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건축이 완공된다는 의미는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제다. 

수천 년 전 경주의 석굴암 등 문화재와 건축이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자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고 여러 차례 재건을 했지만 수백 년 전 경복궁 등 건축물이 훌륭한 유산으로 그 역할을 한다. 스페인의 빌바오라는 도시는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빌바오 뮤지엄 완공 후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났다.

그래서 하나의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준비와 노력은 굉장히 신중하고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작업일 것이다. 

현상설계는 말 그대로 새 건축에 대한 경쟁의 장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삶이 존재하는 인간관계와 같이 건축 또한 복잡하고 다양하며 한 번 지어진다면 돌이키기 힘든 부담되는 작업이기에 더욱 신중하고 섬세해야만 하는 심오한 과정임을 알기에 하나의 건축물을 디자인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녹록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이유로 현상설계는 단순히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정에 머물지 않고 경쟁을 넘어 좋은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으로 거듭난다. 서구 유럽에서 있었던 유명한 현상설계의 경우, 세계적 건축가들이 모여 우수작을 선정하지만 선정작 이외의 작품들이 제안한 좋은 의견들을 수용해 실제 디자인에 적용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결과물을 도출한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 

현상설계의 본 목적이 1등을 뽑고 독점적 기회를 주기 위한 법적 제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미래를 위한 가치를 만드는 작업임을 그들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해군 신청사를 위한 설계공모 2단계 심사에서 ㈜디엔비건축사사무소와 ㈜신한종합건축사사무소가 공동 응모안 ‘남해로 5시다’가 최종 선정됐다. 심사위원장 김진욱 교수는 “최종 당선작은 공공청사로서 갖추어야 할 기능적 설계 조건들과 관광요소 역시 충족하고 관광객 유치와 지역의 활성화 계획을 위한 요구를 만족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비공개 된 군민 투표 결과에서도 최종 당선작인 ‘남해로 5시다’가 7개 작품 중 가장 많은 369표를 받은 걸 보면 전문가와 군민 모두가 만족한 결과이다. 건축비 896억 원으로 내년 1월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2023년 2월 착공해 2024년 12월 준공까지 현 청사부지를 확장해 연면적 19,806㎡ 규모의 신청사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청사신축과 관련해서 최근까지도 청사위치 문제, 공무원들이 편하기 위해 청사신축 한다는 등 일부의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것도 들리지만 남해군 청사는 공무원을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는 군민의 행정편의와 어쩌면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측면이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남해군 신청사 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방정부의 정책수행에 있어 극히, 일부 부정적인 여론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정책 전문가 해더 맥기는 이를 ‘수영장 물 빼기 정치’라고 했는데 참고했으면 한다. 

1950년대 미국에는 2,000개 더 되는 공공 수영장이 있었는데, 인종차별 폐지로 흑인과 백인이 함께 공공 수영장을 이용하게 되자, 정치, 언론등 대부분의 정책결정과 여론을 주도하는 일부 백인들이 중심이 되어 흑인들과 함께 수영할 수 없다고 수영장 물을 모두 빼버린 데서 유래한 잘 못된 결과를 말한 것이다. 그 결과는 황당하게도 개인 풀장을 보유한 부유한 일부 백인을 제외하곤 백인들도 수영할 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 일부 부정적인 여론으로 그 정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감안하면 미국의 공공 수영장과 같이 모두가 활용하는 수영장 자체가 없어졌어야 되겠는가 

장충남 남해군수는 신청사를 “수백 년 동안 관청이었던 현청사 부지를 확장해서 건립한다는 결정 순간부터 남해읍 도시재생의 역사가 새로 펼쳐지는 의미까지 담보하고 군민이 원하는 좋은 안이 선정되어 기쁘다”고 밝혔는데 신청사와 더불어 읍성을 일부 복원하여 역사성과 군민과 관광객의 쉼터를 만들고 무엇보다 청사가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닌 군민들이 제 집 처럼 편안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행정공간,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남해군 청사 활성화 운영 방안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작은 문화공간까지 활성화 할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을 세워주길 바라며 남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관광 요소까지 충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 신청사가 건립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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