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에 어떤 발전방향이 남해군에 필요할까? 남해안권의 주요 지자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남해군의 발전정책이 무엇일까? 필자는 남해군이 청정 남해의 자연환경과 기존의 관광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관광휴양 복합산업도시 건설을 제안하고 싶다. 남해군의 기존 관광 인프라에다 휴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한다면 정주와 관광휴양을 복합적으로 아우르는 복합산업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2020~2021년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는 남해군의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남해·여수해저터널 건설 추진, 남해대교 관광자원사업, 국립공원구역 해제 추진, 고령친화도시 조성사업, 바래길 2.0 사업, 관광문화재단 출범, 그리고 남해군청사 추진사업 등이다. 남해군 발전정책의 방향 가운데 관광과 휴양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휴양보다는 해양관광 자체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 이는 남해군이 우리나라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한 열악한 교통입지 조건을 개선하면서 기존의 관광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여 남해안권의 세계적 관광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필자는 남해군 발전정책의 방향에 관광이 중심사업이 되는 가운데 전략적으로 관광보다는 오히려 휴양에 방점을 두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남해군이 휴양을 위한 관광정책 자체를 타지역과 차별화할 때 오히려 세계적인 관광휴양 장소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여긴다. 지금까지 누적된 남해군의 관광 형태를 살펴보면 휴양을 위한 관광정책이 왜 필요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에는 소비가 수반되지 않으면 정책의 실익이 없다. 지금까지 남해군의 누적된 관광 자료를 보면 체류형 관광보다는 당일 코스 관광이 대부분이었다. 사천·창선대교가 개통될 당시에 남해군의 관광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남해에 소비 유발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금까지 남해군민들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겼던 꿈의 사업인 남해·여수 해저터널 건설도 남해군민, 장충남 남해군수, 그리고 하영제 남해·사천·하동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업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남해에 소비 유발 효과의 가능성은 미지수다.

그렇다면, 왜 남해군 관광은 장기 체류 코스가 되지 못하는 것일까? 첫 번째 원인은 관광객들이 당일 코스로 집중 관광이 가능할 정도로 남해군의 10경 대부분이 특정 관광권역에 편중되어 있는데다 면적 또한 넓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쾌적한 숙박 및 레저시설을 포함하여 남해군의 관광 부대시설들이 사천시와 여수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와서 고급 리조트와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체류 관광객들이 늘기는 하지만 남해군의 관광 경쟁력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어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남해군은 청정 남해의 입지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관광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남해군이 발전정책의 우선순위에 휴양을 위한 관광에 두고 남해군의 누적된 가치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남해군의 미래 경쟁력이 창출될 수 있다. 마치 유럽의 알프스산맥 일대가 세계적인 휴양의 명소가 되고 있듯이, 남해군의 전체 권역이 청정 자연환경과 배산임수형 온화한 정주 타운의 장소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휴양의 최적지로 손색이 없다. 게다가 남해군이 이미 장수 고장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어 관광휴양도시로서의 브랜드 경쟁력도 충분하다.

일부 지자체들이 건강과 관광휴양도시를 표방하면서 휴양도시 흉내만 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남해군은 전체 권역을 대상으로 어미너티(amenity, 쾌적성)의 개념을 철저하게 적용하여 명실상부한 휴양도시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면 관광휴양도시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미너티 도시의 모델은 영국에서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슬로시티와는 성격이 다르다. 농촌 어미너티 건설은 지역의 장소적 가치와 산업을 복합적으로 연계할 수 있어 남해군 같은 지역에 적합할 수 있다.

휴양타운 조성을 위한 고급 리조트나 숙박시설 건설 방안은 근원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정주와 휴양이 조화되는 복합타운 건설을 제안하고자 한다. 남해군은 LH공사와 MOU를 통해 20년 장단기 발전계획에 의해 최소한 1년에 1개 마을 이상 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남해군이 선도적으로 한옥 마을형, 스위스 마을형, 독일 마을형, 그리고 미국 마을형 등에 이르기까지 한옥과 서양 가옥을 조화시키는 복합적인 정주·휴양 타운의 건설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정 남해의 자연환경, 남해 고유의 역사 및 문화예술 자원, 남해 생물종 다양성, 생태계, 농경작지, 해양수산자원, 그리고 농어촌 공동체의 독특한 문화나 전통을 복합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다.

남해군이 남해만의 차별화된 정주·휴양 타운을 건설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마을의 폐가를 활용하는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물론 남해군이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정주·휴양 타운 건설의 기본 토대를 다양한 폐가 활용방안에서 찾아 실효성 있게 실행하길 제안한다. 남해군이 LH공사와 MOU를 체결하여 문화예술인 대상 장기임대사업, 일반 귀촌 예정자 대상 1~3년 체험사업, 그리고 전월세 방식의 장기 임대 세컨 하우스 사업 등도 시행 가능하다. 특히 전국 각지의 문화예술인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여 이들이 미술, 조각, 앤티크, 공예, 문예창작, 그리고 식물정원 등과 같은 창의적인 활동을 하면서 전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 문화예술인은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고, 남해군에는 장기 체류 휴양객들이 늘어나고 귀촌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자원도 풍부해질 것이다.

요즘 4차산업혁명시대의 여파로 육체적인 노동이 오히려 영혼을 치유하는 수단이 되고, 대도시와 지방의 공간적 거리의 개념이 해체되고, 그리고 관광의 추세도 휴양을 위한 장기 체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친환경 식재료와 식품을 판매하는 호울 푸드 마켓(Whole Food Market)을 인수하여 지역 농산물을 통해 지역인, 소비자, 그리고 전 지구인(Whole Food, Whole Place, Whole Planet)을 가교하고 있고, 이미 한국에도 젊은 청년들이 농업에서 대안적 삶을 찾으며 복합산업(소위 6차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지속 가능한 남해군의 발전방안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아울러 남해군 발전정책 관계자들은 세수의 확충이나 인구 및 고용 유발효과 등을 고려하여 남해에 외부로부터 혐오시설이나 자연환경 오염시설을 섣불리 유치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청정 남해를 지키는 것이 남해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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