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창선중학교의 미래다. 창선중학교의 신입생수는 창선고등학교의 미래다. 그것도 오늘 현재나 다름없는 아주 가까운 미래다.
최근 3년간 창선중학교의 신입생수를 살펴보면 창선고등학교의 3년 후가 보인다. 창선중학교 신입생수는 2016년 22명, 2017년 19명, 2018년 16명이었다. 이 인원은 교육부가 정한 한 학급정원 23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3년간 창선고등학교 신입생 수는 2016년 52명, 2017년 34명, 2018년 26명이다. 1학년은 두 학급을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추세는 학교의 명운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지경을 말해준다. 뭔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이른 것이다.
창선은 다른 지역과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창선에 창선중·고등학교가 겨우 한 학급밖에 없을 정도로 위축돼버린 현실은 별도의 공화국인 창선의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미래를 창선인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는 없다. 창선중·고등학교총동창회가 나섰고, 그래서 치켜든 깃발이 ‘창선 7080프로젝트’다. 
그런데 이름이 왜 ‘7080프로젝트’일까? 창선중·고등학교가 가장 번성했을 때가 70년대와 80년대다. 이 시기 창선중학교의 학생 수는 한 학년 당 500명에 달했다. 전교생이 1500명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 번성했을 때를 되살리자는 의미로 ‘창선 7080프로젝트’라 명명했다. 창선을 지키고, 창선을 일으켜 세우는데 교육만한 것이 없고, 창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구심체는 학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가 나오게 된 배경이자 기치다.

“학교를 살려야 창선이 산다”

창선고등학교를 살리려면 먼저 중학교를 살려야 하고 초등학교를 살려야 한다.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실제방법 면에선 고등학교를 먼저 살리는 길만 통할 뿐이다. 학부모들의 관심은 오로지 내 아이를 어떻게 하면 명문대에 진학시킬 것인가에 쏟기 때문이다. 이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방도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남해해성고등학교나 거창고등학교처럼 도시의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보내고 싶어 안달할 정도로 이름난 명문고가 되는 수밖에 없다. 명문대학 진학률이 곧 명문고로 인정받는 바로미터가 되는 그 뻔한 수단을 총동창회가 벤치마킹했다는 점은 조금 꺼림칙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이 그렇다는 점도 부인키 어렵다. 
이렇게 모교를 명문 고등학교로 만들겠다는 발상 속에서 나온 첫 번째 수가 바로 남해해성고등학교를 명문고로 키워낸 최성기 교장을 창선고등학교장으로 초빙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 교장은 신이 아니다. 최 교장은 남다른 교육철학과 경험을 가졌을 뿐이다. 그에게 맡겨두면 모든 일이 다 잘 될까? 최성기 교장을 초빙한 수가 이른바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으려면 학교법인과 이사장, 교직원, 그리고 동창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다 나서서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지난 8일 총동창회 정기총회장에서 동문들이 보여주었던 자발적 동참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최 교장이 박영안 이사장과 교직원, 동창회 임원들과 함께 각 기수별 캠프를 돌면서 “각 기수별로 동문 여러분의 자녀나 친인척 자녀 1~2명씩만 모교로 전학시켜달라. 3년 뒤에는 이런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하자 동문들은 환호를 보냈다. “아이를 낳아서라도 그러고 싶다”고 대답하는 동문들도 많았다.   

1인1계좌 매월5천원 자동이체신청서 작성
금융기관 찾는 번거로움 기꺼이 감수해야

요즘 공부 잘하는 학생의 학부모는 학교가 아이의 성적을 끌어올려주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해줄 수 있는지 세세하게 따지는 시대이다. 그래서 수업료를 면제해주는지, 기숙사시설은 얼마나 좋고 야간심화학습은 얼마나 더 해주는지, 해외배낭여행지원 등 수시전형을 위한 학생부 종합전형 관리를 얼마나 잘 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는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에 진학하면 등록금을 몇 년간 얼마나 지원해주는지 등의 조건들이 학부모의 관심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조건들을 갖추려면 당연히 비용조달 여력이 우선조건으로 대두된다. 이를 뒷받침해주자는 운동이 바로 ‘창선 7080프로젝트’인 것이다.    
‘창선 7080프로젝트’는 어쩌면 지극히 단순한 참여운동이다. 동문들이 매월 1계좌(5천원) 이상 학교발전기금 계좌로 자동이체를 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운동의 전부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운동의 결과 벌써 1억845만원(2016년 4월13일~2018년 3월 31일 현재-동창회 7,882만원, 교직원 2,963만원)이 모였다.
자동이체를 하려면 직접 금융기관을 찾아가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같은 실적은 동문들이 너나없이 앞장서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산동창회원들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 8일 총동창회 정기총회에서 26회동창회가 1천만원의 발전기금을 학교에 전달한 것은 뒤따르는 후배들에게 동참해달라는 메시지로 보였다. 조금 더 바랄 게 있다면 재경동창회원들과 지역 내 동문들의 동참 열기가 더 뜨거워지는 것이다.
총동창회는 지난해 3월 3일 ‘학교발전기금조성위원회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창선 7080프로젝트를 위한 규정이다. 괜한 걱정이지만 어떤 동문이 학교발전기금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잘 모르는 데 따른 기우다. 학교발전기금은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된다. 조성된 기금은 사용계획을 수립하여 사전에 학교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구해야하며 철저하게 사용증빙서류를 갖춰 사후감사도 엄격하게 받아야 한다.    
창선중고등학교총동창회가 창선고의 명문고 도약을 위해 ‘창선 7080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올해로 3년차에 들어섰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창선인들이 얼마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의의에 공감하고 동참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목표인 명문 창선고등학교로의 성패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창선의 미래는 창선인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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