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읍 봉성마을 주민들이 새 생활폐기물처리장이 자기마을에 들어서는 것을 받아들였다. 봉성마을은 지난해 10월 1일 군에 신청서를 접수했다. 군은 입지타당성조사를 거쳐 12월 18일 입지선정위원회를 열어 이를 결정하고 공고했다. 

봉성마을 주민들이 생활폐기물처리장을 받아들이자고 결정하기까지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진통이 있었을 것이다. 봉성마을 주민들의 결정은 다름 아닌 마을 살길 찾기라 할 수 있다. 혐오시설을 받아들이는 데 따르는 공적지원금을 마을의 발전 동력으로 삼고 노후를 좀 편안하게 살자는 역발상을 한 것으로 인지할 수 있다.  

군은 새로 지을 생활폐기물처리장은 가장 큰 문제점인 악취와 침출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침출수의 원인인 빗물이 들치지 않도록 지붕을 만들며, 환풍구에는 악취를 잡는 시설을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침출수는 정화조에 모았다가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퍼낼 것이라고 한다. 봉성마을 주민들은 이런 생활폐기물처리장을 가동하고 있는 전남 강진군 현지를 살펴보고 왔다고 한다. 봉성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선진화된 시스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믿음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금마을 등 인근 마을 주민들은 이러한 선진화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금마을의 경우 산등성이 하나로 연결된 봉성마을의 입지예정지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왜 ‘낫 인 마이 백 야드’를 외치는 지 이해할 수 있다. 새 생활폐기물처리장 문제를 바라볼 때 쓰레기광역소각장이 곧 하동군 하동화력발전소 인근에 지어진다는 사실을 함께 안 보면 앞으로의 생활폐기물처리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없다. 특히 외금마을 주민들이 생활폐기물처리에 대한 장기비전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어야 그나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돌파구라도 열릴 것이다. 
하동군에 지을 광역소각시설은 두 지자체의 협력으로 환경부의 예산을 받아 설계공모까지 마쳤을 정도로 진척된 상황이다. 앞으로 태우는 쓰레기는 모두 하동의 소각시설로 보내고 봉성매립장에는 타지 않는 쓰레기만 매립하게 된다. 그러면 사용연한이 최대 40년까지 길어지게 될 것이다. 봉성매립장을 시용하는 동안에는 기존의 죽산매립장은 쓰레기를 파내어 태울 것을 태우는 등 재처리과정을 거쳐 순환매립장으로 만들면 우리군의 생활폐기물처리문제는 장기대안이 마련되는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현 생활폐기물처리장은 겨우 20년밖에 시용하지 못했다. 5m높이의 둑을 더 쌓아도 3년밖에 더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새 매립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남은 시한이 3년밖에 안 된다는 엄연한 현실을 우리는 피할 수 없다.     

생활폐기물처리시설은 어딘가에는 반드시 지어야 하는 사회적, 공공적 시설이다. 수도나 전기나 도로처럼 없으면 하루도 못사는 시설이다. 봉성마을 주민들이 입지수용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 남해는 보물섬이 아니라 살 수가 없어 난리가 나는 섬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발표한 봉성주민들에게 엎드려 절을 해도 모자랄 일이다.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점은 우리도 제주도민들처럼 생활폐기물을 발생량을 줄이려는 주민 스스로의 노력, 폐기물을 요일별로 철저히 분리 배출하려는 주민 스스로가 노력하는 일이다. 그런 전 군민운동도 없이 봉성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워하는 건 위선일 뿐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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