨어지는 정부의 거짓말
정부의 일방적인 한-미 FTA의 추진에 대하여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170명의 경제전문가들과 현 정부 전 청와대 관계자들, 한미FTA 반대에 동참했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태주 전 청와대 비서관, 김유선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과 경제학자 170명은 7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FTA는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미국식으로 뜯어 맞추어야 하는 불평등한 경제 협정이 될 것”이기에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순 전 총리와 정운찬 서울대 총장까지도 나서서 정부의 조급함에 지적을 내 놓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에서도 한-미FTA 진실찾기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모든 사실에 스스로 외눈박이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7월 18일 MBC의 PD수첩에서는 ‘한미FTA 진실과 거짓’이라는 프로에 대해 국정브리핑에서 ‘외눈박이’시선 운운하며 진실을 가리려 하고 있다. 또한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어 신문과 방송에 연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자’고만 외치고 있다.

 범국본 시군대책위 구성키로
서울에서 열린 이번 2차 협상 기간 내내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끈질긴 집회를 진행했다. 노동자, 농민, 시민들이 연일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위와 집회를 벌이는 한편 언론계, 보건의료계, 학계, 영화계 등 각 분야의 전문직종 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다양한 비판의견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리고 2차 협상이 끝난 지난 14일 범국본은 “한미FTA 협상을 저지시키기 위해 대국민 선전활동을 광범위하게 벌여낼 것이고, 이를 위해 전국 시군마다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대책위(이하 시군 대책위)를 구성할 것”이라며 지역 조직을 구성할 것임을 밝혔다.

남해에서도 한우협회와 전농, 낙우회, 농협노조와 민중연대등이 이번 7월 12일 상경시위에 함께했다. 한-미 FTA의 저지를 위해 모인 범국본의 단체가 270개를 넘을 300이 넘었다고 한다. 이는 한-미 FTA의 부당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더욱 불어날 태세이다.

우리 남해에서도 대책위에 대한 고민이 나누어져야 한다. 각 급의 상급단체가 다 범국본의 참가단체로 되어 있는 마당에 우선은 가입단체에서부터 지역대책위를 고민하고, 더 나아가 한-미 FTA를 반대하는 남해의 모든 사회단체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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