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탁자 앞에 함부로 앉지 말라
나사에 목이 조인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는 주검속으로
너 또한 덩그러니 사라질지니
맨발로 걸어 들어가 가만히
하루의 앙금 옆에 가라 앉지 말라
기다리는 것들로 더욱 고요한 문밖에는
앙금보다 더 무거운 내일이
때묻은 광맥을 가라 앉히며
늑골 깊숙히
초과돤 모래를 숨기고 앉아 있는 어둠
너의 지문을 슬프게 지켜 볼것이다
전갈에 물린 시간은 밤새 헛바퀴만 돌아
하여, 축척을 알수없는 마음속 사막은
오늘도 채 건너가지 못할 것이다
잠시 쉬고간 슬픈 그늘 너머
수의처럼 벗어 놓은 몇겁의 고요가
달빛아래 너울대는 사이
모래바람이 지름길로 달려와
버석이는 너의 목을 조여놓고
원형의 사각지대로
꼭꼭 숨어들지니


-시작노트-
결혼한지 십여년이 훨씬 지나고서야
원했던 둥근 탁자를 가질 수가 있었다.
풋풋한 새내기 주부 시절,
시인의 꿈을 접지 못했던 나는
식구들이 다 늦은 저녁을 물리고 난 늦은 밤이면
나만의 작은 공간에 앉아 시심에 젖어보고 싶어 했다.
왜그토록 둥근 탁자여만 했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없지만
생활에 조금의 여유가 생기자 그것을 불쑥 나의 구도에 들여놓았다.
푸른 대지 위에서 양껏 하늘을 누리던 등나무.
살아 생전에도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주던 그 나무가
나사에 잔뜩 목이 조인 채 나의 뇌리에 들어 오던 날은
시처럼 나도 깊어 가고 있을 때였다.
내가 너의 마음에 다가 간다는 것은
참으로 죽음으로서 밖에는 도달 할 수 없다는 슬픈 사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그대와 나의 시야에 가까이 들어와 있는
모든 만물들 사이에는 도저히 건너 갈 수 없는
사막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살아있는 동안
그리워 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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