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미조 포구 바다 공원에 가면 애정으로 가득찬 시비 하나가 보인다. 자칭 ‘오인태 시인과 미조포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립기금을 모아 세운 이 시비는 1997년 미조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된 남해 사랑의 대표 시인인 오인태의 시 ‘미조 포구’를 그린 것. 

남해교육지원청 장학사로 근무하다 현재는 이웃 하동군 묵계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해 있는 오인태 시인이 10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인 ‘슬쩍’을 그야말로 넌지시 건넨다.  
시집을 열자마자 마주치는 ‘나, 너무 오래 지상에 안주했네’(시, ‘날아라 펭귄’ 전문) 시부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실은 또, 살아지는 것’(시, ‘일몰’ 전문)

까지 이번에 발간한 시집 ‘슬쩍’에 수록된 시들은 대부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우리네 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뜨다가, 뜨겠지’가 시 ‘한 술의 생애’의 전문이다. 단 여섯 글자의 파격적인 형식으로 ‘생애’를 보여주는 시인의 화법이 신선하다. 

오인태 시인의 친구이자 ‘바다의 노래’라는 시집으로 연일 화제를 몰고 온 정현태 전 군수는 “오인태의 이번 시집 ‘슬쩍’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 펼치자마자 끝까지 단숨에 다 읽었다”며 “생과 사가 ‘뜨다’라는 한 단어로 절묘하게 수렴되는 극단적 압축 속에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본질을 통철(洞徹)한다. 사유의 지방질이 다 빠진 자리에 깨달음의 알맹이들이 진주처럼 빛나는 순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끝으로 남해 미조를 문학적 고향이라 일컬을 정도로 미조 사랑에 남달랐던 그가 이번 시집에서도 시 ‘남해에 오시려거든’을 통해 사랑을 풀어냈다. 감상을 위해 전문을 아래에 싣는다. 
 
‘남해에 오시려거든’
사월에 오시다/ 제법 해가 길어진// 정오쯤 미조포구 도착해서 도다리쑥국이든 멍게비빔밥이든 시장한 마음 점 하나 찍고 조선소 앞 오인태 시비도 둘러보고// 좌로 돌면 동백꽃 오십 리/ 우로 돌면 유채꽃 오십 리// 때마침 앙등하는 치자꽃 향기와 고샅마다 멸치액젓 달이는 냄새와 건들건들 비릿한 바람과 잠깐, 유채나물 겉절이라도 무친 알싸한 몸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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