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부터 북아메리카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퍼스 카운티 스트랫퍼드라는 도시에서 셰익스피어 연극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다. 이 축제는 톰 패터슨이라는 지역신문 기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영리한 캐나다인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빌려왔고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도시 스트랫퍼드라는 이름까지 그대로 차용했다.  

허가를 받지도 않고, 댓가도 지불하지 않고 그냥 가져왔기 때문에 훔쳐 왔다고 표현해도 사실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매년 셰익스피어 연극축제가 개최되고 있는 캐나다 스트랫퍼드시는 토론토에서 남서쪽으로 150km 떨어진 에이번강을 끼고 있는 소도시다. 매력적인 빅토리아풍의 주택과 잘 손질된 아름다운 정원으로 주말을 낭만적으로 보내기 좋은 곳이다. 원래는 인디언 오지브와족의 습지였는데 굶주림과 갈등을 피해서 유럽에서 이주해 온 스코트랜드인, 영국인, 독일인이 1800년대 초에 정착하기 시작한 지역이다.

1953년 축제를 시작할 당시에는 캐나다 스트랫포드는 철도 교차점이자 철도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지역이었다. 그러나 증기기관차가 디젤기관차로 교체되면서 엄청난 실업이 발생하고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역 경제는 암울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스트랫퍼드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은 희망 없는 지역사회를 활성화하여야 한다는 절박함과 스트랫퍼트를 고전 연극이 공연되는 높은 문화 수준의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추진되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스트랫퍼드에는 연극축제 이외에 도시 내 주요 전시 공간을 만들고, 온타리오와 다우니 거리에는 갤러리 인디제나와 같은 원주민 예술 갤러리, 캐네디언 소울이라는 지역 공예품 상점 그리고 도예, 목판화 공방도 함께 공존하며 예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다양한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개최되고 가구공장에서 다목적 예술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팩토리 163’에서 다양한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몇몇 지자체 간에 소모적인 원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모두가 원조가 아닐 수도 있고 모두가 짝퉁일 수도 있다. 지자체에서 오리지널 원조 논쟁을 벌어지고 있는 홍길동, 변강쇠, 옹녀는 존재 자체가 소설 속에 나오는 허구 인물이고 작가조차도 허균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다. 

남해의 경우에도 서포 김만중 소설의 “구운몽”의 창작지를 가지고 선천설과 남해설로 소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문화라는 것은 실체가 없다. 문화컨텐츠를 창조할 수 있는 문화관광 개발 전략에서는 사실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캐나다 스트랫퍼드에 짝퉁 셰익스피어 축제를 만든 지역신문 기자 톰 패터슨처럼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무모하게 도전하는 엉뚱한 괴짜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규칙과 상식을 깨고 이제까지 가보지 못한 길을 발견하고 과감하게 개척하려는 용기와 열정만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남해는 한국의 셰익스피어인 한글 소설가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다. 서포 김만중 선생은 당대 최고의 학자다. 그 당시 지식인들은 한문을 진서라 하고 한글을 언문이라 하여 멸시하였으나 서포 김만중 선생은 우리의 한글로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창작하여 한글문학과 유배문학을 꽃피웠다. 

캐나다 온타리오는 짝퉁 셰익스피어 축제를 만들었지만 남해는 유배문학의 거장 서포 김만중과 자암 김구, 후송 유의양, 약천 남구만 등의 유배객들이 다양한 장르의 한글문학을 꽃피운 역사적인 곳이기에 충분히 재밌는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문화원형을 가지고 있다. 단 우리에겐 캐나다 톰 패터슨이라는 지역신문 기자와 같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존의 규칙과 상식을 깨고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는 괴짜와 같은 문화기획자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열정적인 문화기획자와 이를 공감하는 주민들이 있다면 남해도 전 세계인이 찾는 세계적 문화예술관광명소로 발돋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셰익스피어 축제
캐나다 온타리오의 셰익스피어 축제
캐나다 온타리오의 셰익스피어 축제
캐나다 온타리오의 셰익스피어 축제
독일 조각공원
독일 조각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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