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굿놀음보존회 김정준 회장과 부인 장영주 님. 둘다 보존회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집들이굿놀음보존회 김정준 회장과 부인 장영주 님. 둘다 보존회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남해는 관광의 중심지답게 여러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지역의 구성원 모두가 모여 마을과 고장의 안녕을 기원하고 재난을 물리치려는 간절함이 일궈낸 결실이다. 그런 축제의 전통 중에는 오래 전부터 향토의 곳곳에서 연희되다가 전승되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불꽃을 태우고 있는 놀이도 있다. 세월이 흐르고 세태가 달라지면서 변모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길이 보존되어야 할 남해의 전통 축제가 과연 긍정적으로 계승되고 있는지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고현집들이굿놀음은 유래가 무척 오래된 전통 연희다. 원래 출발은 고현면 오실마을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전에는 ‘오실집들이굿놀음’이라 불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 집을 짓고 집들이 연희를 열면서 집안의 복록을 부르고 마을의 안녕과 무탈함을 기원하려는 데서 발상했다.

놀음에 필요한 음식이며 술과 안주 장만에 드는 비용은 집들이를 하는 집안에서 내지만, 참여는 동네 사람 모두가 함께했다. 그만큼 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네 전체의 경사로 인식한 탓이 컸다. 현재는 50여 명 정도의 사람들이 각자 구실을 맡아 참여하는데, 예전에는 그 인원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놀음의 진행을 보더라도 한 집안의 잔치만 아닌 것이 분명하다. 매구패가 앞장서고 집안과 동네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그 뒤를 따른다. 동네 어귀에서 상쇠가 우렁찬 함성으로 시작을 알리면 매구패는 동네 당산나무와 공동우물부터 들려 마을의 무병장수와 영세안녕을 기원한다.
그런 뒤 집안으로 들어가 부엌이며 곡식창고, 장독대 등을 다니며 집안의 미래를 축원한다. 이어 재액은 막아내고 행복은 지켜주는 ‘업’을 맞이하는 과장을 진행한다. 업이 무사히 자리하면, 그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 매구패들의 신명나는 공연이 이어진다. 12발 상모가 춤을 추고, 북이며, 장고, 징, 꽹과리, 소고를 맡은 패들이 그들만의 필살기를 선보여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지금은 연희시간이 1시간 안팎이지만, 예전에는 놀음을 시작하면 흥에 겨워 밤을 새우기도 예사였다고 한다.

집들이굿놀음보존회를 맡아 꾸리고 있는 보존회 회장 김정준 씨를 만나보았다.

보존회는 2005년부터 태동했는데, 한 마을의 인원만으로는 사람이 부족해 고현면 뿐만 아니라 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기량도 남달라 2014년에는 제55회 전국민속예술축제에 나가 동상을 수상하는 등 입상 경력도 여러 차례다. 또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 때면 초청을 받아 공연하기도 했단다.

2019년에는 경남 무형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한 신청을 해 심사공연을 갖기도 했는데, 절차가 까다로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지정이 되면 굿놀음은 전국적인 연희 문화재로 성장할 듯하다.

단원 모두가 의욕은 넘치지만, 고충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참여하는 분들이 대개 고령이라 뒤를 이어줄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절실한데, 이것이 수월하지 않다고 했다. 또 작년부터 만연한 코로나19 때문에 지역 축제가 아예 열리지 못해 공연은 물론 연습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준 회장도 여러 모로 고민 중이라고 한다. “유사한 연희를 공연하는 단체와 뜻을 같이 해 활력소를 찾으려고도 하고, 군청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방법으로 후원을 받아보려고도 하는데, 아직은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해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자체는 지금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지역이 건강하게 유지되도록 누구나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지역 고유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보존회 단원으로 참여하거나 후원을 하시고 싶은 분이 있다면, 총무를 맡고 있는 장영주(m.010-7148-5703) 씨에게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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