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와 귤은 한 종류이다. 서경의 공씨(孔氏, 공안국孔安國) 주註에 “큰 것을 유자라 하고 작은 것을 귤이라 한다”하였으며, ‘본초강목’에 “과일 중에 아름다운 것은 운몽雲夢의 유자가 있고, 귤은 바로 동정洞庭에서 생산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하였으니, 아마도 운몽과 동정 사이에도 토질의 차이가 있는가 보다. 이 지역에는 유자만 있고 귤은 없으니, 유자의 향기와 색깔과 기미는 비록 귤과 한 소반에 놓고 품질을 다룰 수는 없으나, 작은 것은 진실로 큰 것을 상대할 수 없다. 이미 그 큰 것을 얻었으니, 작은 것은 버려도 괜찮을 것이다.

(개화무조숙무지) 꽃 핌도 더 이르기 않고 익는 것도 더 늦지 않으니
(비귤유분대소피) 귤에 비하여 오직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라오
(미미소칭운몽실) 좋은 맛은 본래 운몽의 열매를 칭찬하니
(진명하단동정기) 진귀한 이름 어찌 동정에서 생산되는 귤뿐이랴
(추인전초종난승) 추나라 사람이 초나라 사람과 싸우면 끝내 이기기 어렵고
(등국행왕지작사) 등 나라가 왕도王道를 행하더라도 다만 스승이 될 뿐이라오
(착지상문용이수) 좁은 땅에 오히려 두 늙은이가 들어 있으니
(광거오욕방금시) 넓은 집 내 지금에 찾고자 하노라

순천의 허생원이 겨울이 지난 뒤에 찾아오면서 유자 여덟 개를 소매 속에 넣어가지고 와서 주니,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돈 것에 감사하여 울어서 고마운 뜻을 보낸다. 

(승평객자도하지) 승평의 나그네 어째서 늦게 왔는고
(수리휴래팔노피) 소매 속에 여덟 개의 노란 유자 가져왔다오
(로섭간난유호면) 어려운 길 건너왔는데도 모양이 아름답고
(절당한수상풍기) 추운 절기 당했는데도 오히려 살이 많구나
(증비입해구선약) 바다에 들어가 선약을 구하지 않았으니
(기시승부축성사) 어찌 뗏목을 따고 성사를 따르겠는가
(차지역다여여배) 이곳에도 너와 같은 것 많으나
(독련유락무이시) 유락함을 가엾게 여겨 한동안 어루만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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