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해를 보낸다. 해마다 누구나 똑같이 맞이하는 연말이고, “또 한해가 가는구나?”라고 말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남다른 감정이 있을 것이며, 또 다른 사람은 영원히 기억하면서 추억으로 남겨야 할 한해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라는 낱말을 많이 사용한다. ① 어떤 사물이나 행동을 거듭하면서(and), ② 그 뿐이 아니고 다시 더(once more), ③ ‘그래도’의 뜻(while)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또”의 연속이다.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음식 먹기, 잠자기, 나이 더하기, 농사짓기, 출·퇴근하기 등등).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새로운 느낌과 지난 감회가 와닿지 않는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면서 나는 허무와 싸운 지난 1년의 시간들을 잊으려고 한다. 
망구(望九:90을 바라본다는 뜻. 할망구-90을 바라보는 나이 많은 여자를 낮추어 부르는 말로써 적절한 사용이 아님)의 세월에 접어들었지만 기분은 아직 ‘아니다’라면서 자기의 분수를 모르는 건방진 생각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올해 따라 여러 가지 지난 일들이 많이 떠오른다. 퇴직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 가고, 여러 사회단체에도 관여하여 많은 활동도 하였지만 파워셀러브리티(power celebrity:유명인사)하지 않은 아주 평범한 보잘 것 없는 인간이었기에 모두 버리면 되겠지만 너무나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섧게 공부한 시간, 많이 부족했던 교직생활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면서 이야기는 자꾸 쌓여간다. 잊을래야 잊혀지지 않는 생뚱맞은 짓이라지만 그래도 너무나 추억이 많은 군대생활을 했던 강원도 ‘화천’과 경북 ‘영천’도 다여왔고, 내가 태어난 일본의 ‘규슈’지방과 1학년까지 다녔던 ‘히라바라소학교’도 가 보았다. 또 직장을 다니면서 너무나 어렵던 대학원까지의 공부도 해 봤고, 서투른 ‘글농사’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것도 모르면서 살아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구시대의 사고(思考) 때문에 살기가 참 어렵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1년 내내 반성만 하다가 또 한해를 보내는가 싶어 닥쳐오는 새해가 두렵기도 하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아니 종합병원의 축소판이다. 백내장수술, 이비인후과 치료, 무릎관절수술, 신장 및 방광수술과 임플란트, 피부과 치료 등 그동안 많은 입원과 외래진료 그리고 처방약의 복용으로 정상적인 관리상태가 아니면서도 몸에 해롭다는 ‘술’을 좋아하기에 앞날의 건강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자꾸 탈이 난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바보 같은 삶이 아닐까? 무식한 표본이 되어 가면서도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고, 그것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기마냥 떠들고 다니는 한심한 인간이었기에 괴로울 뿐이다. 

그래도 찾는 곳이 있고, 가야 할 곳이 있다는 자체는 행복이 아닐 수 없다. 남해문학회 고문으로서 모임에 참석하여 열심히 활동하는 젊은 사람들과 같이 지낼 수 있도록 해 주고, 남해향교에서 ‘유교아카데미’ 강사로 유림들과 교류하기도 하며, 남해문화원에서도 재능기부를 할 수 있게 배려해 주는 덕택에 ‘늙음’이 천천히 가는 듯하다. 
또 한해를 보내면서 모든 사람에게 행운과 건승을 빌 뿐이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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