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지로 남해는 어떨까? 실제로 남해로 귀향해 농사를 짓고 있는 분을 찾아 나섰다. 남해읍 출신으로 2016년 귀농한 류창춘(56) 향우가 인터뷰 대상이다. 그는 고(故) 류동구·양종심 부부의 2남 3녀 중 차남으로, 현재 남해읍 외금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류창춘씨는 백두대간 단독종주를 4번이나 한 이력의 소유자다. 누구나 한 번쯤 백두대간 종주를 꿈꾸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는데, 그는 단독으로 4번이나 완주를 했다. 그중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대한민국 최초로 산악자전거로 종주를 했다. 그런 도전정신과 의지로 농사를 짓고 있다니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재경남해군향우회 구덕순 회장과 함께 지난 4일 그를 만나 귀농 이야기를 들었다. 

▲ 귀농지로 남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년시절을 남해에서 보냈다. 대학 땐 관현악을 전공해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젊었을 때는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서울로 돌아와 뷔페식당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였으며, 요리사 생활을 은퇴한 후 고향으로 내려와 2016년 9월부터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 귀농 전 남해에 대해 공부하니 어땠나? 그리고 실제 귀농해서 남해에 살아보니 어떤가
“지금도 쉴 틈 없이 남해군을 돌아다니며 토질과 토양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 남해는 척박한 땅을 가졌다. 마늘과 시금치가 어떤 땅에서 잘 자라는지 연구하고 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국토양은 묵혀두면 산성화되기 때문에 경작하는 농지의 토양을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여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땅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귀농 후에 남해지역사회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유년시절을 남해에서 보냈지만 객지생활을 많이 한 탓이라 처음에는 남해 특유의 투박한 말투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군민들이 약간 냉랭한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았다. 군민들이 보다 친절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귀농 귀촌하는 분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아울러 귀농 귀촌을 하신 분들도 적극적으로 현지인과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어떤 작물을 재배하며 수익성은 있나
“마늘, 시금치, 미니 밤 단호박, 키위 등을 재배하고 있다. 농작물은 종류에 따라 거름, 햇빛, 기온, 산소, 토질, 수분 등 필요한 조건이 조금씩 다르다. 토양이 제일 중요하므로 농지마다 토양에 맞는 작물을 심고 가꾸고 있다. 요즘 멧돼지로 피해가 많다. 3년 전에는 고구마 밭을 초토화 시켰다”

▲ 판매가 어려울 텐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나
“농산물은 재배도 중요하지만 판매가 중요하다. 수확한 농작물은 주로 인터넷 택배로 판매하고 있다. 아직까지 큰 이익은 생각지도 않으며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 귀농정책, 또는 귀농후 정착과 관련해 남해군에 바라는 것은
“농촌지역은 텃세가 심한 것 같다. 1992년 허버트 스타인(H. Stein) 교수는 미국 대통령 당선자 클린턴에게 “20년 후 미국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려보고 그런 모습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4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남해가 자랑할 수 있는 건 자연인가, 인심인가? 남해 사람들이 남해는 좋은 곳이라고 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남해를 찾는 사람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남해 특유의 스토리를 만들고 여러 방면에서 남해 알리기 노력을 펼쳐야 한다”

▲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남해를 추천하실 수 있나
“남해는 대규모 농장을 운영할 사람은 귀농할 곳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면적이 좁고 토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풍수해의 피해도 적지 않는 곳이다. 재배할 작물에 따라 토질이나 환경이 맞는 땅으로 지역을 선택하여 귀농해야 한다고 추천하고 싶다. 고창이나 해남에 가보니 땅이 넓어 농사짓기에 좋아 보였다. 남해군은 귀농보다는 관광지로 더 적합한 곳이다. 퇴임 후 텃밭이나 가꾸려면 고향을 찾아오는 것도 무방하다고 본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농촌에서 60세가 넘으면 남자들은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가 않는 것 같다. 농사짓는 일은 남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정년이 없다. 꾸준히 농지의 토질을 개선하고, 토질에 맞는 여러 가지 작물을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 현재는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농지 임대료, 농자재비, 시설비, 농기계 등 1만원을 벌면 8,000원은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귀농인들은 농업정책 행정에만 의지하면 안 되고,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한다. 지자체에서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 남해 원주민들에게 바라는 것은
“매스컴에서 남해군이 인구감소로 30년 뒤 소멸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듣고 걱정만 하지 말고 30년 뒤 시로 승격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도시인들이 농지와 집만 있으면 가능한 게 농사가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절대 그렇지 않다. 웬만한 자영업보다도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농사다. 아무리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을 받아도 최소한 투자할 비용이 억대 이상이 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도시에서 살고 있다가 고향생각이 나거나 농사를 지어보고 싶어서 농촌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짓는 것은 귀농이 아니라 귀촌이다. 또한 귀농인을 위한 대규모 융자를 받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농사를 지어 큰 수익을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에는 어려운 구조이다”
진실하고 성실한 류창춘 향우는 “남해에서만 느낄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 미래는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인터뷰 내내 그의 활기차고 늠름한 모습, 그리고 농사에 대해 투자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농사로도 꼭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