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남해의 보물은 자라나는 아이들에서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묵묵히 지켜온 우리네 아버지며 어머니입니다. 본지는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소박한 이웃들의 진솔한 모습을 소개하는 ‘보물섬 우리이웃’을 이번 호부터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맞벌이와 육아라는 두 가지 무거운 짐 속에서도 늘 씩씩하고 즐거운 맘으로 생활하는 장영주(33·남해읍·남명초 영양사)씨에겐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다. 언뜻 봐선 특별해 보이지만 엄마라면 누구나 그 비법을 맛볼 수 있다. 단지 시작하기가 어려워 망설일 뿐이지...

그비법은 5년 전 장씨가 첫 임신 4개월부터 지금까지 써오고 있는 육아일기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어릴 적부터 글 쓰기를 좋아한 장씨는 15년여 동안 꼼꼼히 가계부를 쓰는 엄마의 영향도 있었고 연애생활 10년 동안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써온 연애편지 덕분에, 특히 메모하는 생활습관이 몸에 배어 육아일기 쓰기는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씩 쓰다가 점차 얘깃거리가 늘어나면서 육아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생활이 돼버렸어요. 안 쓰면 뭔가 허전하고,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기억들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정도였으니까요” 이렇게 시작된 육아일기는 갈수록 보완되고 다듬어지면서 총 15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인터넷의 한 사이트를 통해 육아일기를 써온 장씨는 2003년, 2004년 연속 베스트 일기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별나다. 대충 하지’등등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왜냐하면 외출할 때도 한 손엔 메모할 수첩, 또 한 손엔 카메라를 챙기는게 필수였으니까…

장씨의 초기 육아일기는 직장과 육아 때문에 일어나는 남편과의 갈등이 대부분을 장식했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승희(6)와 상윤(5)이를 키우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로 인해 남편과 육아문제로 다투는 일들이 많았고, 그 때마다 육아일기에는 하루하루 힘들었던 내용이 채워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도 꼼꼼히 기록해둔 아이들의 성장과정의 흔적들은 월령에 따라 두 아이를 비교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고,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에 흐뭇해하며 입가에 웃음이 저절로 생기더란다.

“시간이 지나 육아일기를 다시 읽어보면 그 때의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오히려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위안이 됐음을 새삼 느끼게 됐다”는 장씨. 그래서 자신있게 육아일기를 써보라고 권한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내 자녀와 온 가족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어려울 게 없다”면서 말이다.

장씨가 육아일기를 쓰면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어린이집 교사와 엄마로서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원에서 생활하는 아이의 행동이나 습관, 태도 등을 묻고 들으면서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큰 도움을 얻게 됐고, 공휴일을 이용해 다양한 체험학습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또한 육아일기 인터넷 모임을 통해 무수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고 나름대로 육아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장씨는 승희와 상윤이가 사춘기때 엄마, 아빠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때 육아일기를 선물해주고 싶은 맘으로 계속 써나갈 계획이다.

그의 남편 정동관(34·군 환경수도과 근무)씨도 “육아일기라기보다는 가족들의 역사가 담긴 가족일기라 생각하면 훗날 정말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육아일기를 통해 아내입장을 이해하고, 아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됐다”고 한다.

한 가족의 역사를 매일 써나간다는 것, 그 자체가 가족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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