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영화제 포스터
▶ 시골영화제 포스터
▶ 둥지기획단
▶ 둥지기획단
▶ 여럿-여행미식회 행사 모습
▶ 여럿-여행미식회 행사 모습
▶ 언니네부엌 소감 - 감상평
▶ 언니네부엌 소감 - 감상평
▶ 언니네부엌 소감 - 감상평
▶ 언니네부엌 소감 - 감상평

세상의 깊게 패인 골을 낮고, 깊고, 너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시골영화제’ 아, 아니 ‘둥지기획단’사람들. 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재밌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남해에 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흔한 질문 한 가지인 ‘어디 출신이냐’. 여기에 대해 ‘둥지싸롱에서 왔습니다’라고 답한다면, 어떤 반응이실까 궁금해 하는 상상. 
말 그대로 서로에게 ‘둥지’가 되어주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지역-문화-경제-상생-협업에 대해 넘나 들다 보니 자연스레 저런 문답이 연상 되었다. 우리에게는 여행자 쉼터, 스테이크 맛집, 에그타르트, 혼맥으로 잘 알려져 있던 남해읍 둥지싸롱. 그 둥지싸롱이라는 공간속에서 어떤 재미난 것들을 해볼까, 어떻게 하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본인들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만든 공동체 ‘둥지기획단’사람들이다. 음식점의 형태로 운영되던 둥지싸롱도 시즌1을 마치고 <골목 문화공간>으로 시즌2를 준비하고 있듯 둥지기획단 역시 협동조합 형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2017년 봄부터 시작된 ‘둥지기획단’의 출발과 그들이 걸어온 여정이.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무얼, 무얼 팔아야겠다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쓰고, 우리가 즐겁게 살고 싶었다”

관광지 보물섬 남해라지만 지역민들에게도 재밌는 ‘정거장’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관광지보다 주거지이자 생활공간인 남해읍에서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 ‘둥지씨롱’을 회나무거리에 열었다고 한다. 지역주민들 내부적으로 뭔가가 활성화되어야만 관광효과도 더 일어난다는 판단에서 시작했다. 굳이 누구의 소유라기보다는 열린 공간으로 두고 싶었다는 이들. 그래서 둥지에서 시작해 알을 깨고 나갈 수 있도록 독자적인 기획부터 해나갔다.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김맹수 대표와 공간운영자로서 총책임을 지고 있는 김강수 씨, 여행과 음식이라는 테마로 여러 행사를 기획해 온 김현주 씨, 여기에 처음엔 둥지의 행보에 관람하고 누리는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의기투합해 같이 기획하고 제작하고 홍보하는 정보름씨 까지 총4명이 함께 하고 있다.

“운영자도 즐겁고, 참여하는 분도 즐거운 그런 기획을 하고 싶다”

넷 다 이곳 남해출신이 아닌 이주민들이었기에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생각과 인식부터 달랐다. “귀촌자들은 어찌 보면 체류형 여행자에 가깝다”는 인식은 이들이 기획하는 여러 행사에 있어 더 열려 있고 더 설렘에 가까울 수 있었다. 현주 씨는 “소비여행보다는 공정여행에, 체험하는 여행에 관심이 컸기에 여행자 관점에서도 좋은 추억이 되겠다 싶어 기획하게 된 게 <언니네부엌>이었다”며 “해외에서도 여러 쿠킹클래스가 이뤄지는 데 착안해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언니네부엌은 언니 요리사인 이희순 씨가 없었다면 결코 3년 동안 이어올 수 없었을 거라고 현주 씨는 말한다. 이어 “남해토박이 요리사 언니가 음식을 만들며 나누는 모든 이야기는 자연스레 ‘남해문화와 남해살이’에 대한 소중한 소통이 되고 주부로만 머물러 있던 여성의 삶 또한 자연스레 더 확장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잘란잘란 여행미식회>또한 여행자의 다양한 시선을 공유하고 생산적인 여행문화를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어주었다. 그러했기에 시즌2를 준비하는 둥지싸롱은 서로 얼굴 마주하는 즐거운 라운지 같은 공간, 싸롱으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자 한다.

“남해의 작은 실리콘밸리,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남해를 꿈꾸다”

어떤 지역이 자체적으로 살아가려면 지역 일자리나 지역 내 특화 산업 등 이런 소위 말하는 경제 바퀴가 잘 돌아가야 하는데 농어촌지역이나 군소도시에는 그야말로 ‘할 게 별로 없으니까’ 결국은 자꾸만 외부로 빠져나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또 그마저 있는 것도 점차 축소돼 ‘점점 더 할 게 없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것이 둥지기획단 사람들이 진단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요즘 ‘협동조합’ 공부를 하며 ‘우리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문화가 창의력을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등등의 고민으로 잠 못 이룬다. “왜 다들 그러잖아요. 즐길 자를 당해낼 자 없다고. 재밌는 일을 하는 데 돈도 되는, 우리는 이상주의자들이라 오늘도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해맑은 중년들의 모습이 사뭇 싱그럽다.
굳이 문화기획에만 국한 지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역 내 필요한 기획, 연대와 상생이 가능한 다양한 행사와 사건을 만들어 어울리는 장(場)으로 펼쳐보이고 싶다는 꿈을 꾸는 이들. 그야말로 작은 실리콘밸리, 골목 실리콘밸리를 추구하는 이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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