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에 시력을 완전히 잃은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62). 그가 얼마 전 부활절에 이탈리아의 밀라노 두오모(대성당)에서 콘서트를 가졌다. 4만 명이 들어가는 성당의 텅 빈 공간에서 그는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세계인을 위로하는 ‘희망을 위한 음악(Music for Hope)’ 콘서트를 펼쳤다. 안드레아 보첼리 재단에 의해 콘서트 실황은 유튜브로 공개됐고 25분짜리 이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3700만 건을 넘었다. 수많은 사람이 세계를 보듬는 그의 위로와 축복에 큰 감동을 받았고 ‘부활의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성스러웠다. 

원주의 한 식품공장 내 작업장. 라면스프에 들어가는 건조채소에서 불순물을 선별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계로 대신할 수 없는 불순물 선별작업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골라내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은 온 종일 단순 반복되는 작업에 쉽게 지치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이직률이 유독 높은 직종이다. 하지만 이 공장에는 고도의 집중력과 꼼꼼함을 가진 특별한 직원들이 있다. 바로 장애 특성상 단순·반복적 업무에 강점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이다. 장애인의 특성과 장점을 잘 활용해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더 훌륭히 생산성을 높인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에 대한 척도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공간이라면 이미 공동체라 부를 수 없다. 매년 찾아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별에 고통 받는 장애인에게 우리는 따뜻한 눈길 한번 줄 수 있을까? 장애는 신체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타인의 기본적 인권을 무시하는 것 또한 장애일 것이다.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김예지 당선인(39)은 국회법에 안내견 출입 허용여부논란에 대해 이날 페이스북에 “안내견은 국회법에 명기되어 있는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닌데 이렇게 논란이 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어 제 입장을 밝힌다”며 이같이 적었고 18일에는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동반 생명체 역할을 하는 존재이지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논란에 대해 더불어 민주당 6선의 이석현 의원은 고민할 일이 아니다.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속된 곳도 아니고 그냥 다수가 모인 곳일 뿐”이라며 “당연히 안내견의 출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생후 2살에 시각장애자 임을 알게 된 김예지 당선자는 2007년 혼자 유학길에 올랐고 2년 후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2009년 위스콘신대학으로 옮겨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할 때는 20개월 된 안내견 찬미와 함께 미국에서 유학했고 박사학위를 받아 돌아 왔다고 한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에 대한 규정위반 여부의 논란이 있다는데 씁쓸함을 느끼면서 여야가 모처럼 김예지 당선인 안내견의 국회 출입 허용을 해야 한다는 한목소리가 나온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여기며 만물이 살아가는 데에는 다 삶의 뜻이 깃들어 있음을 겸허한 마음으로 되새겨 보는 장애인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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