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에 불 지피며
아궁이에 불 지피며
  • 남해신문
  • 승인 2021.01.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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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욱 시인<br>​​​​​​​시집『앵강만』(2019) 저자
문성욱 시인
시집『앵강만』(2019) 저자

땔감 나무가 없어 늦가을 추위가 오기 전에

산에 가서 낙엽을 끌어모았다.
겨울을 나기 위한 월동준비
연탄보일러가 나오기 전의 옛 이야기, 

그해 겨울, 마른 장작은 빨리 타기에
생솔가지 중간에 넣으며
눈물 흘렸던 아궁이에 불 넣기,
오래된 부뚜막 틈새 연기 막을 길 없다.

어머니의 소망이 담긴 정화수 
부뚜막 옆에 섣달 그믐날 촛불 밝히던 추억이
겨울 바람에 밀려오건만 나무 부살개*
갈비*는 지금 없다.

소죽 쑤기도 일이었지만 이제는 
외양간도 철거되고 없는 오래된 집
말 못할 걱정을 적은 일기장 불태웠지만
근심은 타지 않았다.

남은 불씨에 고구마 구워
옹기종기 모여 보낸 긴 겨울
어린 시절의 기억
굴뚝 연통 속에 숨어 잠들었다.

아궁이에 장작불 지피며, 
이 겨울 추위 녹일 수 있는 
마음의 잉걸불 놓고
문틈 막아본다.

* 부살개 : 불쏘시개의 방언
* 갈   비 : 솔가리의 사투리이며, 남해말로 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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