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 농사로 올리는 소득은 동절기의 남해의 경제사정을 좌지우지하는 요소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시금치 가격이 좋질 않아 농민들의 얼굴에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다. “올해는 영 재미가 없다”는 이 한 마디가 시린 바람을 맞으며 들판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격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우리 농민들은 시금치를 농협 경매에 내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의 천성이 그렇기 때문이다.   

농협남해군지부가 지난 10일 현재까지 군내 전 단위농협의 시금치 경매실적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올해 시금치 가격은 66.5%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이 시기까지 80억 원을 넘게 벌었는데 올해는 53억5천만 원 정도를 버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100만원을 벌었다고 친다면 올해는 66만5천 원밖에 벌지 못한 것으로 33만5천 원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이렇게 말해야 시금치 가격이 남해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얼마나 큰지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그런데 물량 또한 지난해에 비해 17.4톤이나 줄어들었다. 수급조절(홍수출하)이 가격하락의 원인만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까? 

지난 16일 오후 삼동면의 군민과의 대화 자리서 불만을 토로한 한 농민의 의견에 대해 송행렬 동남해농협장은 “가락동시장 상황을 체크해보니 당일 공급되는 물량의 30% 정도가 낙찰을 받지 못하는 날도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 공급과잉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장충남 군수는 “올해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신안군의 시금치가 계속 공급되고 있고, 식생활의 변화로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설명에 그 농민은 “사정이 그렇다면 대체작물이라도 찾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되 질문했다. 이에 농업기술센터 박재철 소장은 “동절기의 소득 대체작물을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그나마 단 묶음을 한 시금치는 2천 원대를 넘기고 있으니 시금치작목회와 새남해농협의 약정단가에 의한 계약재배 방식을 더 확대하고 가능한 단 묶음 작업을 해서 출하하는 물량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대답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필자는 정현태 전 군수시절, 당시 박성면 농협군지부장과 함께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체인점의 판매대에 남해시금치를 올려놓기 위해 방송광고를 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일이 떠올랐다. 물론 당시 갓 출발한 조합공동법인의 보물섬시금치클러스트사업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조건과 환경이 힘을 북돋워줬겠지만 두 단체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아니었으면 실현되지 않았을 일이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런 적극적인 마케팅 행정이 없는가?     

요즘은 대형유통체인점뿐만 아니라 웬만한 도시의 전통시장 상인들도 거의 단 묶음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 단 묶음을 한 것과 하지 않은 시금치의 올해 평균 경매단가 차이는 1kg당 700원이나 된다. 이는 시금치 유통을 그만큼 쉽게 해주는 비용이다. 그런데 단 묶음으로 내는 물량이 전체물량의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재철 소장이 말 한대로 단 묶음 물량을 늘리면 그만큼 소득규모는 커진다.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단 묶음 물량을 더 늘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가?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할 해답은 이 질문에도 있다.  
장충남 군수는 올해부터 경조사를 챙기기보다는 지역산물 판로개척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의 실행은 지금의 남해시금치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마늘, 고사리철도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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