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지마늘 출하기의 가격 폭락으로 군내 대부분의 농가가 영농상 입은 손실에 대한 보전 예산을 ‘마늘명품화 기금’에서 조달한다는 방향과 절차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군 행정은 ‘손실 보전액을 마늘명품화 기금에서 조달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난달 23일 마늘명품화기금 운용심의위에서 기금 13억원을 ‘농자재 지원’ 명목으로 지출한다는 운용계획 변경안을 제출ㆍ논의했다. 아직 변경되지 않은, 현행 ‘남해군 마늘명품화기금 조성 및 운용 조례’(이하 마늘기금조례)에는 기금의 연간 사용비율이 기금원금의 20% 이내로 제한돼 있어 마늘종구갱신 사업예산 1억원을 제외한 13억원은 사용한도의 최고액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군내 11개 농업인단체로 구성된 ‘남해군마늘값 폭락대책위’(이하 대책위)는 마늘값 하락에 따른 마늘농가 손실분 총액의 80% 수준에 해당하는 17억 여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마늘기금 운용위가 제출한 13억원 지출안에 반발하고 있다.   
이 마늘기금과 관련해 군은 마늘값 손실분 보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마늘기금조례’ 변경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변경안에 마늘값 손실분 보전을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금 사용비율의 30% 상향 조정 ▲마늘 생산 외에도 유통과 농자재 지원 등 사용용도의 확장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마늘기금조례 변경안이 군의회 심의를 거쳐 통과된다면 기금의 사용 비율이 기금원금 70여 억원 기준으로 현행 14억여 원에서 21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군은 마늘명품화 기금 운용계획 변경안을 지난달 30일 남해군의회 간담회 자리에서 군의원들에게 보고ㆍ설명했다. 기본적으로 군의회 의원들은 마늘값 손실분에 상당하는 보전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농업인들과 같은 생각이지만, ‘조례안 변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군내 마늘농가들은 조례안 변경이 문제라면 마늘기금조례 변경안 심의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가을 농사시기 마늘ㆍ시금치 종묘구입 비용이나 농기계사용료 지급 등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는 요구다.  

농업 보호ㆍ보존의 원리는 

법 이전에, 마늘값 하락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하는 근거가 되는 최소 일반 원칙은 ▲지속 가능한 영농 수준의 유지다. 간단하게 ‘최소생산비’ 수준의 판매수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리다. 물론 농업 등 1차 산업의 위상은 자연적 여건이나 사회적 가치 평가에 따라 더 상위단계로 올라갈 수도 있다.  
이 원칙이 지역 차원에서나 사회 전체 차원에서 합의되지 않는다면, 농업이 시장 원칙에 맞춰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가격이 올라가면 수익을 얻는 구조로 가게 된다. 그러나 어느 농민의 말대로 “농업을 시장에 맡겨두었다면 농사는 벌써 망했을 것”이다. 이 결과 농업과 농촌이 보존되기 어렵게 되고 한 국가 내의 산업구조가 기형화되며 중장기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대내외적 존속ㆍ발전에 균열이 생길 불안정성이 높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농업ㆍ농촌의 보호 문제는 의외로 ‘정치 경제적’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학교 이시영 부교수는 ‘우리는 왜 농업을 보호하는가’라는 논문에서 현상 관찰적인 입장에서 ‘정치거래비용(political transaction cost)’ 개념을 도입해 ▲제도적 거래비용과 ▲국민 정서적 제약으로 발생되는 거래비용을 이야기한다. 농업이 급속도로 사양화되는 경우 여러 가지 여건으로 기존 농민의 타산업 배치 비용이 유지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에 농업을 유지ㆍ보호하게 된다는 것이 제도적 거래비용론이다. 또한 농업에 대해 대내외적인 여건을 고려해 국민들이 부여하는 고유가치에 따른 공감대 형성 때문에 농업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국민 정서적 제약으로 인한 비용 문제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이든 한 사회에서 농업과 농업의 근간은 보존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보호’받는다는 것은 대외 시장의 침략과 침탈로부터의 방어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수요와 공급으로부터 영향받지 않는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보장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논리를 남해군 내에 적용하면 남해군민들이 농업의 유지ㆍ발전을 ‘결단’해야만 그 다음 단계의 발전된 논의와 탐구가 가능하다. 그 결단은 ‘당위’나 ‘규범’이며 그것들이 모여 이룬 결정체가 사회의 제도나 법률이다. 
결국 우리 남해 사람들이나 우리 사회가 농업을 어느 수준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치있게 여기는지에 따라 농업의 사회적 위치와 농업인의 역할이 달라진다. 농업을 어느 수준까지 보존ㆍ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를 통해 사회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마늘기금을 활용한 마늘값 하락분 보전 문제가 제기됐을 때 대체로 ▲하락분 보전의 근거가 불명확하다, ▲왜 마늘농가에만 혜택(?)을 주느냐, ▲왜 현금으로 보전금을 지급하느냐는 문제들이 제기됐다.    
농어업과 관련해 헌법에서 농어업의 보호ㆍ육성에 관한 규정이 있다. 헌법 123조 ①항에 ‘국가는 농업 및 어업을 보호ㆍ육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문 ④항에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 개선으로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농어업인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어업의 소득 보존을 위해 재정의 현금 직접 보조를 규정한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서는 그 목적을 ‘농업인의 소득안정’과 ‘소득보존’으로 명시하고 있다. 농업의 안정과 농가의 소득 보존을 위해 정부는 ‘가격지지’에 의하지 않는, 정부 재정의 직접 보조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 제도들이 재정의 직접 보조의 사례들이다. 농업인의 소득을 직접 보조하는 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런 법을 모르고 있거나 보조가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은 결과 왜 현금으로 보전하느냐는 잘못된 질문이 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왜 마늘농가에만 혜택을 주느냐’는 문제제기는 다각도의 모색이 필요한 사안이다. 마늘생산과 마늘 관련 산업이 남해군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에 가치를 부여할 경우 마늘기금 등을 통해 타 작물과는 무관하게 배타적으로 마늘기금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조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마늘 작목에만 한정하지 않고 지역 내 ‘주요 농작물’을 정해 이에 대해 모두 지원하는 제도나 법령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후자처럼 선별된 몇 가지 주요 작물 또는 전체 작물에 대해 평균 이하의 가격이 나올 경우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농산물 최저생산비 보장제도’와 같은 종류이다. 

또다시, 농산물 최저생산비 보장제 요구 앞으로  

농산물 최저생산비 보장제 조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농업인단체와 행정, 농협 등 관계기관의 요구가 일치한다. 물론 세부적으로 ▲보장제의 대상범위와 한계 ▲지원의 재정적 규모와 폭 ▲재원의 활용 범위 ▲후속 재원의 충당 및 확보 방안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와 논의를 통한 결정이 필요하다. 
농산물 최저생산비 보장에 대한 법령 정비는 지원 범위 대한 규정에 따라 농산물의 생산 뿐 아니라 유통과 소비촉진에까지 적용ㆍ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남해 농산물의 생산ㆍ유통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 
마늘가격 폭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마늘기금의 직접 사용과 확장된 내용을 담은 조례 변경안 논의 활성화, 타 작물에의 확대 적용 검토 논의 등을 거쳐 ‘농산물 최저생산비 보장제도’가 남해군에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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