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유배문학관 로비에 전시돼 있는 '보물섬 남해의 느티나무' 모습
남해유배문학관 로비에 전시돼 있는 '보물섬 남해의 느티나무' 모습

 

남해에 수령이 1200년 정도 된 느티나무로 다듬은 나무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남해 유배문학관 로비에 있는 이 느티나무 조각 작품은 지난 2013년 7월 ‘천년의 귀환 – 보물섬 남해의 느티나무’라는 주제로 선보이기 시작해 최근까지 전시돼 있어 유배문학관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1200년 전이면 통일신라시대 헌덕왕 재임기일 것이니 아득한 삼국시대 후반대부터 오늘날까지 우리 남해군의 오랜 역사와 삶의 흔적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실로 경외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느티나무는 전남 여수시가 바라보이는 남해군 서면 서상리의 성명초등학교 교목이었고 그 이전부터 이 지역의 오래된 당산나무로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해 왔다. 또 이 느티나무는 여수에서 남해를 오가는 뱃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뱃길의 방향을 잡아주는 표적목으로 활용되었다. 그 옛날에는 느티나무 앞 근방이 바다였으며 현재 서면 연죽까지 나룻배가 오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1990년 경 태풍이 왔을 때 이 느티나무가 벼락번개를 맞아 쓰러져 고사해 자르고 있는 중에 당시 건설업을 하던 A씨가 보고 천년이 넘는 시간동안 남해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았을 신령스러운 나무를 땔감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A씨는 중장비 동원 등을 포함해 많은 비용을 들여 옮긴 후 약 2년의 시간동안 자연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듬어 웅장하고 멋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당시 A씨가 설립한 사설 ‘아천문화관’에 전시하게 됐다. 


전시 당시에 우연히 해시계 공장을 구경 온 산림학과 교수가 이 느티나무를 보고 간 후 전국 약 200여 명 정도의 산림학과 교수들과 관계자들이 이 느티나무를 구경하러 다녀갔다. 그 중 나이든 한 교수는 같이 왔던 교수들과 함께 우리 나라 나무 3대 보물이 있는데 이것을 합쳐도 이런 보물이 없다고 했으며 천년동안 자연적으로 조각된 나무는 살아있는 나무 중에서도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고목은 없다면서 ‘보존해 주어서 고맙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과 함께 온 한 사업가는 3억 5000만원의 금액을 제시하며 이 느티나무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이 느티나무 작품이 아천문화관에 전시돼 있을 당시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고 구매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대기업 관련 인사들도 포함돼 있었고 상당한 거액을 제시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진주, 수원에서 오래된 고목(古木) 역사적 자산화 

이 느티나무 작품은 당시 A씨가 설립한 사설 ‘아천문화관’에 전시해 오다가 사업이 어려워져 문화관을 매각하고 결국 유배문학관으로 옮겨오게 됐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당시에 팔려고 하면 높은 가격에 팔 수도 있었지만 이런 고목은 남해군의 역사와 삶을 품고 있는 신물(神物)로써 남해군 밖으로 나가서는 안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후에 오랜 시간이 흘러서 A씨는 사업이 어려워졌고, 문화관이 경매에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남해의 역사를 다 알고 있을 이 느티나무만큼은 밖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모진풍파와 우여곡절 끝에 창고 있는 것을 정현태 전 군수의 배려로 유배문학관에 전시하게 되었다. 정현태 전 군수는 군 지도로서는 대동여지도보다 더 큰 200년 정도 된, 세상에서 유일한 화원이 그린 남해군 지도를 타 지역에 팔면 남해군을 팔아먹는 것과 같다고 자문을 구했더니 감정을 해서 매입해 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A씨는 “(이 남해군 지도는) 지금은 몇 십배를 줘도 살 수가 없는 남해군 보물이 되어 있다. 문화군수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진주시에서는 진주성 호국사 앞에 서 있던 수령 600년 된 느티나무가 2019년 6월에 벼락으로 쓰러져 생을 다한 노거수를 보존하고 있으면서 목재 문화 체험장인 진양호 우드랜드 조성사업에 느티나무 연륜과 진주시의 소사를 스토리텔링하여 진주시의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수원 화성 행궁의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2018년 6월 강풍과 장맛비에 찢겨져 쓰러졌는데, 이미 생명력을 잃은 나뭇가지도 소중하게 부러진 느티나무 가지를 3m 간격으로 잘라 자른 나무마다 숫자를 매겨 보관 중 수원시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영통 단오어린이공원에 다시 복원했다. 

 

느티나무 역사 스토리텔링하면 소중한 자산 가능성

이 느티나무는 지역 정체성을 세우는 중요한 자산이니 느티나무에 관한 역사적인 사실을 발굴하고 중요성을 평가해 스토리텔링을 하면 의미있고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를 거쳐 역사적인 인물들이 유배 등 여러 계기로 남해를 오가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도 이 느티나무 밑에서 쉬어가셨을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남해의 터미널인 셈이다. 


처음 전시 당시에 서면 서상리가 고향인 어느 향우 분은 어린시절 느티나무 밑 둥지 안에서 비바람도 피하고 친구들과 놀이도 하곤 했다면서 다시 한번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해서 고맙다고 연락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의 소유권 소장자도 어려운 형편으로 매각하는 길을 찾아야 할 상황에서 이 느티나무 작품이 남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면서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특히 천년 이상의 수령이면 서면 뿐만 아니라 남해군의 대표 상징물로서 역사적 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군내에서 원형을 보존한 최고 오래된 조각목인 점을 고려해 지역 유물의 보존 차원에서 남해-여수 간 뱃길 표지목과 쉼터의 역할로 두 도시를 연결하고 맺어주는 상징물로 이 느티나무 조각 작품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가 매입해 최근 승인된 남해-여수 해저터널 사업과 관련한 기념관 내에 이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뜻있는 향우회ㆍ동창회에서 이 느티나무 조각작품을 매입해 남해군에 기증하는 방식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