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 개막으로 지역사회에 변화를 가져온 것 중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의 예를 들라고 하면 아마도 지역축제가 많이 늘어난 점일 것이다. 우리 남해에도 축제가 많이 생겼다. 해맞이축제, 정월대보름축제, 참굴축제, 해산물축제, 고사리삼합축제, 마늘축제, 상주은모래비치여름축제, 왕새우축제, 맥주축제, 화전문화제, 평생학습축제, 이순신 순국제전 등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도 떠오르는 축제가 열두세 개나 된다.


어떤 이는 축제가 너무 많아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축제들에 대해 이른바 ‘선택과 집중’론을 근거로 개선론을 설파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문제점은 축제의 종류가 많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인 데에 있다고 본다.


올해 우리는 맥주축제 기간에 닥친 태풍 콩레이로 인해 소중한 경험을 했다. 남해군은 하필 독일마을 맥주축제 개막일에 강도가 센 콩레이가 남해(안)를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가 되자 축제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탐방객들과 주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기본에 충실한 결정이었다. 천만다행으로 태풍은 우리에게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지나갔다. 이렇게 되자 특히 펜션업자들과 축제 때 식음료 판매부스 경쟁 입찰자들은 ‘기-승-전-남해군이 너무 성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남해군 관광진흥담당관실 관광축제팀은 이른바 ‘플랜B’를 준비했다. 그것은 일주일간 ‘독일마을 스몰비어파티’를 열어 본 축제가 취소된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 플랜B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했다. 3일간의 축제가 일주일로 늘어남에 따라 독일광장의 모습이 달라졌다. 비싼 개런티를 주고 불러오는 유명연예인이 아니라 지역의 예술인들이 주인공으로 섰다. 번잡함만이 아니라 탐방객의 주중분산과 주말집중이 조화를 이뤘다. 주차전쟁만 같았던 축제가 축제다움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지역축제의 본령은 준비과정에서부터 지역주민이 주인공인 것이다. 탐방객은 축제를 즐기는 지역주민과 함께 놀고 즐기기 위해 오는 것이다. 맥주축제는 본래 독일마을 주민들이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최권이 행정으로 넘어가버렸다. 행정은 이벤트사에 기획과 진행을 맡긴다. 축제예산의 대부분을 이벤트사가 사용한다. 축제의 성공여부도 방문객이 몇 명이었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주차전쟁을 치러야하는 탐방객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최근 각광받는 새로운 지역축제로 떠오른 갈화항 왕새우축제는 주민들이 주인공이다. 작지만 강한 지역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럴 경우 행정은 필요한 것, 부족한 것만 뒷받침하는 보이지 않는 지원자가 되면 된다. 이처럼 독일마을 맥주축제의 주인공은 다시 독일마을 주민들이 되어야 한다. 독일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는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2주일간 열린다. 독일마을 맥주축제도 축제기간을 최소한 2주간으로 늘려 독일마을에서 문화공연과 함께 독일맥주와 소시지를 맛보고 싶어 하는 탐방객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의 다른 모든 축제들도 마찬가지다. 자치정신을 입혀야 한다. 특히 이순신 순국제전은 먹고 마시는 축제가 아니다. 살리기가 쉽지 않다. 이순신 순국제전을 살리려면 평상시 우리 군민들이 제전을 준비하는 과제를 하나씩 짊어지도록 해야 한다. 운구행렬 참여시 남해사랑상품권지급 포인트 적립이라든지, 난중일기 낭독대회라든지, 이순신과 노량해전(남해)를 주제로 한 창작곡 군민(전국)합창대회를 여는 등의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설계되어야 한다.


본지는 관광축제팀의 제일실천과제는 지역축제에 주민을 주인공으로 다시 세워내는 자치정신을 입히는 것에 있다고 주장한다. 언론이 성패를 평가하는 잣대도 여기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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