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쌀이 아직 이렇다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믿었던 추곡수매제가 폐지된데다 앞으로 정부수매량이 연차적으로 감소하게 됨에 따라 군내 농민들은 당장 내년에 쌀 농사를 지어야할지 고민이다.

더욱이 올해 나락 값이 농협 미곡처리장을 보유한 타 시군에 비해 낮았고 수매시기에 민간 도정공장 모두 판로 문제로 미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나락이나 구곡 수매를 포기했기 때문에 농민들의 이같은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 미곡처리장을 보유한 타 시군 만큼의 나락 값을 보전하고 지역 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군내 농협 미곡처리장 건립에 거는 농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지역농협운영협의회는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을 위한 검토 자료를 남해군에 제출했다.

검토자료에는 크게 제1안인 도정공장 신규 건립시 26억원이 소요된다는 것과 제2안으로 기존 시설(남덕농산 및 유진산업)을 인수할 경우 30억원이 소요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이같은 시설을 남해군이 짓고 농협이 운영했을 경우 신규 건립시 연간 900만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과 기존시설을 인수할 경우 1억2500만원의 흑자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도정공장 신규건립과 인수시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지자체가 부담하되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 부분에 대해서는 지역 농협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남해군은 내년부터 관내 농민들이 나락을 농협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출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농협과 공동부담(50/50)으로 기존시설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농협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1시군 1개 RPC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미곡종합처리장 신규 설치에 대한 지원 사업이 없는데다 군내 도정공장 신규 건립시 원료곡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존 민간 RPC 인수가 바람직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무이자 자금과 정부양곡 도정 등 정부지원이 따르는 미곡종합처리장 운영이 일반 정미소보다 경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협측은 자기자본이 열악해 더 이상 투자여력이 없는 실정에서 소요비용의 50%를 부담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당초 군이 짓고 농협에서 운영한다는 입장에 고수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한 10년 이상된 기존시설을 인수하더라도 미질과 직결되는 최신도정시설 설치가 불가피하다며 인수보다는 남해군의 여력(50%)만큼 신규 도정공장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농연남해군연합회측은 지역 쌀의 경쟁력 향상 문제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전제하고 지금 농협이 어렵다 해서 남해군이 부담(50%)하는 규모의 도정공장을 짓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역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타 지역 농협 RPC만큼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농협의 채산성도 맞추기 위해서는 시설보전자금 등 각종 지원자금의 수혜가 가능한 RPC운영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면서 농협의 현재 여건을 고려해 비용 부담을 재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논의에 대해 한 농민은 "오래전에도 농협 RPC문제가 회자됐지만 선거국면에 접어들면서 유야무야된 것으로 안다"며 "마땅한 대체작목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농협 RPC 운영 문제가 빠른 시일내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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