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에는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밥도 먹고, 국내여행도 가끔씩 다니던 재경설천초등학교 36회 동창생들이 금천구청역 부근 ‘김영희 동태찜과 코다리냉면’에서 번개팅을 가졌다. 대부분 백신을 다 맞았고, 얼굴 한번 보자는 취지로 2년만에 남해 후배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난 것이다.

모두 겉모습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안심했다. 오랜만에 지난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식당을 나와 주변 안양천 산책로를 따라가다 길가 평상에 주저앉아 못다 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니 설천초등학교 개교가 100년이 넘었고 우리가 36회이니 우리들이 학교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지 70년이 다 되어 간다. 어느덧 노인이 되어 있는 친구들의 백발을 보며 언젠가 오랜 친구가 보내온 글귀가 떠올랐다.

“늘 선한 마음을 허락하게 하소서.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사람과의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하소서. 건강을 주소서. 그러나 내 삶과 생각이 건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소서. 언제 어디서나 화평한 마음을 허락하셔서 사랑만큼 쉬운 길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늘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하시고, 그 길을 택하게 하소서.”

세월은 우리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고, 인생은 속절없이 흘러갔어도 오랫동안 변함없이 친구의 자리를 지켜온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느끼며, 문득, 이 친구들은 황혼이 짙어지면 날개짓을 하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꿈을 꾸며,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윤기명(설천초 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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