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철 교수(남해읍, 경상대 외래교수)

남해 인구 감소, ‘속도가 문제다

남해군 최대 난제 중의 하나는 아마도 인구 문제일 것이다. 인구가 늘기는커녕 급속히 줄어들어 남해군민뿐만 아니라 남해군 관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끔 뉴스에 몇 년 뒤 사라질 지자체로 남해군이 보도될 때면 앞이 캄캄해 지는 기분이 든다. 남해군 관계자가 남해 인구만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라는 지역 신문 기사를 읽었는데 전적으로 공감된다.

그럼, 남해군에서 무엇을 하면 인구가 늘어날 것인가? 이에 남해군과 의회에서는 인구정책팀 편성과 조례 제정을 통해서 2019년부터 출산 및 정착 장려 정책을 적극 지원한다고 한다. 이를 바라보는 필자는 남해군의 이런 정책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지난 7월 남해신문 기고(남해의 미래, 다운사이징으로 준비하자. 2018.7.20)를 통해서 인구 증가는커녕 인구 감소가 거의 확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계청과 경상남도, 남해군 통계 자료를 근거로 인구 감소를 설명한 바도 있다. 아울러 인구 통계는 다른 사회 통계보다 정확도를 믿을 수 있으니까 다운사이징(규모축소)’을 선제적으로 준비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좋은 일도 아닌데 왜 크게 벌리냐!”는 말씀과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맙다.”라는 격려의 말씀을 동시에 들었다.

또다시 남해 인구 관련 글을 쓰는 이유는 남해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더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필자는 남해군 인구 감소는 확실한데 어떻게 하면 속도를 늦출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인구 증대는 어렵고 감소하는 속도만 늦추어도 성공한 인구 정책이라 생각한다. 남해군 인구 문제의 심각성은 군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구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이 있는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남해 이외 지역의 사람을 남해로 모셔(?) 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귀농귀어귀촌, 남해에 산업단지를 유치해서 노동자를 남해에 정착시키는 일이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인구 정착의 문제는 공기만 좋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교육, 문화, 주택, 환경, 의료 등 복잡한 요소가 충족되어야만 해결 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시길 바란다. 남해에 직장이 있으면서도 진주나 인근에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제는 노량대교도 생기고 남해고속도로까지 도로 사정도 더 좋아졌으니 진주 인근에서 출퇴근 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 남해군 조례에 의한 출산 장려금과 정착 장려금만 보고 남해에 이주해서 애 낳고 살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남해군의 출산율을 높이는 일이다. 이것은 더 어렵다.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출산율을 높인다고 남해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A 지역과 B 지역에 가임기 여성이 100, 300명이 있다고 치자. A 지역은 2명을 낳아 출산율이 2.0이고 B지역은 1명을 낳아 1.0이다. 출산율은 A2배나 높지만 출생아 수는 B100명이 더 많다. 중요한 것은 출산율이 아니라 가임기 여성이 지역 내에 얼마나 살고 있는가이다. 학술적으로 가임기 여성이라면 2039세까지의 여성을 말하는데 남해군 관련 통계를 보면 가임기 여성과 출산율도 동시에 줄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가임기 여성과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비율로 계산해서 소멸위험지수를 만드는데 남해군은 0.2 미만으로 소멸고위험지역에 속한다. 이 지수 때문에 몇 십 년 후에 소멸할 지역이라고 뉴스에 보도된다. 출산율을 높이려고 출산장려금을 300만원500만원으로 높였지만 가임기 여성이 적기 때문에 출산율만 높인다고 남해 인구는 늘지 않을 것이다. 워낙 가임기 여성의 수가 작기 때문이다.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

그렇다면 산토끼도 잡고 집토끼를 지키는 방법이 있을까? 오히려 산토끼 집토끼를 둘 다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것은 아닌가?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과 포기이다. 한정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서 기회비용을 줄여야 한다. 산토끼냐? 집토끼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둘 다 잡는 방법은 없다.

필자는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남해 인구는 구조적으로 늘지 않고 줄어들 것이다. 남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군 단위 지자체는 다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줄어드는 속도를 어떻게 하면 늦출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외부 인구 유입도 중요하지만 유출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산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아니라 집토끼를 어떻게 하면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 집토끼를 지키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조금 추상적이지만 지역민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 외부 유출을 막는 방법이 유일하다. 이를 위해서 필자는 다운사이징(규모축소)’을 주장했다. 예를 들면 소규모 학교 통합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폐교 대상 학교의 연간 운영비를 통합 학교에 지원을 한다면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는 도시 학생들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소규모 학교 통합은 어차피 해야 한다. 시간만 늦어질 뿐이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인구 천 명 대상과 5백 명 대상의 공공기관 서비스는 규모와 질은 달라야 한다. 하지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공공기관 규모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운영비용을 낮춰 지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집토끼라도 지킬 수 있다.

 

노인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대상이다

보통 인구 감소는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유소년 감소, 고령자 증가

2단계 유소년 감소, 고령자 유지 내지 소폭 감소

3단계 유소년 감소, 고령자 감소

남해군은 어디에 해당되어 보이는가? 정답은 2단계이다. 다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남해군의 고등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남해를 떠난다. 연어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지만 남해군 고등학생은 대개 고향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해 인구를 지키는 분은 고령자들뿐이다. 이것이 남해군의 현실이다. 문제는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순간 남해 인구는 더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이유는 고령자들도 언젠가는 사망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해군은 남해 인구를 지키기 위해서 어디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인가? 바로 노인 세대에 관심을 둬야 한다.

대개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비용이라는 말은 돈만 들고 아무런 생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제 인구 정책과 관련해서 노인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의 개념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생각해 보라. 어떻게 하면 노인을 한 지역에 36.1%(201811)나 모실 수 있는지? 돈을 줘도 모을 수 없다. 노인이 많아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발상의 전환만 하면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남해군은 노인과 관련된 인구 정책을 보완하고 실버산업 육성에 관심을 둬야 한다. 대한민국의 그 어떤 지자체도 노인을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남해군이 해야 하는 것은 노인에 대한 투자를 해 노인이 편한 세상, ‘노인천국지역으로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인천국의 이미지로 바뀐다면 남해군은 실버산업의 요람이자 노인들이 살고 싶은 지역 1위가 될 것이다. 물론 젊은 사람의 일자리도 늘어나고 인구 감소 속도도 줄어들 것이다. 어떻게 자신을 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웃나라 일본을 보세요. 우리보다 10년 정도 더 빨리 노인대국이 되었는데, 이제 일본의 미래 산업 중의 하나는 바로 실버산업이라고.” 이제 노인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노인 천국과 우리 마을 요양원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가 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필자는 아들, 딸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요양원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해군에 현재 살고 있는 어르신들은 요양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지 않는가? 어르신들께 여쭈어 본 적이 있다. 대답은 부정적이다. 대답은 명쾌했다. “요양원은 죽으러 가는 거야!”, “요양원은 내가 자식들에게 버려진다는 생각이 들어 싫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변에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하루도 안 되어서 돌아오신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왜 그런가? 전문가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다. 환경 적응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내가 살던 마을, 사람, 음식 등 모든 것이 달라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식에게 버려졌다는 생각에 오히려 병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양원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거동이 불편할 때 요양원을 가지 않을 수 있는가? 뾰족한 방법이 없다. 그러면 부정적인 요양원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꾸면 어떨까? 필자는 대안으로 우리 마을 요양원을 짓자고 주장하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 근처에 요양원을 지으면 환경 적응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식들도 고향을 떠나 전혀 다른 환경에 모시는 것 보다 같은 마을에 동네 사람들과 같이 돌봄을 받게 한다면 불효를 저지른다.’는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마을 요양원은 내가 살던 마을 근처에 짓기 때문에 당사자인 부모와 자식의 심리적 부담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상상해 보라. 내가 살던 마을 근처 요양원에 입소하여 같은 마을 조카 같은 동네 사람들에게 돌봄을 받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는가? 필자가 우리 마을 요양원을 짓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마을 요양원은 규모에 따라 그룹 홈부터 중소규모의 요양보호시설로 나눌 수 있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입소자 10명이 있으면 기본적으로 요양보호사 4명과 간호사 1명이 필요하다. 물론 사회복지사도 필요하다. 노인이 편한 우리 마을 요양원을 많이 지으면 남해군 지역 내 일자리도 늘어난다. 아울러 타지 요양원 입소로 인한 군내 자본 유출도 막을 수 있다. 당사자인 노인과 자식의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내 일자리 증대와 외부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우리 마을 요양원을 안 지을 이유가 없다. 물론 우리 마을 요양원이 남해군의 새로운 브랜드가 된다면 전국의 노인들이 안락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남해로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남해군의 인구 문제와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거나 남들과 같이 하면 가능성은 제로라는 사실이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어린이가 많은 지역은 어린이를 중심으로, 학생이 많은 지역은 학생 중심으로, 노인이 많은 지역은 노인 중심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이 산다.

다함께 노력하자

대한민국에서 줄어드는 인구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지역은 아직 없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데 남해군 인구만 늘어날 수는 없다. 거듭 지적하지만 문제는 속도의 문제이다. 어떻게 하면 인구 감소 속도를 줄일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이지, 늘린다고 노력해서 될 문제는 아니다.

필자는 이런 배경에서 연구자의 입장에서 다운사이징(규모축소)’우리 마을 요양원을 제안했다. 다 맞은 주장은 아닐 것이다. 일본을 연구하는 한 연구자의 주장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고맙겠다. 하지만 다양한 목소리와 주장은 남해군의 인구 문제와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모든 지역 발전에는 민관이 협력해 노력한 결과 성공을 했다.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를 지키기 위해서 모두 다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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