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뉘라도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사랑하지 않는 사람 없겠으나, 특히 남해인들이 고향, 화전 땅을 사랑하는 것은 유별나다. 조선 중엽 중종 때 자암 김구가 남해로 귀양 와서 쓴 '화전별곡'의 첫 머리에 일점선도라 칭하며 세속에 때 묻지 않은 신성한 곳으로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래로 재향. 출향인을 막론하고 이곳에서 태어난연을 특별히 귀하게 생각하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편협적인 고향 사랑의 축시가 아니다. 그 선경에서 묻어나오는 산천의 풍경은 민족의 대서사시임을 익히 알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이래로 이곳의 안온함이 깊이 뿌리내려 예부터 부처님의 자비가 감싸고 내려온 불국의 정토로 여긴 터라  어느 곳 하나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다. 일찍이 하이데거는 ‘존재에는 그 나름의 역사적 운명이라는 게 있다’ 고 했듯이 비록 신화적인 전설이지만 산천의 경관마다 얽힌 이야기는 가히 신선이 살 만한 곳이라고 해도 결코 손색이 없다.

신선이란 도교사상과 우리나라의 전통적 토속신앙의 상징으로 내밀하게 고대역사를 장식하고 있는 터이다. 산자수명한 청정한 자연의 고장 화전 땅, 그 곳에 순후한 인심이 더하여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바로써 역사적 격동을 수없이 거치면서도 화전 땅의 명칭만은 타지역의 도서 명칭 말미에 붙이는 ‘섬’이나 ‘도’를 붙여 부르지 않고 있다.

 

박봉열 선사
박봉열 선사

이는 조선 태조 등극의 신화가 각인되어 이제까지 섬이나 도를 붙여 호칭 하지않은 관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신화의 두터운 겹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과공은 비례이듯 과찬은 허구로 기울어지기 쉽지만 언제 들어보아도 금산 38경의 경이롭고 아름다움은 고향자랑의 백미이다. 일점선도라 일컬어 오며 세속에 때 묻지 않은 신성한 곳으로 영험한 기운이 스며든다. 일찍이 중국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장수를 위한 불사약을 얻기 위해 서불로 하여금 동방의 삼신산에 선남선녀를 선발해 보내었다. 그 불로초를 구하려 보낸. 첫 귀착지가 남해 금산이었다. 

지금도 남해금산 허리에 서불과차란 글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고 잘 보존되고 있어 역사와 신화가 혼재한 영험한 땅임을 알 수 있다. 운무에 휘감긴 신비로운 금산 허리에 서불과차를 새겨놓고 간 자취가 분명하여 지금도 이를 찾는 내외국의 관광객이 많고 특히 중국인들은 필히 거쳐 간다.

불국정토란 부처나 보살이 사는, 번뇌의 굴레를 벗어난 아주 깨끗한 세상, 피안의 땅을 의미한다. 우리들 화전인들은 지금도 이곳을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바로 불국정토라 여기며 살아오고 있다. 역성혁명으로 새로운 왕국을 건설한 조선태조 이성계가 등극하기에 앞서 백일기도를 드린 곳도 바로 금산이다. 앞서 말했듯 역사의 격동을 거치면서도 남해의 명칭에 타지역의 도서 말미에 붙이는 섬이나 도를 넣지 않고 있음은 이태조 등극의 신화가 각인된 것이라 유추해본다.

조선 중엽 개성 땅 황진이가 자기 지멱을 자랑하며 읊은 것이 송도삼절이다. 국민들에게 널리 회자되어 있는 송도삼절은 박연폭포, 서화담, 황진이라고 자랑하듯이 이에 못지않은 화전 땅에도 그 역사성을 내밀히 빛낼 삼절이 있다. 그 첫째가 금산이다.

백두영봉으로부터 뻗어 내려온 이 나라의 대동맥이 지리산록을 거쳐 남해금산에 영험한 지령을 안고 조용히 자리 잡았으니, 참으로 거룩한 터전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가장 위대한 업적의 한 가지는 이 세상을 신의 영역으로부터 인간의 영역으로 옮겨 놓으신 것이라고 생각된다.

둘째 불성이 차분히 넘치는 이 땅에서 태어나 불교 진흥을 위해 크게 진력하고 계신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이시다. 선불교를 기치로 표방한 종정께서 불교개혁에 천착해 온 거룩한 업적은 비록 당대에 다 이루지 못해도 그가 지닌 깊은 불심의 미학은 평생을 두고 살아가며. 빛이 날 분이시다.

평범해서 더욱 비범한 당신의 성불하는 초상화는 오늘날 침체되어가는 우리 불교를 구원하는 생불이라고 믿는다. ‘혹한이 없으면 봄에 개나리가 피지않는다’는 춘화 현상을 생각해 본다. 참선하는 이는 선에 인연하여 미혹을 끊고 이것이 망상임을 깨달아 알면 해탈이라고 하시며 우뚝 서신 진제 종정스님은 참으로 거룩하신 분이시다.

일찍이 그가 태어나고 성장한 곳인 향리의 금송리에 큰 가람을 세워 부처님의 자비를 고향분들에게 쉽게 다가가게 할 공사가 지금 진행중이니 크게 번창하기를 기원 드린다.마지막 삼절은 고향땅에 불교성지를 조성한 박봉열 선사님이다. 

착하게 생기다 못해 부처님 얼굴을 닮은 자비가 묻어나는 용태는 그가 비록 인정하지 않는다해도 불가의 한 축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불자로서 그를 바라보는 이의 믿음을 경건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즐겁게하여 준다. 그가 자라난 망산 끝자락에 조성한 불교성지는 외견상 규모가 초라할지라도 그 내면에 함축되어있는 함의는 ‘참 정성이 한 데 어우러져 크게 불심을 일으키게 하는 터’이다. 

불심이 머무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성지가 될 수 있다는 옹골찬 결기로 말이다. 붓다의 사랑이 깃든 곳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진리의 터전으로 자리 잡아 화사하게 꽃이 피리라 믿는 바이다. 
성실보다 뛰어난 지혜는 없다고 한 것처럼 일찍이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오로지 환경미학의 외길로 정진하여 현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을 일군 것은 지난한 삶을 오감으로 만날 수 있는 사바세계의 시장바닥에서 건져 올려 핀 성공의 꽃이다. 

그의 얼굴에 피어나는 후덕한 부처님 상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듯 불심이 화사하게 꽃피는 화전 땅 삼절을 요약하면 첫째, 신화가 숨쉬는 천하명산 금산의 38경 둘째, 조복의 원력으로 불교계를 이끄는 조계종 진제 종정 셋째, 고향땅 망산에 불교성지를 조성한 박봉열 선사 위의 화전 삼절이 불국정토에 길이 빛날 꽃으로 자리매김하여 영원하리라, 삼가 믿는 바이다

 

글쓴이 장봉호

남해 삼동 지족 출생 / 명지대 대학원졸(경영학석사) / 세종대 최고 경영과정(제16기) /  대한관광개발(주) 상무이사 총지배인 / 산업훈장 수훈(석탑 465호) 
한국 불교 문학 대상 수상 / 재단법인 한성장학회 이사 / 한국불교문인협회 부회장 / 수필집‘길따라 가세요’, ‘길따라 예까지’등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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