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고창선 作
뚝배기, 고창선 作
봄날, 고창선 作
봄날, 고창선 作
길, 황인수 作
길, 황인수 作

“어렵고 힘든 시절 겁 없이 태어났다.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부모님은 나로 인해 속도 많이 썩었으리라. 내게 무슨 재능이 있는지? 삶에 대한 꿈을 꾼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 같은 일이었다. 내 나이 예순이 되어가던 즈음, 나는 네 명 손주들의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맞벌이하는 두 딸의 아이들을 돌봐주며 농사일을 하면서도 주위에 펼쳐진 순간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바다와 들, 하늘빛과 삶의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은 마음이 문득문득 들었다”.
(고창선 개인전 ‘여는 글’)

삼동면에 자리한 꽃과 나무의 천국, 원예예술촌. 그곳 문화관 2층 전시실에 또 다른 꽃과 나무, 풍성한 열매가 한 가득이다. 두 여인의 특별한 매력을 만나볼 수 있는 두 화가의 개인전이 한 자리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시월을 맞고 있다는 고창선 씨와 다빈미술학원에서 그림 지도를 하고 있는 황인수 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아이들과 같이 그림을 그려보라는 딸의 권유와 지원으로 용기를 내어 붓을 잡았다’는 예순 다섯 고창선 씨는 “내 그림들을 세상에 내보인다는 것이 참 부끄럽다. 형식도 없고, 기술도 없이 아무거나 그리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그렸다. 그야말로 ‘씨사이 할매 그림’”이라고 말하지만 보는 내내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면서 우리의 어린 시절, 부모님과 푸닥거리 하던 유년 시절, 자연 속에서 꿈을 꾸던 그때가 생생하게 ‘추억의 장’으로 손짓하는 것을 느낀다.

고창선 씨는 “내 그림을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늘 응원해준 다빈 미술학원 이진만 원장님과 선생님, 그림 친구들, 진정으로 힘이 되어준 우리 남편과 자식들 덕분에 가슴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들을 캔버스에 하나 둘 옮기고, 내 삶의 이야기들을 그려내는 동안 참 많이도 행복했다”고 전한다.
 
소망이 하늘에 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린 그림

다빈미술학원에서 그림지도를 하며 다른 사람들의 꿈에 색을 찾아주던 황인수 씨 또한 이번 개인전으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나는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언제나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지우곤 했었다. 이렇게 꿈꾸던 내 생에 첫 개인전을 하게 된 것은 나의 아버지 덕분이다. 지난 겨울은 아버지에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던, 지금까지 지나온 어느 겨울보다 추운 겨울이었다. 시간은 멈춰졌고 수많은 생각이 지나갔다”는 황인수 작가. 

그녀는 “부모님의 건강하고 아람다웠던 시절을 생각하다 문득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누구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시던 것이 떠올랐다. 그날부터 나도 어머니, 아버지처럼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부모님처럼 멋지게 살아낼 자신은 없지만 나도 멋지게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꿈꾸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건강해진 아버지 모습을 생각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하시길, 활짝 피어나는 꽃처럼 한 번 더 활짝 피어낼 수 있길 바라면서 꽃을 보며 숲길을 걸으며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몸도 마음도 행복해지고 나의 소망이 하늘에 가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무엇을 담아낼까 골몰하다 한 점 한 점 그려가는 기분, 그러다 어느 지점 즈음 다다라서야 방점을 찍으며 자신의 이름을 살포시 한쪽 귀퉁이에 써가는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시월의 마지막 날에 만난 특별한 두 여인의 그림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무는 이유, 지금 이 기사를 읽는 당신이 알아차려주기를 바라며 11월 21일 일요일까지 전시하니 늦지 않게, 가만히 들러주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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