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문화발전의 현장에서 평생 농악에 열정을 쏟고 예술혼을 불살랐던 화전농악전수자 박희오 옹(翁)이 지난 10일 향년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박희오 옹하면 화전농악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서면 서상리 장항마을에서 태어나 박 옹은 성명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부터 남해화전농악 기능보유자의 길을 걸었다. 

남해 특유의 가락으로 평가받는 질굿, 거듭나기굿 등 경쾌함이 특징인 화전농악을 중심으로 박 옹은 남해문화원 문화학교를 통한 풍물강연,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농악 지도 등 남해 풍물의 맥을 발굴하고 이어가기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화전농악의 맥은, 남면 석교리의 전수자인 한석동(1866~1943) 옹이 한회포, 한점식, 전찬기 등으로 전수하였고, 한점식(1903~1965) 옹이 박희오에게로 전수했다. 한점식 옹이 상쇠를, 박희오 옹은 끝쇠를 잡아 여수와 남해군 일대를 순회하면서 농악을 보급하는 데 헌신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노력과 열정이 켜켜이 쌓여 박 옹은 화전농악단을 이끌고 1986년부터 개천예술제의 우수상 3회, 최우수상 2회를 수상했고, 42회 개천예술제에서는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제24회(1992년) 경남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눈 상쇠 개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군외에서 뿐 아니라 군내에서는 지난 1997년 시작된 ‘제1회 남해문화의 날’ 행사에서 <남해문화상>을 수상했으며, 많은 군민들의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으며 ‘제1회 군민대상’을 받았다. 

아울러 박 옹이 이끌었던 화전농악단은 군내 각종 행사에 출연하여 화전농악을 시연할 뿐 아니라 마을의 안녕과 풍농, 풍어를 비는 행사에 참여했으며 남해선구줄끗기, 화계 배선대의 민속놀이의 일부인 풍물을 담당하여 지도하는 등 남해의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남해의 고갱이(핵심)를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에 대한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고 상쇠소리처럼 우리를 맴돌 것 같은 상상은 나만의 착각일까. 박 옹이 남해농악의 신선(神仙)으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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