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꿈을 가진,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그 꿈을 쫓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인 ‘마윈’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어쩌면 우리는 지금, 돈이 아니라 꿈이 부족한 시대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좋은 꿈을 꾼다면, 그것이 선한 방향을 향해 있다면 마윈의 말처럼 우리에게 부족한 자금은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념에 젖어있을 때, 한 사람의 도전이 우리를 일깨운다.
건물청소와 입주청소, 저수조 청소 등 다양한 청소업을 해오고 있는 청소 천재 <청소박사> 정창호 대표. 1973년생 마흔일곱의 젊은 대표의 행보가 발빠르다. 
지난달 29일, 2019년 제2차 경상남도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공모에 남해군 1호 기업으로 선정된 ‘주식회사 청소박사’. 그 중심에 서 있는 정창호 대표를 만나보았다.

이삿짐 용달부터 시작해서 자연스레 청소위생업 시작

남해읍 유림동 토박이인 정창호 대표가 처음부터 청소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용달하면서 이삿짐 운반을 하다가 이사 오가는 사람들에게 재차 “입주 청소 해주는 곳 없나요?”하는 문의가 쇄도한 것. 이에 사업 감각이 빨랐던 그는 서울에 가서 ‘청소위생업’ 교육과정을 이수받고 2011년도에 청소위생업 사업자 등록을 냈다. 그렇게 시작한 청소업은 아내 최봉연 씨가 없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청소라 만만하게 볼 게 아니었고 단계에 맞는 꼼꼼하고 세심한 손길이 절실했다. 그렇게 입주청소, 건물청소 일을 하는 동안 다수의 사람들에게 “정말 새집같다, 깨끗하게 변신해 놀랍다”라는 인사를 들으며 일에 대한 보람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던 그가 듣도 보도 못한 사회적 기업에 눈을 뜨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농아인과 함께 일하면서 스스로 사회적 편견을 깨다

“사실 저는 사회적 기업이니 협동조합이니 이런 것에 관심도 부족했고 막연하게 제 일의 영역일 거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청소업이 기피 업종이다 보니 같이 일할 사람 구하는 게 항상 힘들었는데 한날 농아인이라고 하죠. 농아인협회에 소속돼 있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 2명을 추천받아 같이 일해봤는데 이 분들이 일을 너무 잘하더라”며 정창호 대표는 말했다. “단지 언어문제만 있을 뿐인데 정작 나 역시도 편견이 있었던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때 알았다. 저 분들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저분들처럼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일감을 주고 같이 가고 싶다는 제 마음을” 그때부터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는 정창호 대표. 그는 “직업능력이 있고 구직에 의욕이 있지만 사회적 편견과 근무 형태에 대한 한계(전일제 불가의 경우) 등으로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의 취업문제를 개선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받기까지 준비와 과정은

파워포인트(PPT)라는 용어 자체를 생전 처음 들어보았다는 정창호 대표. 그가 ‘사회적 기업’을 하려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같이 잘 살기 위함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선정이 되면 심사를 거쳐 인건비의 절반 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 그렇다면 한 명 구할 거 두명에게, 둘 구할 거 넷, 다섯에게 일자리가 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생겼다고. 그래서 생소한 서류지만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해 작성하고 난생처음 경남도청에 가서 자신의 포부를 발표하는 시간까지 거쳤다. 
그는 말한다. “독수리타법으로 개요라던가 사업 목적을 적어야 하는데 막막하더라. 그래도 좋은 일 할 수 있다는 꿈이 있으니까 용기가 생겼다. 발표하러 갔을 때 심사위원이 집중질문을 던지는데 저도 모르게 떳떳하게 대답하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고, 그러한 제게 공감의 제스처를 보내주시는 분들을 보고 더 자신감이 생겼다”

첫 사회적기업이란 책임감을 갖고 사회에 환원하며 살고파

끝으로 그는 장애인시설 등을 찾아가 더 봉사할 것을 약속하면서 남해군 1호 예비 사회적 기업이라는데 큰 책임감을 느끼며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또 하동의 경우 9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는데 남해군 역시 더 많은 사회적기업이 발굴되어 함께 힘을 실어주는 일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조금만 생각을 바꿔 ‘과학적인 농사’를 짓는다던지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와 직결되는만큼 청소나 환경업에도 시선을 돌려보면 아이템이 많다”고 덧붙였다.
활기찬 목소리, 부지런한 걸음, 그만큼 굳건한 신념이 느껴지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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