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해군수협 직원 중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일어났다. 수협 조합원들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며 궁금해 하고 수협 집행부는 이 당혹스런 일을 수습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사전에 이런 불미스런 일을 막을 수는 없었는가? 본지가 그 속내로 한 발 들어가 봤다.<편집자 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직원 A씨는 외국인선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조합장이 출장을 갈 경우 운전원 역할도 병행해왔다고 한다. 인근지역 출신인 그는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원이 되었던 사람이라고 한다.  
다음은 수협 직원들의 증언에 따라 재구성해본 지난달 28일, 그에 관한 상황이다. 
이날 정상적으로 출근한 그는 상사에게 이사를 해야 해서 일을 좀 보고 오겠다고 말한다. 상사는 그에게 이사를 해야 한다면 정식으로 휴가원을 낼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그는 오늘 오후에 꼭 처리할 일이 있어서 다시 들어오겠다고 말하고 나갔다. 

그날 오후 그를 찾는 몇몇 조합원들의 전화가 여러 번 수협으로 걸려온다. 전화를 한 사람들은 그가 당일까지 업무를 마무리해주겠다고 약속을 받은 조합원들이었다. 이들은 한시바삐 외국인 선원을 공급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수협에 전화를 걸어 원성을 쏟아 부었다. 수협 직원들이 그에게 계속 연락을 취해도 연락두절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사는 그가 잠시 전화를 안 받는 것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사천경찰서로부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통지가 닿았다. 수협 직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면서 망연자실했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의 장례는 지난 3일 삼천포 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마무리됐다. 

무성한 뒷말
그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라는 의문에 뒷말이 무성하다. 그가 자신의 업무와 연관된 조합원들, 즉 외국인선원을 구해야 하는 여러 조합원들에게 적지 않은 돈을 빌렸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여러 동료 직원들에게도 자주 손을 벌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무성한 뒷말의 대부분은 그가 사생활적인 면에서 자기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극단적인 선택이 사생활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는 반응이 대세다. 
수협은 아직까지 이 일에 대한 해명자료나 수습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인파악부터 먼저 해야 수습책을 찾을 것 아니냐, 원인을 찾는 중이라는 것이 대답의 전부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으로 한 발 들어가 본 본지의 판단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수협 내부의 경향과는 조금 다르다. 본지가 수소문해본 것만으로도 외국인선원을 한시바삐 확보하기 위해 그에게 매달려야 했던 조합원들이 금전적 피해를 본 사례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A씨는 실제로 최근 그에게 2300만원을 빌려주었다. 300만원은 수협직원에게 시켜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그에게 전달했고, 2000만원은 그의 계좌로 송금했다. 증인과 증거가 명확한 상황이다. 

조합원 A씨는 왜 그가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들어보면 그 속에 남해군수협이 운영해온 외국인선원 공급이라는 조합원 지원업무의 구조적인 한계가 드러나고, 그 구조적인 한계가 그의 극단적인 선택을 부른 게 아니냐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어선어업은 부족한 일꾼을 외국인으로 충당한다. 현행 외국인선원 고용제도는 2가지 종류로 나뉜다. 20톤 이상 어선 선주는 선원법에 따라 해양수산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수협중앙회가 지정한 전문업체로부터 공급받고, 20톤 미만 어선 선주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제도에 따라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공급을 받는다. 해수부와 고용노동부로 이원화돼 있는 셈이다. 20톤 미만의 선주들은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외국인선원 1명을 공급받을 때 교육비 명목으로 33만1천원을 지급한다. 3명이면 100만원에 이르므로 2천명이 넘는 외국인선원수를 감안하면 그가 담당했던 금액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외국인선원 고용에 필요한 업무는 선주들이 직접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업무가 쉬운 것이 아니어서 어느 지역이나 선주들은 이 골치 아픈 일을 지역수협이 해소해 주기를 바랐다. 남해군수협도 10여 년 전부터 전담자를 두고 이 업무를 시작했는데 이 업무의 담당자가 이번에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 것이다.  
외국인선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애를 태우는 선주들은 이 업무 전담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 담당자의 업무영역은 외국인선원을 차량으로 남해까지 데리고 와서 선주에게 인계해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직업알선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담당자가 특정 선주에게 외국인선원을 먼저 배정해주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선원을 확보하게 되므로 시간이 쌓일수록 선주들은 전담자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관계로 나아가고 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점을 악용해 선주들에게 정상적이지 않은 금전적 요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선원 고용제도의 허점
경찰의 최종적 수사결과를 지켜봐야하겠지만 그는 임의로 계좌를 만들어 몇몇 선주들을 대상으로 외국인선원 1명당 100만원씩을 입금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몇몇 선주들은 제도가 그렇게 바뀐 줄 알고 그의 요구에 따랐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이 쌓이고 쌓이자 끝내는 그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그날까지 외국인선원을 데리고 오겠노라는 약속을 받은 선주도 있다. 이렇게 거듭된 거짓말로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그는 끝내 죽음을 선택했다는  짐작을 해볼 수 있다.

군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선원이 2천명을 넘어섰다는 말이 있다. 그 많은 인원을 관리하는 사람이 고작 1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세간의 일반적 평가만으로 이 사건의 본질이 충분히 설명될지 궁금하다.  
남해군수협은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선원관리 전담부서를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수협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별도의 전문 행정기관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나아가 수협은 이번 일이 전개되기까지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선주 조합원들에 대한 구제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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