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선거 현수막이 길가에서 흰 혀로 말을 하고
발가락 양말이 부처님 발바닥 닮았다고
깔깔대던 참새들 수군거림에
마당귀 황금사철 무성히 손을 내민다
철없는 고라니 얼굴이 고통으로 스치는데
고꾸라진 그는 소리 없이 사라진 
교체한 수도꼭지 누수소리지

웃자란 아랫집 벚나무 
바다 광경을 손톱으로 할퀴고 
비대한 다육이는 속삭이던 밀어로 꽃도 피우겠지
붉은 줄장미 담장의 틈새를 열심히 찾고
데크 위 나무 탁자는 커피색으로 진해지는데
잊어지지 않은 쫄깃한 추억은 너무 많은데
해깝은 해풍에도 버림받은 커피잔은 식어만 갔다 

절간 가는 길섶 덜 푸른 잎들의 성장통
곧 매다 만 밭이랑의 괭이도 녹일 염천에 
솔기 부딪히며, 거친 질감 잔잔한 풍경 속 
무겁게 가슴에 화인(火印) 한개 남겼다 
중생들의 움직임에 일주문 잇몸으로 웃고.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