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나이, 산에 대해 이야기하다
산 사나이, 산에 대해 이야기하다
  • 임종욱 인턴기자
  • 승인 2021.12.03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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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 정성완 과장을 만나다
직무실에 앉아 활짝 웃는 정성완 과장
직무실에 앉아 활짝 웃는 정성완 과장
정상에 선 정성완 경감. 그의 위로는 하늘밖에 없다
정상에 선 정성완 경감. 그의 위로는 하늘밖에 없다

말단 경관으로 시작해 36년 동안 경찰로 봉직하고 올해 정년퇴임을 앞둔 남해경찰서 정성완 과장(고현 도산마을 출신)이 굳센 발걸음으로 한국의 100대 명산을 완등한 7년 동안의 기록 『산꾼 정성완의 산(山)이야기』를 출간했다.

페이지마다 흘린 땀방울과 산에 대한 애정, 산이 담고 있는 인문학적 담론들을 담담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문장으로 풀어 놓아 읽는 이들로 하여금 피켈을 들게 만드는 책이다.
더구나 책의 말미에는 남해에 있는 명산들을 두루 탐방한 경험들도 녹아 있어 더욱 뜻 깊다.

반평생을 바친 경찰 생활과 산꾼으로서의 소회,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남해경찰서 안 청문감사인권관실에서 만나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100대 명산 완등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기가 있다면?
= 어릴 때부터 지게를 지고 삼봉산에 가 나무를 하면서 산에 대해 눈을 떴다. 80년대에는 기술등반(암벽등반)도 배우면서 산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꼭 100대 명산만 올라야 할 산은 아니다. 자주 산을 다니다 보니 경남도청 안 등반팀의 향도가 되어 안내하기도 했고, 산행대장도 맡아 산이 그만 친구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7년 전부터 뭔가 등산 인생의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산림부가 정한 100대 명산 완등에 도전하게 되었다. 감회가 새롭다.

정성완 100대 명산 완등기
정성완 100대 명산 완등기

모든 산이 의미가 있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산이나 등반이 있다면?

= 지리산을 등반할 때였는데(지리산은 70여 회 완등했다) 도중에 반달곰을 만난 일이 있다. 이를 촬영했는데, 영상이 뉴스에도 나와 주목을 받았고, 곰도 무사히 방사했다. 또 버스가 지리산 길에서 곰을 치였는데, 이를 찾아내 치료해주고 자연으로 돌려보낸 일은 지금 생각해도 뿌듯하다. 자연은 우리가 아끼는 만큼 반드시 보답한다.

산이란 선생님께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산은 정직하다. 오른 거리와 시간만큼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이런 점이 우리의 인생행로와 아주 닮았다. 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나와의 싸움의 현장이면서 인내와 극기를 요구한다. 흘린 땀만큼 보답하는 미더운 인격체이기도 하다.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산길을 걸으면서 세상과 우주에 대한 사색까지 이끌어내는 스승이기도 하다.

시야를 넓혀 외국의 산을 등반할 계획도 있는가?
= 그 동안은 경찰 직무에 임하느라 외국에 나가 등반할 기회가 없었다. 퇴임하고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만년설을 자랑하는 유럽의 알프스를 등정하고 싶다. 그 때문에 기술등반도 익혔다. 이런 험한 산은 체력과 기술, 장비가 삼위일체로 갖추어져야 가능하니, 의욕이 샘솟는다.

남해에 있는 산도 거의 모두 등반하셨는데, 느낌은?
= 100대 명산 가운데 섬에 있는 산은 울릉도 성인봉, 홍도의 깃대봉, 남해의 금산 셋뿐이다. 남해 산의 특징은 해발 제로에서 출발해 곧추 올라간다. 결코 낮지 않다. 산에 오르면 사방이 모두 망망대해 바다다. 뭍의 산은 정상에 올라도 주변은 온통 산뿐인데, 남해 산에서 느끼는 호연지기는 붕(鵬)과 곤(鯤)의 기상이 함께 담겨 있다.

등산인들에게 남해 등반을 권한다면 어떤 산을 손꼽겠는가?
= 첫 번째는 남해의 진산 망운산이다. 이어 금산을 빼놓을 수 없고, 납산과 설흘산, 대방산 순으로 올랐으면 좋겠다. 체력을 단련하고 호방한 기운을 온몸에 담는 데 남해의 산만큼 안성맞춤인 산은 없다고 자신한다. 퇴임한 뒤에도 산에서 살고 산에서 죽는 ‘자연인’의 삶을 이어갈 것이다.

경찰 인생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해경찰서 앞에서
경찰 인생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해경찰서 앞에서

36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들었다. 경찰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 무엇보다 저는 서민들과 함께 경찰로 살았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경찰의 가장 큰 보람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높은 직책보다는 국민들의 숨소리를 듣고 어려움을 보면서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리가 늘 좋았다.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퇴직 이후 계획이 있다면?
= 무엇보다 환경 보호에 적극 나서고 싶다. 산을 오르다 보면 기후 변화 때문에 산이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절감한다. 그 많던 지리산 구상나무가 태반이 넘게 고사한 것을 본다. 끔찍한 일이다. 산에 올라 ‘1인 시위’라도 할 생각이다.(웃음) 등산도 늘 할 것이고, 산에 미친(?) 사람을 둔 가족에게 미진했던 사랑도 벌충하려 한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도 병행하고 싶다. 또 제가 동학의 후예인데, 남해는 천도교의 성지나 다름없다. 동학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 등에 대해서도 살펴볼 작정이다. 경찰 때보다 더 바쁠 것 같다.(웃음)

경찰서 정문까지 나와 기자를 배웅하는 정성완 과장. 늘 사람들의 뒤를 챙겨주는 그의 마음에서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경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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