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길길이 날뛰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제주 올레의 눈부신 성과에 반해 전국에 걷는 길 열풍이던 시절. 남해바래길 또한 2010년 문체부가 선정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지정되면서 그 무리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하지만 화려한 시작에 비해 과정은 비탈졌다. 민간의 애향심과 사명감에만 기대기에 길은 방대했고 격변했다. 바래길 2.0이라는 이름으로 바래길 10년을 다시금 정리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자 남해군에서는 전문가를 찾고,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시스템의 최전선에 있는 총괄자이자 기획자. 윤문기 문화관광과 바래길팀장. 지난 3월 9일 근무를 시작한 그의 6개월 궤적을 따라 바래길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2011년 문체부 심사 때 남해에서 뵌 적이 있다. 10년 전 심사위원으로 뵈었던 분을 남해군 바래길 팀장으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그때 그 현장에 계셨다니 정말 반갑다. 아마 구운몽길 심사 때였을 것이다. 남해로 오게 된 건 다시 길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였다. 조선일보사 출판국 기자로 시작해 ‘자전거’에 빠져 월간 자전거생활 편집장을 했다. 이후 걷기출판팀 팀장으로 총 7권의 책을 내고 (사)한국의 길과 문화의 상임이사 겸 사무처장을 맡았다. 2009년부터 ‘발견이의 도보여행’이라는 2만 회원이 활동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0년 2월까지 동해안 해파랑길 770㎞ 노선개발과 운영관리 책임자를 맡았다. 코리아둘레길 4500㎞ 기본구상 책임연구 및 노선 실사팀 운영총괄을 책임졌고, 작년에는 경기도 순환둘레길 863㎞ 노선개발 및 기본계획을 맡았다. 현존하는 가장 긴 길인 동해안 해파랑길(770㎞)의 노선개발 책임자로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니, 정말 길이 더 그리웠다. 두발로 걸을 수 있는 길 위에서 길을 만들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던 차에 공고에 닿았고, 바래길 팀장으로 합류하게 됐다.

▲바래길 업무를 맡은 지 곧 6개월이다. 그간 ‘바래길2.0’이라는 이름으로 바래길 비전을 전하는 등 바쁘셨겠다=‘램블러’라는 어플을 아시는지. 그걸 통하면 현재 본인이 어떤 길 위에서 얼마나 걷는지, 현장 사진도 모두 기록된다. 지난 6개월간 130회 정도 바래길 현장을 걸었더라 (웃음). 서울 사는 가족들이 남해에 오지 않은 주말인 경우에도 거의 바래길 현장에 간다.가장 먼저 한 일은 남해유자와 치자, 남쪽바다를 상징화한 바래길 로고 만들기였다. 이어 끊어진 길을 잇고 위험구간을 찾아 협의하는 등 19개 코스를 정리해냈다. 특히 보행안전성 자체가 담보되지 않는 위험 구간의 경우 총 10곳 정도 되는데 3곳은 정비했고 4곳은 현재 견적을 받아둔 상태다. 어플리케이션도 막바지 보완 중이라 곧 시행될 것이고 남해바래길2.0이라는 다음카페를 통해 바래길 코스 소개와 바래길 예약 링크까지 안내해뒀다.

▲노선정리가 끝났다고 들었다=바래길2.0은 바래길 개통 10주년을 맞아 향후 10년을 준비하며 전면적인 고도화 리모델링 추진을 뜻하는 표현이다. 10일 이상 머물며 걷는 중장거리 탐방로로 총 231㎞거리로 코스를 정비했으며 그 안에 쭉 이어진 본선코스16개와 읍내바래길, 노량바래길, 금산바래길이라 해서 지선코스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3개를 둬 총19개 코스로 정리했다. 남해바래길 사람들과 바래지기들의 무한 협조와 문화관광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단시간에 가능했다고 본다. 정말 고맙다. 새로운 노선개발과 기존노선 조정을 위해 노선변경 설명회도 수차례 갖고, 활성화방안 설명회도 바래길사람들과 바래지기뿐 아니라 관내 게스트하우스 및 숙박업소 관계자 대상으로도 가졌다. ‘장기체류형 걷기여행 인프라 구축을 위한 픽업 및 샌딩서비스’는 숙박업소의 협조가 중요해 설명회를 가졌고 현재 5곳 정도 참여하는데 이분들도 ‘바래길’ 홍보 효과를 보고 계시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낚시, 자전거, 걷기에 이어 요가와 명상까지 다방면에서 재주꾼이시다. 특히 바래길을 명상존으로 녹여내는 모습이 감동이다=‘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행동, 그것이 행복의 요체다’. 이는 바가바드 기타에 나오는 말이기도 한데 여기서 하루하루 체득하는 것이기도 하다. 모두 내가 좋아 시작한 일이고 평온을 구하는 행위다. 앵강다숲에서 요가와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바래길에 요가나 명상, 커피 등 다양한 문화를 얹어 길을 풍성하게 할 수 있다. 바래길의 매력은 길 자체에 변화가 굉장하다는 것이다. 바다였다가 내륙과 산으로 바뀌는 등 길에서 맞닥뜨리는 예사롭지 않은 풍광에서 ‘아름다운 변화’가 많다는 걸 매 순간 느낀다. 그러하기에 전국 숱한 걷기 길 사이에서도 바래길 인기에 대해 별 걱정은 않는다. 좋은 길은 누구나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비로소 바래길 시작이다.    

선구마을 명품 뷰 포인트에 서있는 윤문기 바래길 팀장. 고동산과 응봉산이 도깨비뿔처럼 솟고, 그 앞으로 사촌해변과 몽돌해변이 나란하다.<br>
선구마을 명품 뷰 포인트에 서있는 윤문기 바래길 팀장. 고동산과 응봉산이 도깨비뿔처럼 솟고, 그 앞으로 사촌해변과 몽돌해변이 나란하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