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획자 전미성 씨
문화기획자 전미성 씨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이 대학 새내기 같았던 전미성 씨. 너무 앳돼 보여 나이 먼저 물었더니 놀랍게도 스물다섯이란다. 지난 6월 ‘남해 한달 살아보기’에 지원해 ‘살러 3기’로 힐링의 섬 보물섬 남해군의 매력을 톡톡히 느끼고 그렇게 남해를 경험하는 동안 남해의 살 집을 샅샅이 뒤져 남면에 작은 집을 구했다. 집 계약부터 덜컥해 놓고선 부모님이 계시는 경기도 안산에 올라가서 짐을 꾸리면서 생각했다. ‘나, 남해에서 잘 할 수 있겠지?’ 물론 너무나도 잘 살아나가고 있는 용기백배의 그녀를 청년센터 ‘바라’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대학에서 미디어 중에서도 영상을 전공했다. 막연하게 영상 관련 일을 할거라 생각했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접한 공모사업으로 ‘문화기획’에 눈을 떴다. 

기획의 매력은 ‘타인에게 말 걸기’라고 생각한다는 전미성 씨는 그때부터 하나씩 자신이 할 수 있는 기획, 재미날 것 같은 기획, 있었으면 싶은 기획 등 본인만의 포트폴리오를 쌓아갔다. 그렇게 올해 2월 서울의 한 회사에 문화기획자로 취업이 되었다. 

서울로 출근하는 길이 신이 나야 할 텐데 어쩐지 흥이 나지 않았다. 기획 일은 재밌는데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라는 그 틀 안에서 하는 게 재미없었던 걸까? 서울의 야경이 아닌 새소리, 풀소리가 들리는 숲과 바다가 그리웠다. 

‘서울’이란 키워드는 더이상 설레지 않았지만 ‘문화기획’은 하고 싶었다…미지의 ‘남해’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회사 초년생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혹할 만한 모집 글’을 발견했다. 남해한달살이! 그 얼마나 두근거리는 유혹이더냐. 그길로 사표를 내고 살러 남해로 왔다.

취업하기 전 ‘문화기획교육’이란 4개월 과정의 교육을 들었을 당시 만난 예비 기획자 동료들 사이에서 ‘한달살이’를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 서울내기들의 대부분이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으로 덜컥 갈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다들 ‘조금 있다가, 준비가 조금 더 되면’이라는 핑계로 미뤘다. 

하지만 미성 씨는 달랐다. ‘살러3기’ 모집공고를 보자마자 가슴이 쿵쾅댔다. 미선 씨는 “서울 이란 키워드가 더는 재미 없다는 걸 슬슬 느껴갈 무렵이어서였는지 이 ‘남해살이’의 과정이 어쩌면 제게 ‘연고’를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보였다”며 “실제 ‘살러’의 경우 타지의 한달살이가 ‘여행’이나 ‘휴식’에 좀 더 방점이 찍혔던 것과 다르게 개인의 작업이나 취미, 취업을 독려하는 분위기였기에 도전해 볼 만하다 느꼈다”고 한다.

한달 살러 왔다가 덜컥 취업이 돼…이윽고 남면 주민이 된 청년 기획자

전남 목포의 괜찮아 마을이나 거제도 등이 ‘한달살이’로 인지도가 높았고 남해군의 경우 약간은 생소한 곳이기도 했는데, 그랬기에 더 호기심이 큰 것도 사실이었다고. 한달살이로 경험해 본 남해는 자연을 사랑하는 미성 씨에겐 딱인 작업공간이자 일터였다. 옛 남면보건소 자리가 ‘들락날락’이란 이름의 작은 도서관으로 지역민들에게 소개될 무렵, 그곳의 문화행사를 기획할 사람을 구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일을 첫 직업으로 얻으면서 자연스레 ‘남면’에 집을 찾기 시작했다. 저렴한 보증금의 작은 주택을 구하면서 ‘남해살이’는 확실해졌고 더불어 남해청년센터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강좌’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남해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이뤄지는 ‘영상 수업’에 보조강사로도 일하게 되는 등 남해로의 전입과 더불어 일복도 연이어 선물처럼 안겨졌다.

남해라는 또 다른 ‘문화 블루오션’, 문화예술과 창작의 일거리는 그야말로 무궁무진

창문만 열면 야근 공기마저 달콤한 남해여서 바쁜 요즘도 즐겁다

들락날락 도서관의 문화기획자, 글쓰기 강사, 그뿐만이 아니다. 친구 두 명과 의기투합해 ‘통합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 콘텐츠 사업 또한 준비하고 있다. 미성 씨는 “남해는 문화예술로 할 수 있는 게 많은 도시같다. 유명한 대안학교도 있다보니 교육과 문화 방면으로 길이 열려 있다고 본다. 청년들이 와서 새로운 문화를 발굴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뜻 맞는 청년과 함께 문화예술단체를 만들어 ‘방과후 랩퍼’라는 교육 컨텐츠를 초ㆍ중학생 대상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성 씨는 “서울에서의 나는 ‘회사와 직장 업무’라는 키워드로 본인을 소개했다면 남해에서의 삶은 ‘온전한 나’로 소개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직무 안에서의 일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구현해 낼 수 있는 것을 모두 선택해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게 남해에서 찾은 매력”이라 한다. 

또 “남해한달살이를 통해 ‘관계 인구’를 만들어 갈 수 있어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며 “고사리 밭길의 찬란한 아름다움, 우형마을의 정(情), 남흥여객버스 안에서의 투닥투닥 사람 사는 이야기 등 남해살이의 즐거움을 매 순간 만나고 있다”며 더 많은 청년들이 힐링 남해와의 만남을 미루지 않기 바란다는 과감한 초대의 인사를 건넸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