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텐시의 유기낙농업이 정착하기까지는 소득감소·노동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이겨낸 농가의 의지와 장기적으로 친환경농업을 확대시키기 위한 연방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켐텐시 한 목초지 풍경. ‘친환경농업이 살 길이다’ 농산물 개방과 농촌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현재 남해농업은 물론 대한민국 농업 전체가 벼랑 끝에 서 있다. 풍전등화의 시기에 남해농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가. 본지는 지역언론육성법에 따른 우선지원대상언론으로 선정됨에 따라 기획취재분야에서 ‘남해농업의 경쟁력 찾기’라는 주제로 지난 10월 친환경농업이 이미 정착된 유럽(독일, 스위스)과 아시아(일본)의 선진농업현장을 찾아 친환경농업 현황과 경쟁력을 들어봤다. 기획취재 첫 번째로 20여년의 유기낙농업 역사를 지닌 독일 알고이 지방의 켐텐시를 소개한다. 6만여명의 주민이 모여사는 켐텐시는 로마시대에 건설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특별한 산업시설은 없지만 전통(방직산업)과 현대(낙농업·물류)가 가장 잘 조화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켐텐의 농업은 낙농업이 대부분이다. 독일 대부분의 지역이 그러하듯 켐텐 또한 20여년 전부터 넓은 초지를 이용해 낙농업을 발전시켜오고 있다. |
유기낙농업으로 유명한 독일 켐텐시. 켐텐 농업인들은 낙농업이 유제품연구소 유치 등 2차, 3차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사진은 젖소를 방목하고 있는 초지에서 만 난 한 낙농인과의 대화 모습. | |
유기낙농을 위해
농가·정부 공조
켐텐의 농가들 또한 유럽연합의 농업정책에 따라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므로, 경쟁력 있는 전업농이 되기 위해서는 젖소 40-50두를 1인이 사양 관리하는 추세이며, 이를 위해서는 초지 확대 등을 통해 친환경적(동물 애호적) 축산이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농가에서는 친환경적 초지 조성과 축산분뇨 재활용 등을 통해 켐텐을 오늘날 세계 최고의 유기낙농업 지역으로 만들었다. 초지 조성은 건강한 젖소를 사육하는 기본이라는 것이 켐텐 낙농인들의 생각이다.
초지는 광활한 사육장이요 먹이감이기 때문. 따라서 초지에 대한 켐텐 낙농인들의 관심은 특별하다. 농가에서는 친환경적 초지 조성을 위해 외지에서 생산된 비료와 농약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또 사용시에는 철저한 성분검증을 받아 농약과 비료로 인한 초지 생태계 파괴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또한 젖소에도 가공용 사료가 아닌 초지에서 자란 풀들을 먹이게 함으로써 건강한 젖소를 사육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여기에다 초지는 경관조성에도 한몫하고 있어 ‘푸른 켐텐 만들기’의 소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켐텐 낙농가들은 많은 양의 젖소를 사육하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분뇨처리도 친환경적이다. 낙농가에는 분뇨처리를 위한 자가발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농가에서는 이 시설을 통해 보관한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에너지원으로 만들어 전력을 생산한다. 또 폐액은 액비로 생산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생산한 전력 중 일부는 자가발전에 사용하고 대부분의 전력은 전력회사에 되팔아 부가적인 소득원으로 만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은 작은 의지만으로 가능할 수는 없다. 친환경적인 의지와 수십년간의 노력, 많은 노동력이 뒤따라야 한다.
18헥타의 초지에 43두의 젖소를 키우고 있다는 낙농인 유쉘(52)씨는 “다른 유기농도 마찬가지지만 유기농법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소득감소, 노동력 추가 등의 어려움이 뒤따라야 한다”며 “유기농법은 지금 당장의 결실보다 장기적인 성과를 생각해야 가능한 것이며 오늘날 켐텐의 낙농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만들어낸 결실”이라고 말했다.
켐텐 낙농인들의 이루어낸 오늘의 성과에는 연방정부 지원이라는 또 하나의 힘이 있다. 연방정부에서도 수십년 전부터 친환경적 초지와 축산물 생산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선 외부에서 생산된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에서 지급되는 ‘조방화 축산에 대한 보조’가 최대 30만원/헥타이다. 이는 자체적으로 검증받지 않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게 해 지역 내 초지에 대한 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또 초지 확대를 위해 밭을 초지로 전환하는 농가에 대하여 27만원/헥타(대가축단위 2마리/헥타 이하)를 지원하고 있다.
초지 경관을 보존하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기 위해 사료작물 수확 제한에 대한 보조금도 지원된다. 정부는 6월 16일 까지 사료작물을 수확하지 않으면 30만원/헥타 지원하며, 비료를 주지 않을 경우는 최대 42만원/헥타 까지 보조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지원조건에 부합한다면 한 농가 당 평균 2000만원 정도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보조금은 켐텐시 낙농인들이 유기낙농업을 유지하도록 하는 중요한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축산분뇨 바이오가스 발전시설도 정부에서 일체 시설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는 낙농업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에너지로 전화시켜 전력생산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독일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켐텐시청 도시발전국 리차드 시슬 국장은 “낙농업은 켐텐 경제의 근간이다.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낙농업과 관련한 부가산업(유제품 생산, 연구소 운영)의 확대를 위한 중심산업”이라고 설명하면서 정부보조에 대해서는 “정부보조정책은 유기농업 확대를 위한 정부의 의지와 소득 향상을 바라는 농가 요구가 일치하는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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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낙농인 이링어(51·켐텐시)씨
‘정부지원 계속돼야 유기농 확대 가능’
부업으로 낙농을 하고 있는 이링어씨(사진 앞줄 가운데)와 그의 가족. | |
통신회사 근무라는 본업과 함께 낙농업을 부가적으로 하고 있는 이링어(51)씨. 20살과 19살의 두 아들과 함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목초지에서 근무 외 시간과 주말 등을 이용해 10두 정도를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낙농업이든 일반농업이든 유기농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업이 있는데 부가적으로 낙농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11월 말에서 4월까지만 축사에서 사육할 뿐 대부분 목초지에서 방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낙농을 하는 것에 큰 무리는 없다. 또한 두 아들이 주말에 도와주고 있고 초지 관리도 기계작업이 가능해 일손 부족 등의 어려움은 없다.
▲낙농 규모와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어차피 부가적으로 하기 때문에 규모와 수익이 크지는 않다. 전문적으로 하는 다른 농가의 사육 수(40∼50두)에 비해 평균 15두 정도를 사육하고 있다. 소득도 가정 수입에서 그 규모는 크지 않다. 지방정부로부터 낙농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으며 11개월 정도 사육하는 동안 우유판매를 하고 그 뒤에는 소를 내다 팔아 수익을 얻는다. 부가적인 일과 소득으로는 적당하다고 본다.
▲자식들에게도 계속 낙농을 시킬 생각인가.
=아들들의 의견이 중요한데 그렇게 원하지는 않는 듯 하다. 일단 나이가 젊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시킨다는 생각으로 아들들과 함께 한다. 아들들은 직장을 위해 도시로 나가려고 생각해 계속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