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해역내 어초 이설 문제 어떻게 돼나 


정부가 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없이 바다를 의지해 살아온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막무가내’식 행정을 펴고 있어 지역 영세어민들이 생존권 사수를 위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여수해양지방청은 개정된 해상교통안전시행규칙에 따라 남해ㆍ여수간 특정해역내에 통항분리방식을 도입했다며 기존에 경남도가 특정해역내에 조성한 900여개의 어초를 이설할 것을 요청했다.

여수해양지방청이 이설을 요구한 900여개의 어초는 경남도가 약 5년전 어자원조성을 위해 조성했으며, 현재는 지역어민들의 몇 안되는 황금어장이다.

이와 관련 여수해양지방청은 해당 남해지역 어민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이 특정해역내 통항분리방식 도입을 위해 항로를 표시한 등부표를 지난해 11월 이미 남해 방향으로 300m 가량 넓혀 놓았다.

이러한 이유로 여수해양지방청은 전국에서도 흔치 않게 제대로 형성된 황금어장인 현행 어초를 새로 설정한 등부표 밖으로 이설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지역어민들은 최근 특정해역 항로지정방식 변경관련 대책위원회(회장 곽철세)를 구성하고 이같은 정부의 막무가내식 어업정책을 비난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대책위원회는 산업간 양극화가 구조적 문제로 대두된 시점에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을 죽이는 이같은 일방적인 행정방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통항분리방식 도입과 관련 해당 어민들에게 설명회나 공청회 한번 열지 않은데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어민들은 이 문제는 피해보상의 차원이 아니라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사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기존 항로에서 남해 방향으로 옮겨진 등부표를 다시 전라도 방향으로 옮길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여수ㆍ광양항이 유조선 등 위험물을 운반하는 선박의 입출항이 잦아 대형사고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지난 1988년 일부해역을 교통안전특정해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광양항 개발로 석유ㆍ화학ㆍ제철산업 확장과 대규모 컨테이너 부두 개발로 선박 통항량이 크게 증가하자 현재 항로체계로는 안전 운항이 어렵다는 이유로 해상교통안전법시행규칙을 개정, 특정해역내에 통항분리방식을 도입했다.

특정해역내 통항분리방식은 육상도로 차선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3개 항로를 구분, 양쪽 바깥항로는 일반 선박이, 가운데 항로는 대형선박이 통항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 도입과 관련 해양수산부는 지난 2004년 전문기관(목포대)의 정밀진단을 실시했고 대형선박의 선주들을 모아 설명회 또는 공청회를 실시해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남해어민들에 대해서는 특정해역 설정과 관련 지난 1996년 이미 해당 어민들에게 개인당 500∼1000만원의 보상을 지급해 특정해역 내에서의 이같은 방식도입에 대한 어민 설명회나 공청회가 필요치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경남도가 지역어민들을 위해 설치한 어초는 당시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얻지 않고 조성됐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민들은 광양항과 여수지역의 잇단 국책사업으로 조업구역이 크게 줄어 어민의 타격이 심한데도 해당 어민들을 배제하고 대형화물선박의 선사나 도율사를 모아 공청회를 한 것은 ‘눈가리고 아옹하는’식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 하자있는 행정행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특정해역 설정과 관련된 보상과 이번 어초 이설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며, 이미 보상을 지급했기 때문에 해당 어민들에게 공청회를 열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특정해역 항로지정방식 변경관련 대책위원회는 오늘 해당 어민과 관계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이같은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 논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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