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영 찬남해읍 봉내마을이장
유 영 찬
남해읍 봉내마을이장

코로나19로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고 모여서 김해공항으로 출발하는 길, 기대 반 염려 반으로 공항에 도착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행객의 모습을 보며 괜한 걱정이었다는 안도의 날숨을 쉬었다. 공항이 비좁을 정도로 여행객이 많았다. 약 10분 15분 간격으로 제주행 비행기가 출발하는데도 쉴 새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에서 제주도가 그렇게 좋은 곳인가? 하는 기대심으로 제주로 향했다. 

비행기 연착으로 오전은 기다림과 비행기에서 보내고 마중 나온 가이드 가방 어깨끈에 ‘2022년 남해 방문의 해’ 홍보 띠를 매어 주는 동료를 보면서 다시 한번 남해군 방문의 해를 맞이하는 남해를 제주와 비교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첫 목적지인 우도. 도선으로 갈아타고 우도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그냥 한 바퀴 아니 우도의 겉모습만 눈으로 담고서 버스가 모자라 (코로나19 영향으로 우도행 버스가 100대 운행하다가 지금은 약 20대 정도, 25인승 소형 버스를 운행하고 있기에 사진 촬영 장소에 잠시 내려주고 다시 여행객을 태우러 가기 때문이다) ‘우도면 검멀레 해변가’에 내려준 곳에서 약 20분의 막간을 이용해 우도 해녀가 잡은 해산물을 사 먹는 기염을 보였다. 

운전기사의 안내방송을 통하여 우도의 자랑을 들었고 우도를 사랑하는 그 기사의 마음을 전해 들었다. ‘오늘은 그냥 가시지만 다음 여행에서는 반드시 우도에서 1박을 하시라’는 당부였다. 펜션을 이용하지 말고 민박을 하시도록 안내하면서 우도 자랑을 많이 하셨다.

당시 내 마음은 왜 남해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으나 약이 올랐다. 남해에도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역사적인 곳도 많기 때문이었으리라. 남해 조도가 있고 또 노도는 어떤가. 남해의 노도는 제주의 우도에 비하여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되지 않는가. 그럼에도 몇몇 사람이나 알고 있는 무슨 문학의 섬이라니.

도민 전체가 영업사원, 편한 주차는 필수

제주에서 느끼는 생각은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올까였다. 그냥 내 생각으론 ‘제주는 오래전부터 관광을 개발해서 소득을 올리는 지역, 제주도민 전체가 영업사원’이라고 혼자 답을 내려보았다. 

남해와 비교해서 절대 관광지로의 우위가 될 수 없는 조건에서도 제주는 관광객이 넘쳐 흘러들었다. 기상악화로 남해를 못 오시는 분이 계시는가? 제주가 남해보다 경치가 아름다운가?
우도를 떠나 성산에 있는 ‘아쿠아 플라넷 제주’를 방문했다. 여기에서 난감했다. 

관광 상품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그만큼 관광객 수가 많아야 수지를 맞출 수가 있겠구나. 투자를 많이 하고 또 관람객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쇼도 개발하고 하다 보면 사람이 많아야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의기소침해졌다.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으로 가는 길에 차가 너무 많이 밀려 정말 짜증날 정도였다. 남해는 시원하게 갈 수 있는데 제주는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로 차가 막힐 정도니 그만큼 관광객이 많다는 게 실감이 나서 치미는 시기의 짜증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회포를 풀고 피곤에 지쳐 잠들고 다음 날 호텔 조식을 하고 잠시 호텔 주변 나뭇가지에 ‘2022 남해 방문의 해’ 홍보 띠를 걸고선 인증샷을 찍으면서 동료들과 버스를 기다려 출발하는데 첫 곳이 제주 ‘월령리 선인장 군락지’였다. 

‘백년초’라고도 하는 선인장은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남방에서 밀려와 해변의 바위틈에 기착한 것으로 보며 멕시코가 원산지라 했다. 감동을 받은 것은 가이드(안내인)의 설명이었다. 월령리는 땅도 척박하여 일반적인 농사로 못 짓고 바닷가에는 현무암으로 둘러져 있는 제주도에서도 아주 못 사는 마을로 이어져 왔는데 지금은 작고하신 前 북제주 군수(민선 1~3기) 신철주 님께서 이곳의 선인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성분 분석과 활용도를 연구 개발토록 하여 제주의 특산물로 관광 상품화했다는 내용이었다. 성함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지금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상품화 되어 있고 또한 나무 데크로 잘 만들어진 산책로와 어우러진 선인장 군락 마을로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결과물이 나를 감동케 하였다. 

또 다시 깜짝 놀라게 만든 것은 제주 한림의 ‘더마 파크’였다. 주차가 편하고 볼거리가 많고 재미도 있었다. 공연을 관람했는데 정말 멋졌고 다들 열심이었고 말들도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광개토 대왕(담덕)을 소재로 공연을 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온 관람석이 꽉 메워 있었다. 여기에서 잠시 소침해 질 수밖에 없었다. 남해에서도 저렇게 훌륭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물론 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많은 관람객이 찾아올 것인가. 어쨌건 관람객이 많아야 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에 비용 생각부터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생각이 많아지는 모습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 제주에서 산삼 배양근을 만났다. 물론 제주에는 산삼이 없다. 설명은 생략하고 산삼의 대중화를 위해 배양근을 만들어 상품으로 개발했다는 것에 이 또한 제주는 정말 많은 관광객이 찾으니까 계속 관광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제주 땅에는 산삼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산삼은 제주에서의 낯설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에서 다시 제주시로 오는 길에 ‘노형 슈퍼마켙’에 들렀다. 잡화를 파는 슈퍼마켓이 아니고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곳으로 2021년 6월 22일에 개장했다는 신상 관광지였다. 입구부터 흑백으로 시작됐다. 이유는 색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라며 ‘노형 슈퍼마켙 에는 색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지금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제주도 흑백사건’으로 불리는 기괴한 현상이 지난 1981년 4월 15일에 처음 발생했다는 신문까지 만들어 걸어두었다. 그닥 내 마음에 차지 않아 한 바퀴 둘러보고 곧바로 퇴장했다. 아무래도 내 속에 여유로움이 부족하여 감성이 없어진 듯했다. 마음의 스산함을 느끼면서 저녁을 먹으러 출발, 맥주와 곁들여 저녁을 먹고 나오면서 느낀 건 남해도 맛있는 먹거리가 많은데 찾는 이가 적고 또 주차장이 열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식당에는 손님이 많아야 먹거리도 충분하고 친절하고 주차장, 식당 규모 등 모든 것이 경쟁에서 우선 될 건데 아직도 제주와 남해의 규모를 보면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은 생각의 반전을 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날 조금 일찍 출발하면서 짐을 다 꾸리고 호텔을 나와 승마 체험장으로 향했다. 제주를 다녀왔다는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한 장 건지려 말을 탔는데 승마가 그렇게 쉬웠나 싶을 정도로 말들은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관광 상품으로 많은 이들의 소득으로 연결되어 찾아오는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털어내는 것도 크다 큰 재주임을 새삼 느끼면서도 싫지 않은 승마 체험이었다. 곳곳에 승마 체험장이 있고 관광버스가 멈춰 있는 것을 보면서 나에겐 모두가 돈으로 보이는 것은 내 혼자만의 욕심일까? 

마지막으로 안내된 곳은 제주 특산물센터였다. 제주의 관광 상품이 한 곳에 진열되어 안내인의 설명으로 또 한 번 관광객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모습에서 희망이 보인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점심도 맛있게 먹고 제주에서의 생각을 정리하며 오후 비행기로 부산에 도착, 남해로 오는 길에 모두가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다녀왔다는 인사로 남해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귀가했다. 

남해의 자산이자 자랑거리를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능력을 키우고 모두가 힘을 모은다면 남해도 제주 버금가는 관광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우리 남해군도 관광소득이 높아지고 친절과 미소로 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고향으로 거듭날 것이다. 다짐과 열의를 품으면서 제주를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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