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전 재경상주면향우회 사무국장)·조일엽(재경남해읍산악회 총무) 부부가 2018년 9월 21~30일(10일), 2018년 10월7~10일(4일), 2019년 9월7~15일(9일), 2019년 10월3~6일(4일) 27일간 해파랑길 770km를 완보했다.

해파랑길은 부산구간(4코스 70km), 울산구간(5코스 82km), 경주구간(3코스 46km), 포항구간(6코스 102km), 영덕구간(4코스 63km), 울진구간(5코스 77.8km), 삼척·동해구간(7코스 99.6km), 강릉구간(6코스 88.2km), 양양·속초구간(5코스 60.9km), 고성구간(5코스 66.3km)로, 전체 10구간 50코스 770km이다.
770km를 걷는다는 것은 본인의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하고, 튼튼한 체력까지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박성호·조일엽 부부는 연휴와 휴가를 이용해 해파랑길을 완보했다. 뒷얘기를 들어보았다.

▲ 부산구간(4코스, 70km)은 오륙도를 출발해 간절곶을 지나 진하해변까지다. 오륙도에서 해돋이를 보면서 출발하자 했던 계획이 태풍 링링의 여파로 조금 늦어지는 바람에 오전 6시에 집을 떠나면서 불발이 되었다. 미포 엘시티 앞에서 1코스를 마무리했는데 격려 차 찾아온 언니에게 대접을 받았다. 해파랑길을 걷기 시작한 후 13시간이 지나 대변항에 도착할 무렵 발바닥과 발가락에 물집이 생겼다. 

▲ 울산구간(5코스, 82km)은 진하해변을 출발해 덕하역, 울산대공원, 울산십리대밭, 현대자동차, 방어진항, 대왕암, 현대중공업을 지나 정자항까지다. 바다에 자리 잡은 온산산업단지로 인해 바다와는 멀리 이별하고 내륙으로 깊숙이 접어든다. 오롯이 회야강 줄기만을 따라 덕하역까지라 지루하고 볼 것 없는 길, 누군가 우리처럼 도보여행으로 이 해파랑길을 걷고자한다면 이 구간은 차를 타고 지나가라고 하고 싶다. 덕하역으로 찾아온 미희 언니를 만나 고래박물관을 둘러보고 고래 고기도 맛보았다. 부산에서 여기까지 가래떡 싸 들고 찾아와 고래고기까지 사주신 미희 언니께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

▲ 경주구간(3코스,46km)은 정자항을 출발해 화암동 주상절리, 양남면 주상절리, 문무대왕릉, 감은사지, 감포항을 지나 양포항까지다. 

경주 지경해변과 관성해변을 거쳐 그 유명한 경주 양남면 주상절리와 출렁다리를 건넜다. 경주 구간 월성원전 시설이 바닷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터널이 생기기 전에 주민들은 높은 산길로 뱅글뱅글 돌아서 문무대왕릉이 있는 봉길해수욕장까지 다녔다고 한다. 대본리해변과 나정항, 전촌해변을 거쳐 감포항으로 가기 위해 산을 오르다 잡풀이 길을 막아 도저히 진행할 수 없어 후퇴했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길을 따라 걸어 산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해 감포항에 도착했다. 11코스를 마무리하니  발이 얼얼하다. 소봉대를 지나 오류 고아라해변에서 모래톱에 모여 앉은 갈매기도 쫓아보고 손재림 문화유산 전시관을 지나 양포항까지 바다의 아름다움에 빠져 발걸음이 가벼웠다.

▲ 포항구간(6코스, 102km)은 양포항을 출발해 구룡포항, 호미곶, 흥환해수욕장, 포스코를 지나 화진해변까지다. 구룡포에서 일본인 가옥거리를 둘러보고 한반도 동쪽 땅끝마을을 지나 호미곶에 도착했다. 명절 끝이라 관광객이 북새통을 이룬 호미곶에서는 여유롭게 스카이워크를 걸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 다음 코스로 바로 이동했다. 호미곶을 지나 대동배마을에서 산길을 올랐다. 세 개의 산을 넘었는데 해는 기울어 야생 멧돼지가 혹시나 움직일까 겁이 났다. 무섭다고 가기 싫다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용기를 내~시오.” 할 수 없이 산으로 올랐는데 그나마 이번에는 산이 바다를 향해 뚫려 있는 구간이어서 그나마 덜 무서워하며 마을로 내려왔다. 언니와 형부 그리고 조카 한 명이 추석 음식을 준비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부산에서 포항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명절음식 싸들고 와 준 형부와 언니 그리고 조카에게 감사를 전한다. 남편은 이 16코스가 너무 좋다고 한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곳이다. 

▲ 영덕구간(4코스, 63km)은 포항시에 속하는 화진해변을 출발해 강구항, 영덕해맞이공원,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변까지다. 강구항을 출발한 길은 금진구름다리를 건너면 오직 산길뿐이다. 멧돼지가 파헤쳐놓은 산길은 나를 겁나게 했다. 이 코스는 한번 접어들었다 하면 변경할 곳이 없다. 포기할 수도 없다. 그동안 우리가 이 해파랑길을 걸으며 이 길이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는 말을 하곤 했었는데 이 산길이야말로 인생을 말한다. 어쩔 수 없이 가야만하는 인생길과도 같은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아직 모든 고난의 끝에 도달한 것이 아니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있을 것이오. 그것이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완수해야 하오.”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말한 구절이 생각났다. 호메로스의 메시지를 온 가슴으로 느낀다. 

▲ 울진구간(5코스 77.8km)은 고래불해변을 출발해 후포항, 기성망양해변, 망양정, 죽변등대를 거쳐 부구삼거리까지다. 후포항에서 ‘그대 그리고 나’ 촬영지를 지나자마자 등기산 등대공원이 나타난다. 각종 등대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멋진 경관이 스카이워크로 인도한다. 갈매기가 우리를 반겨주고, 동해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에 마음껏 취해 보았다. 

▲ 삼척·동해구간(7코스 99.6km)은 부구삼거리를 출발해 수로부인길을 따라 호산버스터미널, 임원항, 용화레일바이크역, 궁촌레일바이크역, 맹방해변입구, 추암해변, 묵호역입구를 거쳐 한국여성수련원입구까지다. 해신당공원을 둘러보고 갈남항을 지나 장호항에 도착해 바다를 가로지르는 멋진 해상케이블카를 보고 용화레일바이크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이동해보고 싶었지만 명절 뒤끝이라 관광객이 몰리면서 ‘전 회차 매진’이라는 안내판만 바라보았다. 황영조 기념관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초곡항이다. 삼척항에서부터 비치조각공원까지는 그야말로 극기훈련 구간이다. 이사부사자공원을 돌아 내려오니 행정구역이 동해로 바뀐다. 촛대바위가 보인다. 추암해변이다. 내일의 해돋이 관람을 위해 여기서 묵어가기로 했다. 

▲ 강릉구간(6코스88.2km)은 한국여성수련원 입구를 출발해 정동진역, 안인해변, 굴산사지당간지주를 거쳐 오독떼기 전수관, 솔바람다리를 건너 안목항 커피거리,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을 돌아보고 사천진해변공원을 지나 주문진해변까지다. 그 옛날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소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출입비 1천원을 지불해야 했다. 강릉의 바우길을 따라 걷는 길이라 마의 구간인 37코스 38코스! 안인해변에서 시작한 길은 산길을 돌고돌아 오독떼기전수관에 이른다. 솔바람다리를 건너기 위해 또다시 이어진 산길! 도대체 몇 개의 산을 넘었는지 알 수 없는 날이다. 마의 구간을 통과했다.

▲ 양양·속초구간(5코스, 60.9km)은 주문진해변을 출발해 남애항, 죽도정, 하조대해변, 수산항, 속초해맞이공원, 속초항과 속초등대전망대를 지나 장사항까지다. 목탁소리 따라 황어가 판을 치는 휴휴암에 들러보고 죽도정에서 하조대로 들어간다. 조선개국 일등 공신인 하륜과 조준의 성을 따 하조대라 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저멀리 울산바위가 보이는 걸 보니 설악산이 머지않았다. 노을이 깔리는 모습을 보며 낙산해변을 돌았다. 여기서 길을 멈추고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여정을 풀었다. 

▲ 고성구간(5코스, 66.3km)은 장사항을 출발해 청간정, 능파대, 백도항, 삼포해변, 왕곡마을, 가진항, 거진항, 화진포해변, 통일안보공원, 명파해변을 거쳐 제진검문소에서 자동차로 이동해 통일전망대에 들어간다. 가리비를 먹기 위해 백도항에서 멈췄던 길을 다시 나섰다. 삼포해변에 도착했고 오토캠핑장이 늘어선 봉수대해변을 거쳐 오호항, 송지호해변, 송지호를 거쳐 왕곡마을을 돌았다. 문학기행에서 다녀간 왕곡마을이 송지호에서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몰랐다. 거진항을 지나 응봉산을 올라 정상에서 화진포를 내려다보니 전망이 기가 막힌다. 통일안보공원에 도착해 통일전망대 주차비를 지불하고 대기해 출입을 허가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일단 자동차로 이동해 통일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에 제진리 검문소에서 둘만이 내려 50코스를 역방향으로 걸어 명파해변을 지나 통일안보공원으로 왔다. 이로써 모든 구간을 마무리했다. 

남편은 늘 내게 “인생 뭐 있냐고? 부부가 살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길을 걸을 수 있는 취미가 같다는 것이 최고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추석 연휴와 징검다리 휴일 그리고 사이사이 휴가를 이용해 남편과 둘이서 함께 했던 27일간의 도보여행이라는 낭만적인 제목과 극기훈련, 해파랑길 걷기가 끝났다. 그동안 먼 길을 늘 함께 하며 나의 수다와 하소연을 들어 주고 때로는 묵언수행으로 이끌어 준 남편에게 한없이 감사함을 느끼며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해파랑길을 완보하고 경기 평화누리길(189km)을 완보했다. 지금은 강화 나들길과 서울 둘레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 때묻지 않은 지역이라는 특성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닌 청송을 출발해 많은 문인들을 배출한 문학사에 길이 남을 영양을 지나 봉화를 거쳐 영월로 올라가는 245km의 외씨버선길을 꼭 걸어 보고 싶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