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의 역할과 그리고 기자들의 사명은 무엇일까? 독자들로부터의 취재요청과 군청을 포함한 기관의 보도자료, 기사제보 등을 받고 현장취재를 나가면 많은 얘기를 듣게 된다. 정치 얘기부터 인구감소, 마늘 값, 시금치 값, 소 값, 양식어장의 판로와 가격, 남해읍 시장의 경기와 장날 분위기, 읍상가 얘기 등 남해 지역경제까지 나라와 남해 전반에 대해 많은 세상 얘기를 듣게 된다, 남해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얘기를 남해에 살고있는 누구보다 가장 많이 듣게 되고 대부분의 얘기가 정치 얘기부터 시작을 해도 뭐니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 지역경제에 대한 얘기가 결론이 된다. 하긴, 먹고사는 문제보다 근본적인 얘기가 있을 수 있겠는가. 늘 지역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 아무래도 남해 현실에 대한 걱정, 남해미래와 그 준비에 대한 걱정을 더 현실감있게 접하고,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신문사 일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가장 많이 만나서 얘기하고 늘 가장 많이 만나는 사람이 기자들이다. 기자들의 많은 특징 중 하나는 남해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듣고 접하다 보니 아는 체를 많이 하고 때로는 ‘잘난 척’도 한다. 

나 자신이 모르고 있던 정보나 얘기를 자랑질하거나 잘난 척 할때면 고맙고 귀여울 때가 더 많다. 기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늘 살펴보는 게 직업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늘 ‘나라와 남해 걱정, 세상 걱정’을 하는 집단이다. 어찌보면, ‘꼰대’와 습성이 비슷한 것 같다.

꽤 오래 전, 신문사에 근무하기 전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읽으면서, 이 책에서 다루는 정치가 얘기보다는 기자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책에서 정치가가 갖춰야 할 자질로 꼽는 것이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이다.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가의 열정은 바로 그가 가진 ‘합법적 폭력행사권’이라는 수단 때문에, ‘책임의식’으로 통제되고 조절되지 않으면 지극히 위험하고 파괴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기자들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정치가가 ‘칼’을 다룬다면, 기자는 ‘펜’을 다루는 게 다를 뿐이다.

베버는 이렇게 설명한다. 

“저널리스트는 일종의 아웃사이더 계층에 속하며, 이 계층의 사회적 평가는 늘 이 계층에서 윤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이들을 기준으로 내려진다”, 그리고  기자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힘 있는 권력자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아부를 받으며(왜냐하면 모두들 기자를 두려워하니까) 그들과 교제한다. 그러면서도 기자가 방을 나가기 무섭게 손님들에게 자신이 ‘신문기자 나부랭이들’과 교제하는 것을 특별히 변명해야만 한다는 걸 빤히 알고 있고 신속하고도 설득력 있게 자기 입장을 피력해야 하고, 볼품없이 천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막스 베버의 글은 저널리스트가 아닌 정치가를 설명한 글이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뚫으려는 널빤지가 다를 뿐 기자의 책무도 비슷하다고 본다. 100년 전 막스 베버의 책을 빌어 우리 기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베버는 저널리스트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끝맺는다. “세상에 이상한 상황에 모든 일이 일어남에도 이 계층에 탁월하고 참으로 순수한 사람들이, 독자들이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남해신문 기자들도 그러한 순수한 마음으로 32년을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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