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조르(Azor). 이는 헬라어로 ‘돕는 자’라는 뜻이다. 망운산의 사계를, 오색찬란한 시시각각의 변화를 은은한 커피 한잔으로 느릿느릿 만끽하도록 돕는 곳, 망운로 89번지에 지어진 ‘카페 아조르 앤 플라워’의 이름이다. 수첩과 펜을 놓지 않았던  공직자 김현근 씨는 공무원 퇴직 후 시인으로 거듭나더니 이제는 훌륭한 카페지기로의 삶을 펼쳐 보였다. 전문 플로리스트인 아내 박선이 씨의 감각과 맛, 따스함이 이러한 출발을 도왔다. 

62세 시인과 60세 플로리스트가 지어 올린 카페인 셈이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은 삶이 결코 짧지만은 않다는 걸 먼저 알았다. 
그래서일까. 앞으로 딱 30년. 그만큼을 내다보고 자신들의 울타리 속에 제2의 보금자리이자 나눔의 공간을 뚝딱 지어 올렸다. 서로 기대어 돕는 사람 인(人)자를 형상화한 아조르(Azor) 푯말을 따라 올라가면 꽃이 먼저 반겨준다. 사랑이 없이는 찾기 어려웠을법한 소품들이 재차 반겨준다.

플로리스트 전 과정은 물론이며 네덜란드 국가자격증인 DFA과정 또한 교육하는 ‘박선이 플로리스트 아카데미’의 원장이며 화훼장식기사협회 경남지부장이기도 한 박선이 씨의 미적 감각이 곳곳에 묻어있는 이 카페는 커피 외에도 궁금해지는 게 많아지는 곳이다. 카페에 들어서는 손님 중 십중팔구가 “꽃 수업도 하시나요?”를 묻는 이유이기도 하다. 

1층 강의실에서는 실제 꽃과 관련된 모든 자격 과정을 다 배울 수 있으며 카페 공간 또한 지역 내 책 모임과 영화모임 등 소모임의 공간으로 열려 있다. 시인이자 문학강사로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김현근 시인은 “카페에 대한 꿈은 오래되었다. 그러다 제가 은퇴를 하고 나니 소통에 대한 간절함이 커졌다. 사람들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이 제 아내의 삶과 색을 잘 보여주는 ‘꽃’과 어울리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부창부수였을까. 아내 박선이 플로리스트는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온전히 남편 때문이었다. 각자가 자기 삶에 너무 충실했다고 해야 하나. 어느 순간 정신없이 사는 우리 두 사람을 보았다. 남편과의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 결론은 ‘커피’였다. 하루 커피 한잔은 남편에게 기도 같은 것이었다. 좋은 커피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 처음에 부산에서 버스편으로 받아 커피를 마실 정도로 투자를 많이 했다. 이러다 살림 거덜 내겠다 싶어 직접 생두를 사서 로스팅하고 드립해서 마시면서 시나브로 커피에 젖어 들었다”고 한다.

시와 꽃이 머무는 이곳은 부부의 시간표대로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홀로, 또는 같이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예배가 있는 주일과 수요일 저녁 시간 외에는 최대한 열어둘 계획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느리게 찬찬히 가야지 생각한다. 삶의 마무리단계랄까. 앞으로 30년을 내다 보며 꽃과 사람, 커피와 문학이 머물게 함으로써 나누고 도울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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