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그렇지. 언젠가는 터져 나올 뉴스였던 거야. 나쁜 놈들…”
지난 17일 여수산단 관할 환경관리청인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여수산단의 업체들이 배출가스 측정대행업체들과 짜고 배출농도 측정치를 기준치 이하로 조작해온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영산강유역청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235개 사업장에서 1만3천 건이 넘는 측정치 조작이 이뤄졌다고 한다.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뉴스를 들은 사람이라면 일순 마음에 불같은 분노심이 일었을 것이다. ‘총 맞은 것처럼’이라는 어느 가수의 노래가 떠올랐을 것이다.    
대기오염물질 최대 배출지역인 광양만을 끼고 사는 우리로서는 그만큼 나쁜 공기를 들이킬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그 정도(程度)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최소한의 도덕성은 가지고 있겠지,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은 생각하고 있겠지’라고 믿어왔던 우리의 믿음에 가차 없이 총격을 가했다.   

바람 없는 날 아침에 설천 구두산에 올라가 광양 쪽을 보면 어김없이 스모그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백운산과 금오산, 망운산으로 형성된 지형에 갇힌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날의 현상이다. 육안으로 선명히 구분되는 두터운 스모그 층은 석유화학공단 특유의 매캐한 냄새까지 동반하고 있다. 여수석유화학산단의 굴뚝, 포스코광양제철소의 굴뚝, 태인산단의 공장들, 하동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뿜어져 나온 대기오염물질이 뒤엉킨 것이다. 자연의 정화능력이 없다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이미 폐허지역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광양만은 지난 1998년부터 대기환경특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래서 우리는 환경부가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철저히 감시감독해오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이번에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기업은 LG화학 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앤씨, 대한시멘트 광양 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개 기업이다. 아직 송치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를 벌여 합당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이들 기업의 이름을 반드시 외워두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이 이 사안에 대해 언급한 성명서를 보면 현행 대기환경보전법과 환경시험검사법이 얼마나 우스운 꼴을 하고 있는지 비로소 인지할 수 있다. 배출가스 농도를 사업체가 자가 측정하거나 대행업체를 직접 선정해 측정치 기록부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출가스 측정을 ‘갑’과 ‘을’ 관계구조에 맡겨온 셈이다. 돈의 힘, 갑과 을의 위력관계에 대기환경특별보전지역의 관리를 맡겨 놓고 국가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시늉만 해온 것이다.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 놓을 일이지, 어찌 광양만권역의 대기가 온전할 수 있었겠는가!

이 일을 겪으면서 정말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는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도착된 논리의 여론에 떠밀려 환경을 지키려는 시민운동이 사라져버린 우리의 현실이다. 여수산단의 기만행위에 대해, 우리의 건강권을 지키는 일에 행정도 시민사회도 아직 말 한마디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사회인가? 
오늘 우리가 당한 이 처지는 환경을 입에 올리는 사람을 공공의 적인 것처럼 만들어버린 사회적 압박의 결과물이다. 경제는 경제고 건강권은 건강권이다. 왜 경제를 앞세워 건강권을 지레 포기해 왔는가? 이것이 정말 우리 지역사회에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임해공업단지 광양만을 끼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환경운동가가 절실히 필요하다. 광양만 공해업체들을 제대로 감시 감독해내려면 우리가 버린 그들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사라지고 없다면 다시 육성해내야 한다. 정말 우리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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