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차관·예술의전당 사장·국회의원을 거치며 문화예술행정가로 일한 김장실(65) 향우가 <트롯의 부활-가요로 쓴 한국현대사>를 출간했다.

김 향우는 머리글에서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했다. 취미나 특기를 묻는 난에는 거의 예외 없이 노래부르기라고 적었다. 고향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은빛모래 해수욕장을 드나들던 연락선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뜻도 모르는채 따라 부르며 유행가를 배웠다. 그런 연유로 직장은 물론 동창회, 향우회 등 여러 모임과 회식 자리에서 자청이나 권유로 반주 없이 육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트롯 가요를 무척 좋아했다는 추억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문화부 제1차관을 하고 쉬고 있을 때 한국 대중가요를 연구하고 있는 저에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학술연구비를 지원해주신 서울대 사회대학장과 아시아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임현진 학술원 회원님과 아시아연구소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 많은 조언을 해주신 분들과 제 아내와 아이들의 끊임없는 관심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 향우는 책에서 일제강점기부터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까지 각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의 뒷얘기와 그 안에 담긴 사회상을 풍성하게 풀어냈다. 그는 “경남 남해군 상주면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도록 용기를 북돋워 준 가수들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애리수의 ‘황성옛터’(나라 잃은 민족의 설움)로 시작하는 책의 18개 장은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80년대 유흥가의 사랑 풍속도)까지 380페이지로 마무리된다.

그 60여년간의 이야기는 빌보드차트와 아카데미 시상식 주역으로 우뚝 선 한국 대중문화의 든든한 토양이 됐다고 김 전 차관은 말했다. “한류 열풍이 우연히 터진 게 아니다. 과거와 연결이 돼 있고, 끊임없이 융합하고 변신하면서 오늘에 이른 것이다. 1920년대 일본을 통해 이식된 서양음악은, 1960년대 미 8군 무대에 선 한명숙·최희준·패티김 같은 새로운 가수들을 통해 변한다. 그리고 1960~70년대에는 포크와 록, 디스코 리듬과 만나고 1990년대에는 랩이 등장하죠. 음악은 끊임없이 융합하며 변신했고,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좁은 국내 무대를 넘어 세계 시장을 개척하면서 보아와 싸이가 나왔다”. 

그는 최근 가요계 태풍이 된 트로트의 인기에 대해서도 ‘K트롯’으로 정의하면서 “하나의 장르로 해외에서 성공해 한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1972년 가요계 최대 라이벌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던 나훈아와 남진이 각각 ‘고향역’과 ‘님과 함께’를 발표한다. 각자의 대표곡이 된 이들 노래를 통해 두 사람은 당시 시대상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냈다. ‘님과 함께’의 경쾌한 리듬에 고속 성장과 경제 발전을 이뤄낸 자신감이 배어있다면, ‘고향역’의 애잔한 선율에는 이촌향도(離村向都)가 남긴 좌절과 한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다.

김 향우는 도전하는 인물이다. 자기 앞에 놓인 여러 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 뜻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삶을 살아왔다. 
세간의 잣대로는 시골 어촌마을에서 태어난 것도, 공고를 졸업한 것도, 지방대 출신인 것도 앞길을 가로막는 장벽이었겠지만 그는 이것들을 모두 보기 좋게 뒤엎어 쳤다. 우리 사회에서 ‘공돌이’라 불리던 공고 출신이 행시에 합격하고, 국비유학으로 미국 하와이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받았다. 그는 문공부에서 근무하다 전두환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하기 시작하여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까지 10여 년간 그곳에서 근무하였고, 노무현 정부 때는 총리실에서도 일할 정도로 성실하고 유능하다.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이명박 정부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제 1 차관이 되었고, 예술의 전당 사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후보 시절 제19대 국회의원이 되어 정관계를 넘나들며 국가를 위해 일했다.

정두수 작곡가는 김 향우의 노래를 듣고 “노래를 참 잘한다”고 칭찬했으며 지인들과 향우들도 김 향우의 노래를 칭찬했다. 남들이 인정하는 노래실력으로 2015년 11월 그는 프로 일류가수도 서기 힘든다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였다. 이런 노래실력이 많이 알려져서 작년 하반기부터 조갑제 TV에 주 2회(금, 토 저녁 7시) 노래를 부르고 해설하는 ‘동초 김장실의 노래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김 향우는 “이런 평가들이 직업 가수는 아니지만 트롯 노래에 애정을 계속 살려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했다.

김 향우는 “수많은 난관을 뚫고 이렇게 위대한 역사를 성취한 한국인의 삶을 어루만지며 이끌었던 것이 바로 한국의 대중가요이다. 한국의 대중가요는 아무리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의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며 지금까지 한국인의 감성을 이끌었다. 굴곡 많은 한국사와 호흡을 같이하며 우리의 대중가요는 지금까지 온갖 풍상을 겪은 한국인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의 역사와 우리 대중가요의 흐름은 서로 떼고 싶어도 도저히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한국가요 백년사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가요가 나왔다. 수많은 노래들 중에서 한국사에서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18곡으로 이 책을 마무리하는 것은 대단히 아쉽다. 다음에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도전할 수 있으면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해보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의들의 깊은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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